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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by 혜강(惠江) 2020. 7. 2.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1994)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일상적 소재인 연탄재를 통해 이타적 삶의 소중함과 가치를 깨닫게 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뜨거운 사랑을 베풀지 못한 삶에 대해 반성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비판적이며 교훈적인 작품이다.  제목인 ‘너에게 묻는다’는 무언가 잘못을 추궁하며 따지는 말투가 분명하다. 이 시에서 청자인 ‘너’는 시인 자신뿐 아니라 특정한 인물이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 모두를 말한다. 그렇다면, 시인이 우리 모두에게 묻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그 내용이 궁금해진다.

 

  총 3행에 두 문장에 불과한 짧은 시행은 첫 문장이 명령형으로, 둘째 문장은 의문형 어미로 끝난다. 첫 문장에서 시인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고 한다. 연탄재는 이미 연소가 되어 아무 쓸모가 없는 존재이지만, 시인은 연탄재를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한다.

 

  그 이유는 둘째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인은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묻는다. 연탄재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나눈 후에 재로 변해 버린 존재, 즉 남을 뜨겁게 해 주고 생명을 다한 존재인데 ‘너’는 연탄재처럼 한 번이라도 ‘뜨거운’ 존재였는지를 묻는다. 다시 말해 우리네 삶이 연탄재처럼 희생적으로 산 적이 있는가 반문하면서 열정과 사랑 없이 살아가는 삶을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을 위해서는 열심히 살았지만, 타인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온정의 손길 한 번 보내지 않고 살아간다. 이에 반해 연탄재는 타인을 위해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나눈 후에, 재로 변해 버린 희생적인 존재이다. 시인은 하찮은 존재이지만, ‘나눔’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연탄재’와 이기적인 현대인들의 대비를 통해 인정이 메말라 버린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 현대인들에게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안도현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어휘와 표현을 사용하여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쓰는 시인으로 유명하다. 특히 눈에 잘 띄지 않는 소박한 사물들에 관심을 기울여, 격언과도 같은 구절을 자주 쓰고 있다는 점에서 '아포리즘 적인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아포리즘'이란 깊은 진리를 간결하게 표현한 말이나 글로, '격언, 금언, 잠언, 경구' 등을 가리킨다. 이 시도 짤막한 금언으로 사소하고 불필요해 보이는 존재에서 삶의 가치와 교훈을 끌어내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작자 안도현(安度眩, 1961~ )

 

 

  시인. 경북 예천 출생.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낙동강>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보편성을 지닌 쉬운 시어로 본원성을 환기하는 맑은 서정을 담아내며 개인적 체험을 주조로 하면서도 사적 차원을 넘어서 민족과 사회의 현실을 섬세한 감수성으로 그려내는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시집으로 《서울로 가는 전봉준》(1985), 《모닥불》(1989), 《바닷가 우체국》(1999) 등이 있다.

 

 

 

<해설 및 정리> 남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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