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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봄의 소식 / 신동엽

by 혜강(惠江) 2020. 6. 29.

 

 

 

봄의 소식

 

 

- 신동엽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 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발병* 났다커니

봄은 위독하다커니

 

눈이 휘둥그래진*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머언 바닷가에 갓 상륙해서

동백꽃 산모퉁이에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봄은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었다.

광증*이 난 악한한테 몽둥이 맞고

선지피* 흘리며 거꾸러지더라는 …….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 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자살했다커니

봄은 장사지내 버렸다커니

 

그렇지만 눈이 휘동그래진* 새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

근처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몇 날 밤 우리들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 와서

몸단장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 《창작과 비평》(1970) 수록

 

 

◎시어 풀이

 

*쑥덕거리다 : 남이 들을까 염려해 주위를 살펴 가면서 은밀하게 자꾸 이야기하다.

*발병 : 발에 생기는 병.

*휘동그래지다 : ‘휘둥그레지다(놀라거나 두려워서 눈이 크고 둥그렇게 되다)’의 잘못.

*수소문 : 세상에 떠도는 소문을 두루 찾아 살핌.

*광증(狂症) : 이상으로 일어나는 미친 증세. 광질.

*선지피 : 다쳐서 선지처럼 쏟아져 나오는 피.

 

 

▲이해와 감상

 

 

  이 시에서 ‘봄의 소식’은 화자가 기다리는 억압이 없는 자유와 평화의 세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봄은 반드시 올 것이라는 희망을 형상화하고 있다. 화자는 직접 드러나지 않으나, 봄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마을 사람들’과는 달리 봄의 도래를 희망하고 봄이 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신동엽 시인은 1960년대 김수영 시인과 함께 대표적인 민중 시인으로 불린다.시가 창작된 배경이나 내용으로 볼 때, 이 시는 ‘겨울’로 대변되는 군사 독재 정권의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봄’으로 상징되는 자유와 평화는 반드시 올 것이라는 희망을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봄이 더디 오기에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는 내용이다.

 

  비유적이고 상징적인 표현이 사용되고 있는 이 시는 화자가 시적 상황에 대해 들은 말을 전해주는 형식으로 진술하고 있으며. ‘그렇지만’을 두 번이나 반복하여 시상을 전환하고 있다. 그리고, 시적 대상을 의인화하여 추상적인 대상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동일한 시구와 행, 유사한 통사구조의 반복을 통해 리듬감을 형성하고 있다.

 

  1연에서 화자는 봄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쑥덕거림을 듣고 있다. ‘봄은 발병 났다커니/ 봄은 위독하다커니’는 봄이 올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을 의인화한 표현이다. 여기서 ‘쑥덕거렸다’는 단어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마을 사람들에 대한 화자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2연은 화자가 봄이 먼 바닷가에서 잠시 쉬고 있다는 수소문, 즉 봄에 대한 또 다른 소문을 듣고 있다. ‘수소문’은 ‘세상에 떠도는 소문을 두루 찾아 살핌’의 뜻으로, 살피는 주체가 화자가 되고 있으나, 여기서는 ‘세상에 떠도는 소문’이라는 의미로 쓰여진 것이다. ‘봄은 머언 바닷가에 갓 상륙해서/ 동백꽃 산모퉁이에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고 하여, 1연의 내용이 점층적으로 심화된 것이며, 빨리 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그런데 3연에 오면, ‘그렇지만’이라는 시어를 사용하여 시상이 전환된다. ‘봄은 맞아 죽었다’라고 하여 1연 내용을 점층적으로 심화하고 있다. ‘발병이 났다’라거나 ‘위독하다’라는 단계를 넘어 ‘광증이 난 악당한테 몽둥이 맞고/ 선지피 흘리며 거꾸러지다’라는 소문이 들리고, 4연에서는 1연과 유사한 통사구조의 반복으로 화자는 마을 사람들이 봄이 ‘자살했다커니/ 장사 지내 버렸다커니’ 등등, 쑥덕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다. 그렇지만 화자는 이런 떠도는 소문에 불안해하거니 절망하지 않는다.

 

  화자는 5에 와서, 시상을 전환하여 ‘눈이 휘동그래진 새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 근처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몇 날 밤 우리들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 와서/ 몸단장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다.’라고 봄이 가까이 와 있음을 듣고 느끼고 있다. 즉 화자가 기다리던 대상인 ‘봄’이 목전에 도달해 있는 것으로 표현함으로써 ‘봄’에 대한 화자의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이 시는 군사 독재 시대에 그토록 갈망하던 자유와 평화의 세상이 쉽게 오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며 그날은 반드시 올 것이라는 희망을 담고 있다. 병이 나서 못 오고 또 바닷가에 상륙하기는 했는데 동백꽃 산모퉁이에 쉬느라 못 오고, 심지어 악한에게 맞아 죽어서 자살했다는 소문도 있고 별의별 이야기들이 난무하지만, 결국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에 그리고 집 울타리 밑에 몰래 숨어 와서 몸단장을 하r로 있는 중이라고 한다. 자유와 따뜻한 평화는 아무리 억눌림을 당해도 이렇게 자연의 이치처럼 오고야 만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

 

 

▲작자 신동엽(申東曄, 1930~1969)

 

 

  시인. 충남 부여 출생.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가 당선하여 등단하였다. 고통스러운 민족의 역사를 전제로 한 참여적 경향의 시와 분단 조국의 현실적 문제에 관심을 표명한 서정시와 서사시를 주로 썼다. 시집으로 《아사녀》(1963),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1979), 《금강》(1989) 등이 있다.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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