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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서해상의 낙조 / 이태극

by 혜강(惠江) 2020. 4. 1.

 

 

 

 

서해상의 낙조


 

- 이태극


 

 

어허 저기 물이 끓는다.
구름이 마구 탄다.

동근 원구가
검붉은 불덩이다.

수평선 한 지점 위로
머문듯이 접어든다.

큰 바퀴 피로 붙들며
반 나마 잠기었다.

먼 뒷섬들이
다시 환히 얼리드니

아차차 채운만 남기고
정녕 없어졌구나.

구름 빛도 가라 앉고
섬들도 그림 진다.

끓던 물도 검푸르게
잔잔히 숨더니만

어디서 살진 반달이
함을 따라 웃는고.

 

                          - 꽃과 연인(1957)

 

 

시어 풀이

 


원구(圓球) : 둥근 공이나 알.

나마 : 받침 없는 체언에 붙어, 만족하지 못함을 참고 아쉬운 대로 양보함을 나타내는 보조사.

얼리더니 : 어울리더니

아차차 : 아쉬움을 나타내는 감탄사

채운(彩雲) : 여러 빛깔로 아롱진 고운 구름

그림 진다 : 그림자 진다.

살진 : 살이 많고 튼실한, 살이 오른

() : 군함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1957년에 창작된 작품으로 해군 함정을 타고 제주도에 갔을 때, 바다로 지는 낙조의 모습을 바라보며, 낙조의 아름다움과 일출의 모습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이 시는 사라짐을 연상하게 하는 낙조를 새로 돋아나는 월출로 연결함으로써 끊임없이 이어지는 하향과 상향의 이미지를 구현하여 바다 위로 해가 떨어지는 광경에 대한 감탄과 일몰 후의 허전함, 허전함 뒤에 오는 또 다른 풍경의 묘미가 형상화되어 있다.

 

 이 시는 3수가 하나로 연결된 연시조로, 각 장을 2행으로 배열한 구별배행시조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는 1960년대를 전후하여 일어난 시조 부흥 운동에서 시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첫수는 일몰 직전의 장엄함을 노래하고 있다. 시인은 물이 끓는다/ 구름이 마구 탄다는 낙조의 모습을 어허 저거라는 감탄사로 낙조의 황홀함을 표현한다. ‘둥근 원구검붉은 불덩이는 지는 해가 물 위에 떠 있는 낙조의 모습으로 그것은 곧 수평선에 머문 듯이 사라진다.

 

 둘째 수는 일몰 순간의 아쉬움을 노래하고 있다. ‘큰 바위로 표현된 해는 주변을 붉게 물들이며 멀리 뒤에 있는 섬들과 어울리더니 낙조로 곱게 물든 구름만 남기고 사라진다. ‘정녕 없어졌구나.’는 감탄사 아차차와 함께 낙조의 아쉬움을 드러낸 표현이다.

 

 셋째 수는 일몰 직후의 월출 광경을 표현하고 있다. 낙조도 어느덧 사라지고 잠시 어두운 바다에 섬들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바닷물이 어둠 속에 숨더니 순간 반달이 떠올라 웃는 듯하다. ‘어디서 살진 반달이/ ()을 따라 웃는고에서 달의 웃음은 새로운 희망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화자는 일몰 직전일몰 순간일몰 직후로 시상을 전개하면서 일몰의 과정을 사실 적으로 묘사하고, 일몰의 아쉬움에 이어 월출로 연결시키는 수법으로 허전함 뒤에 오는 색다른 묘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태극(李泰極,  2013~2003)

 


 시인, 시조 시인, 강원도 화천 출생. 1955한국일보<산딸기>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1960년 시조전문지 시조문학(時調文學)을 창간하여 시조문학의 부흥을 위한 노력과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시인으로서 창작 열의와 의욕 못지않게 시조 부흥에 열정과 관심을 쏟으면서 현대시조의 전통성을 찾아가는 적극 노력하였고, 현대시조의 시 세계를 통해 시조의 문학적 위상을 높이고 후배 문인 배출에도 열성을 기울였다.

 

 

 

<해설 및 정리>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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