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 정현종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가볍게 떠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 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튀어 오르는 공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이 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을 제재로 하여, 튀어오르는 공처럼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삶의 자세를 노래하고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을 도형으로 그린다면 아마도 둥근 공의 모양이 아닐까? 우주를 이루고 있는 태양과 별이 둥글며 대부분 꽃의 열매나 짐승의 알들도 둥글다. 멈추지 않는 탄력의 형태, 화자는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생각하면서 어떤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튀어 오르는 공처럼 이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대상의 움직임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여 주제 의식을 구현하고 있으며, 동일한 시구의 반복으로 운율을 형성하고 있으며, 도치법을 사용하여 강조하고 있다.
1연에서 시인은 세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떨어졌다가 다시 튀어 오르는 공처럼 살겠다고 다짐한다. 첫 행인 ‘그래도 살아봐야지’를 두 번 반복하여 표현한 ‘공이 되어’의 앞에 놓아 도치법으로 화자의 의지를 강조한 것인데, ‘그래도’의 ‘도’ 역시, 지쳐도, 힘들어도 튀는 공처럼 씩씩하고 활기차게 살아야겠다는 것을 강조한다. 1연에 나타난 화자의 꿋꿋한 의지는 4연까지 반복하며 이어진다.
2연은 쓰러지지 않는 공처럼 역동적으로 살고자 다짐한다. ‘쓰러지는 법이 없는’은 자기 뜻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의 ’왕자‘는 공을 의미하는 것인데, 동화적인 상상력을 빌어 표현한 것이다.
3연은 가볍게 떠오를 준비가 되어 있는 공처럼 살고자 하는 다짐을 드러낸다. ‘곧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는 꼴’은 항상 준비된 삶의 자세를 뜻한다.
4연은 마지막 연으로 최선을 다하려는 공과 같은 삶을 살고자 다짐한다. 첫 마디 ’옳지‘는 앞에서의 다짐을 재차 확인하며, 4연의 최선을 삶을 살고자 하는 ’지금의 네 모습’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화자는 최선을 다하는 삶의 모습을 힘들거나 어려워도 좌절하지 않고 오뚜기처럼 ’쓰러지는 법‘이 없이 일어서는 삶의 모습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시는 힘든 시대. 힘든 삶을 살아가는 자신에게 하는 다짐인 동시에, 같은 시대에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희망가(希望歌)이다.
시인. 서울 출생. 1965년 《현대문학》에 박두진이 <독무>, 〈여름과 겨울의 노래〉 등을 추천하여 문단에 등단했다. 초기에는 사물에 깃들어 있는 꿈과 인간의 근원적인 꿈의 관계를 탐구한 시를 발표하였고, 후기에는 구체적 생명 현상에 대한 공감을 다룬 시를 발표하였다.
시집으로 《사물의 꿈》(1972), 《달아 달아 밝은 달아》(1982),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1991), 《한 꽃송이》(1992), 《내 어깨 위의 호랑이》(1995), 《이슬》(1996), 《갈증이며 샘물인》(1999), 《견딜 수 없네》(2003), 《광휘의 속삭임》(2008) 등이 있다.
<해설 및 정리>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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