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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산 너머 남촌에는 / 김동환

by 혜강(惠江) 2020. 4. 22.

 

 

 

<시>

 

산 너머 남촌에는

 

 

- 김동환

 

 

1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南風) 불 제 나는 좋데나.

 

2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너른 벌엔 호랑나비 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3

산 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있고

배나무 꽃 아래엔 누가 섰다기,

 

그리운 생각에 재를 오르니

구름에 가리어 아니 보이네.

 

끊었다 이어 오는 가는 노래는

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네

 

- 조선 문단18(1927.1) 발표

 

 

이해와 감상

 

 19271조선 문단18호에 발표된 이 시는 1942년 김동환의 시집해당화에 실려 있다. 시의 제목에 나오는 산 너머 남촌은 봄바람을 보내주는 곳으로 아름다운 자연미(自然美)와 함께 시인이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는 이상향(理想鄕) 같은 공간이다. 시인은 그런 이상향을 상상하면서 이상향에 대한 그리움을 민요조의 가락과 향토적인 정서로 표현하고 있다.

 

 시조와 현대시 사이에서 시인은 토속적 정서를 시속에 녹여 3·4조의 변형 리듬에 7·5를 얹어, 각 연 6행씩 모두 3연으로 구성하였다. '내음새', '섰다기' 등은 7·5조의 음수율을 맞추기 위해 시인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민요적 율격으로 인해 부드럽고 생동감 있는 리듬을 느낄 수 있고, 계절감과 향토적인 정서를 드러내는 여러 사물을 묘사하여 시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시구의 반복을 통해 정서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 시는 후각, 시각, 청각 등의 다양한 심상을 활용하여 대상을 형상화 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후각적 심상으로 진달래 향기, 보리 내음새, 후각적 심상으로 빛깔 고운 하늘, 금잔디, 호랑나비 떼, 배나무꽃, 청각적 심상으로 종달새 노래등이 그것이다. 이 외에도 진달래의 분홍과 보리밭의 연두의 시각적 심상의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어 남촌의 아름다운 정경을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1연과 2연에서 시인은 남촌의 아름다운 정경을 상상하며, ‘남풍이 봄소식을 전해 올 것으로 생각하며 좋아한다. ‘남촌은 시인이 그리워하는 이상향으로 그곳에는 진달래 향기보리 내음새가 풍기는 곳이며, ‘호랑나비 떼종달래 노래가 어울린 곳이다. 시인은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라며, ‘남촌의 아름다운 풍경을 예찬한다.

 

1연과 2연이 남촌의 풍경을 묘사한 것이라면, 3연은 시인의 임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3연에서 시인은 남촌과 그곳에 있는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다. ‘그리운 생각에 영()에 오르니/ 구름에 가리어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시인은 ''은 비록 보이지 않지만, ''이 내게 전해 주는 사랑의 노래는 봄바람을 타고 조용히 들려 온다. ‘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데라는 것은 시인과 사이의 정서적 교류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서정을 읊은 낭만시 계열에 속하는 작품이다.

 

 이 시는 민요풍의 리듬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근원적 인간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노래라는 점에서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김동현 작곡, 가수 박재란 노래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이 노래는 고향을 떠나 방랑하던 그 시대인들에게 한없는 그리움과 행복을 꿈꾸게 한 명곡이었다. 이 속에 담겨있는 풀냄새와 향긋한 배꽃 향기를 맡으면 만 가지 인간 서러움을 잠시나마 눈 녹듯 잊게 된다.

 

 조선인의 가장 밝고 소박하고 순수하며 건강한 정서를 다 담아 표현한 이 시는 일제의 참혹 속에서도 민족의 비애를 가슴에 묻고, ‘산 너머 남촌에 대한 그리움을 통해서 민족의 희망을 노래로 승화시켰다.

 

 

작자 김동환(金東煥, 1901~ ? )

 

 시인. 아호는 파인(巴人). 함경북도 경성 출신. 동아일보사(1925), 조선일보사(1927) 기자를 지냈고, 1929년 종합 잡지 삼천리를 자영하였으며, 1938년에는 그 자매지로 문예지 삼천리문학을 간행하기도 하였다. 1941년 이후 친일 행각을 하였다.

 

 그의 문단 활동은 1924금성에 시 적성(赤星)을 손가락질하며를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뒤 여러 잡지와 신문에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1시집 국경의 밤(1925)과 제2시집 승천하는 청춘(1925) 2권을 간행하였다. 그리고 주요한·이광수와 함께 제3시집 삼인시가집(1929)을 펴냈고, 이어 제4시집 해당화(1942)를 발간하기도 하였다. , 그가 납북된 후 최정희가 유고를 모아 펴낸 제5시집  돌아온 날개(1962)가 있다그의 대표작으로는 국경의 밤, 북청 물장수,   산 너머 남촌에는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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