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2 - 이중섭 화가께
- 신달자
가슴에는 천도복숭아
엉덩이에는 사과가 익어 가는
내 아이는
지금 향내로 가득합니다.
곧 연둣빛 싹도 살며시 돋고
계집아이 수줍음도 돋아나겠지만
내 아이는
더 자라지 않고
벌거벗은 채로 뛰어노는
당신의 아이들 속에
벌거벗은 채로
봄을 가지고 화평을 가지고
영원을 가지고 놀게 하고 싶습니다.
찢어진 은지 속에서도
아름다운 세상 만들며
순연한 부드러움
맑은 영혼 영혼으로 ……
- 시집 《새를 보면서》(1988) 수록
*화평 : 화목하고 평온함.
*순연한 : 다른 것이 조금도 섞이지 아니하고 제대로 온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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