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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일어서라 풀아 / 강은교

by 혜강(惠江) 2020. 4. 9.

 

 

 

 

 

 

일어서라 풀아

 

 

-  강은교

 

 

 

일어서라 풀아

땅 위 거름이란 거름 다 모아

구름송이 하늘 구름송이들 다 끌어들여

끈질긴 뿌리로 긁힌 얼굴로

빛나라 너희 터지는

목청 어영차

천지에 뿌려라.

 

이제 부는 바람들

전부 너희 숨소리 지나온 것

이제 꾸는 꿈들

전부 너희 몸에 맺혀 있던 것

저 바다 집채 파도도

너희 이파리 스쳐 왔다.

너희 그림자 만지며 왔다

 

일어서라 풀아

일어서라 풀아

이 세상 숨소리 빗물로 쏟아지면

빗물 마시고

흰 눈으로 펑펑 퍼부으면

가슴 한아름

쓰러지는 풀아

엉차 어영차

빛나라 너희

죽은 듯 엎드려

실눈 뜨고 있는 것들

 

- 출전 소리집(1982)

 

 

이해와 감상

 

 

 이 시는 힘없는 민중을 자연물인 에 비유하여 민중이 지닌 끈질긴 생명력을 환기하면서 민중이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로의 변화와 희망의 주체가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 시에서 '''힘없는 민중' 또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의미한다. 시적 화자는 의인화된 대상인 ''에게 일어서라는 명령투의 어조를 사용하여 ''이 자신에게 닥친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것을 염원하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 ''로 비유된 힘없는 민중들이 강인한 생명력으로 고된 현실을 극복하기를 염원하고 있다.

 

 표현상 특징은 을 의인화하여 화자가 에게 직접 말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화자의 염원을 직접 드러내고 있으며, 동일한 시어, 시구를 반복하여 리듬감과 의미를 강조하고, 명령형 어미를 사용하여 민중의 의지적인 삶의 태도를 촉구하고 있다.

 

 1연은 힘을 모아 민중의 목소리를 세상에 떨쳐 새로운 역사의 주체가 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일어서라 풀아'라고 명령형의 어조를 반복하여 사용함으로써, 청자를 강하게 독려하며 시작하고 있다. ''에게 영양분이 되는 '거름'과 희망이 되는 '하늘 구름송이'를 다 끌어 모아서라도 일어서라고 말하고 있다. , ''의 생명의 근원이자, 어떠한 외부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게 해 주는 '끈질긴 뿌리', 시련과 고통을 겪으며 생긴 '긁힌 얼굴'로 부정한 현실에 '어영차' 하고 민중의 목소리를 높이라고 주문한다.


  2연에서는 민중이 지닌 희망과 강인함을 노래하고 있다. 변화의 기운을 몰고 오는 '바람'과 미래의 희망인 '', 그리고 변화를 이루어 낼 거대한 힘인 '바다 집채 파도' 모두 ''로 비유되는 민중에게서 시작된 것이며, 또한 민중과 계속 함께해 왔음을 말하고 있다.


  3연에서는 1연의 '일어서라 풀아'를 다시 반복하며 민중이 지닌 끈질긴 생명력과 의지를 재차 촉구하고 있다. , '빗물''흰 눈'과 같은 시련과 고난을 감내하고 견디며 '죽은 듯 엎드려' 있다가도 '실눈 뜨고' 다시 일어서 기회를 노리고 있는, 패배하거나 굴복한 것이 아니라 생명력을 잃지 않는 역사 발전의 주체로서의 민중을 그리고 있다. ‘영차 어영차/ 빛나라는 민중을 향한 화자의 격려요 응원이다. 이처럼 이 시는 민중이 자신의 현실을 개혁해 가는 주체로서 일어설 것을 촉구하는 저항 의식을 형상화하고 있다.

 

 

작자 강은교(姜恩喬, 1945 ~ )

 

  시인. 함남 흥원 출생. 1968사상계신인 문학상에 <순례자의 잠>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허무를 주제로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에서 출발했는데, 점차 생명의 신비와 공동체적 삶으로 관심을 넓혀 갔다. 시집으로 허무집(1971), 소리집(1982), 우리가 물이 되어(1987), 초록 거미의 사랑(2006) 등이 있다.

 

 

 

/ 해설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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