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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고무신 / 장순하

by 혜강(惠江) 2020. 4. 1.

 

 

 

 

고무신

 

 

- 장순하

 

 

   

눈보라 비껴 나는 
 

 

퍼뜩 차창(車窓)으로
스쳐 가는 인정(人情)!  

  

외딴집 섬돌에 놓인  

하나

세 켤레

 

                    

 

     - 시집 백색부(1968)

 

 

시어 풀이

 

비껴 나는 : 비스듬히 나는

---: ‘전주~군산가도

섬돌 : 집채의 앞뒤에 오르내릴 수 있게 놓은 돌층계.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시각적인 요소가 두드러진 실험적인 시조로, 회화적이고 입체적인 형식을 통해 차창 밖으로 보이는 소박한 시골 풍경에서 느끼는 따스한 정을 그려 내고 있다.

 

 이 시조는 독특한 형태적 매력을 가지고 있다. 매우 실험적인 시조로서, 36구의 형식을 지니는 구별 배행 시조의 형태로 되어 있으며, 줄표, 다양한 글자 크기, 도형 등을 활용한 파격적인 형식을 통해 시각적인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화자는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정서를 드러내고, ‘고무신’, ‘외딴집’, ‘섬돌에서 느껴지는 시골 이미지를 통해 시골의 인정을 그려 내고 있다.

 

 초장은 전주-군산 사이의 도로를 달리는 차창에서 본 눈보라치는 삭막한 전경이 그려져 있다. 눈보라는 오락가락 내렸다 그쳤다를 계속한다. 화자는 ---를 달린다. 전주-군산 간을 달리는 이 도로는 한자 글자 사이에 줄을 그어놓음으로써 쭉 곧은 도로로 달리는 차의 속도감을 직접 시각 이미지로 표현하면서 초장의 자수를 맞추고 있으며, 한자 나름의 조형미를 그려 보이고 있다.

 

 중장에서 화자는 달리는 차 안에서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마을을 바라보면서, 고향의 따스한 인정미를 떠올리게 된다. 이 시의 핵심어인 인정(人情)’은 삭막한 현대 사회 속에서 인정을 발견한 화자의 주제 의식이 담겨 있다.

 

 종장은 시골 외단집의 따뜻하고 단란한 풍경을 보여준다. 화자는 어느 외딴집을 바라보게 되고, 섬돌에 놓여진 세 켤레의 고무신을 발견하게 된다. 종장의 사각형안의 글자는 섬돌 위에 올려진 고무신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글자 크기를 다르게 하여 아버지, 아이, 어머니의 신발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러한 배열은 전통 시조를 전위적이고 파격적인 것으로 시를 한 폭의 회화(繪畵)로 변형시켜 놓았다.

 

 이 시는 차가운 현대 사회를 대변하는 도로 위에서 화자가 어느 집 방문 앞에 단란하게 놓인 고무신 세 켤레를 보고 발견한 따뜻한 인정미를 보여준다.

 

 

작자 장순하(張諄河, 1928~ )

 

 

 시조시인. 전북 정읍 출생. 호 사봉(師峰). 1949새교육지에 <어머님전 상사리>를 발표하고, 1957년 제1회 개천절 경축 전국백일장 시조부 예선에서 <통일대한>으로 장원을 했으며, 현대문학의 초대로 <울타리> <허수아비> 등이 게재됨으로써 문단에 데뷔하였다. 시조 전문지 신조(新調)주간 역임.

 

 그는 전통적인 시조를 변형하는 실험에 주력하면서, 한때 모더니즘에서 유행했던 시각적(視覺的) 표현법을 시조에 도입하여 글자 모양과 글자의 위치와 배열의 변화 등을 실험하는 한편, 화화를 시조 안에 끼워 넣는 일까지도 시도하였다. 시집에 백색부(白色賦)(1968), 묵계(黙契(1974), 동창(東窓)이 밝았느냐(1985), 달빛과 사랑(1986), 서울 귀거래(1997), 이삭줍기(2001) 등이 있다.

 

 

 

<해설 및 정리>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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