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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새로운 길 / 윤동주

by 혜강(惠江) 2020. 7. 27.

 

 

<사진 : 연새대 윤동주기념관, 과거 기숙사로 사용된 핀슨홀>

 

새로운 길

 

-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이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1938년 작품

 

▲이해와 감상

  이 시에서 '길'은 인생을 상징한다. 이 시는 인생을 상징하는 '길'을 중심으로 시상이 전개되는데, 화자는 같은 길을 가고 있지만 언제나 가야 할 길을 '새로운 길'이라고 말하며 날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미래 지향적인 의지를 보여 준다.

  화자인 ‘나’는 어제, 오늘, 내일도 쉬지 않고 ‘나의 길’을 갈 것임을 밝히고 있다. ‘나의 길’이란 이상향을 향해 가는 ‘새로운 길’을 말한다. 화자는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을 통해서 삶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의지를 드러내면서 언제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시의 표현상의 특징을 보면, 상징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말하는 이의 삶에 대한 자세를 표현하고 있으며, 3연을 중심으로 1연과 5연, 2연과 4연이 의미상 대칭 구조를 이루고, 수미 상관의 구성으로 짜여져 있다. 또한 ‘내’, ‘고개’와 대조되는 ‘숲’, ‘마을’의 시어를 통해 의미를 강조하고, 같은 위치에서 일정한 음을 규칙적으로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

   1연은 역경을 이겨내고 평화로운 곳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드러낸다. ‘내를 건너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이 두 행은 대구로 되어 있으며, ‘내’와 ‘고개’는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시련과 고난을 의미하며, ‘숲’과 ‘마을’은 화자가 꿈꾸는 이상향, 귿 평화로운 삶의 공간을 의미한다.

   2연은 화자가 자신이 걸어가야 할 ‘새로운 길’이 있음을 지적한다. 화자는 어제, 오늘도 내일도 쉬지 않고 ‘나의 길’을 갈 것임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 ‘나의 길’이란 이상향을 향해 가는 ‘새로운 길’을 말한다. 3연은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는 대구적 표현으로, 여기에 등장하는 ‘민들레’, ‘까치’, ‘아가씨’, ‘바람’은 새로운 길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존재들이며, 이것들은 화자에게 새로운 삶에 희망을 주는 존재들이다.

   2연과 대칭 구조로 되어 있는 4연은 어제도 오늘도 쉬지 않고 ‘나의 길’을 걸어 왔듯이, ‘미래’에도 걸어갈 ‘새로운 길임을 드러내며, 끝까지 ’새로운 길‘을 가겠다며 미래지향적인 의지를 다짐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5연은 1연과 수미 상관을 이루며, 다시 한번 역경을 이겨내고, 평화로운 곳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새로운 길>은 윤동주 시인이 19384월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한 지 한달 정도 지나서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 시는 새 출발에 대한 설렘과 미래에 대한 다짐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보여 진다. 시대 상황으로 볼 때 시인은 험난한 세상과 마주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도시샤대학에서 ’새로운 길’을 걸으며, 원고지에 식민지 백성의 고뇌와 역사의 무게를 실어 시를 썼다. 그런데 일본 경찰은 조선 독립과 민족문화 수호를 선동했다는 죄목으로 체포, 결국, 그는 1945년 2월 16일 적국의 하늘 아래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그가 그토록 다짐했던 ’새로운 길‘은 종지부를 찍었다. 28세의 나이였다. 그러나, 길은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것, 그가 짊어졌던 고뇌와 역사의 무게는 그가 남긴 주옥같은 작품들을 통하여 끊임없이 이어져 우리 모두의 가슴에 ‘또 다른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다.

 

▲작가 윤동주(尹東柱, 1917~1945)

 

 시인. 북간도 출생. 1941년 연희전문 졸업. 일본 도시샤 대학 영문과에 재학 중 1943년 7월 조선 독립과 민족문화 수호를 선동했다는 죄목으로 일본 경찰에 사상범으로 체포되어, 조국 해방을 보지 못하고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19편의 시를 묶은 자선 시집(自選詩集)을 발간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가 1948년에 유고 30편이 실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간행되었다. 대표적으로 <서시>, <자화상>(1939), <참회록>, <또 다른 고향>(1948) 등이 있다.

  윤동주는 일제 강점기 지식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정신적 고통을 섬세한 서정과 투명한 시심으로 노래한 시인이다. 주로 1938~1941년에 쓰인 그의 시에는 불안과 고독과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과 용기로 현실을 돌파하려는 강인한 정신이 표출되어 있다. 그의 시의 특성은 고요한 내면세계에 대한 응시를 순결한 정신성과 준열한 삶의 결의로 발전시킨 데 있다. 특히, 그가 생애를 마감할 무렵인 일본 유학 시절에 쓴 시들은 그가 저항 시인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의 시는 근본적으로 그의 생애의 흐름과 일치하며 발전하는데, 개인적 자아 성찰에서 역사와 민족의 현실에 대한 성찰로 인식이 확대되는 것이다. 민족의 해방을 기다리며 자신의 부끄러움 없는 삶을 위해 죽을 때까지 시대적 양심을 잃지 않은 시인으로서, 그의 시는 일제 강점기의 종말에 대한 희생적 예언으로서 자리 잡고 있다.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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