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肝)
- 윤동주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습한 간(肝)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서스 산중(山中)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든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지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龍宮)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沈澱)*하는 프로메테우스.
- 1941년 작 /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수록
▲시어 풀이
*둘러리 : ‘둘레’의 방언
*여위다 : 몸의 살이 빠져 마르고 파리하게 되다.
*침전(沈澱) : 액체 속의 물질이 밑바닥에 가라앉음. 또는 그 물질.
▲작품 이해를 위한 참고사항
*구토지설(龜兎之說) : 삼국사기에 실려 전해지는 고대 설화이다. 토끼전의 근원 설화로, 거북과 토끼가 지혜를 겨루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내용은 병든 용왕이 토끼의 간이 있으면 고칠 수 있다는 의원의 말을 믿고 별주부(거북)를 시켜 토끼를 유혹하여 잡아와 간(肝)을 꺼내려 하는데, 이때 토끼가 꾀를 내어 간을 씻어 육지에 놓고 왔다고 하며 가져와야 한다고 하니, 이 말을 믿고 육지로 토끼를 다시 돌려보내는 어리석은 용왕과 죽음에서 지혜롭고 슬기롭게 탈출하는 토끼를 의인화하여 지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설이다
*프로메테우스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티탄 족의 영웅이다. 제우스가 감추어 둔 불을 인간에게 훔쳐다 준 죄로 코카서스 산중의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뜯어 먹히는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인간에게 지혜를 준 대가로 자신의 고통을 감내하였기에 거룩한 희생의 이미지로 원용될 때가 많다. 인간을 위해 신을 반대하고 혼자 도움을 준 데다가 절대자에게 대항하는 모습은 인간의 구원을 위해 인간의 몸으로 와 스스로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와 대비되어,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 영감을 주었고, 두 주인공 이반과 알렉세이에게서 그 이미지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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