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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백담사 / 이성선

by 혜강(惠江) 2020. 3. 31.

 

<사진 : 백담사에 세운 이성선 시비 '나 없는 세상'>

 

 

백담사

 

 

- 이성선

 

 

저녁 공양을 마친 스님이
절 마당을 쓴다.
마당 구석에 나앉은 큰 산 작은 산이
빗자루에 쓸려나간다.
산에 걸린 달도
빗자루 끝에 쓸려나간다.
조그만 마당 하늘에 걸린 마당
정갈히 쓸어놓은 푸르른 하늘에
푸른 별이 돋기 시작한다.
쓸면 쓸수록 별이 더 많이 돋고
쓸면 쓸수록 물소리가 더 많아진다.

 

 

이해와 감상 / 해설 : 남상학 시인 


 

 스님이라고 해서 반드시 가부좌(跏趺坐)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화자는 매일같이 절 마당을 쓰는 스님의 비질하는 행위를 관찰함으로써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수행에 대한 깨달음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는 주어+서술어로 된 유사한 문장 구조의 변형과 반복을 통해 리듬감을 획득하고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저녁 공양을 마친 스님이 절 마당을 쓸어내기 시작한다. 스님의 비질에 마당 구석의 큰 산 작은 산산에 걸린 산달도쓸려나간다. 이것은 마당에 드리워진 산과 달의 그림자인데, 모두 세속의 삶을 의미한다. ‘빗자루에 쓸려나간다는 것은 세속의 번뇌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빗자루로 정갈하게 쓸어 놓은 푸르른 하늘에 / 푸른 별이 돋기 시작한다. 푸른 하늘에 돋은 푸른 별은 수양을 통해 세속의 욕심을 버린 자리에 채워지는 깨달음을 의미한다. ’쓸면 쓸수록 물소리가 더 맑아진다.‘는 것은 수양으로 더욱 마음이 정갈해 짐을 의미한다.

 

 이 시에서 화자는 스님의 비질은 속세의 번뇌를 극복하기 위한 수양의 일부로 보고, 비질로 인해 정갈해진 마당(=푸른 하늘)푸른 별이 돋움으로써 수양을 통한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작자 이상선(李聖善, 1941~2001)

 

 1941, 강원도 고성 출생. 1970문화비평<시인의 병풍>4편을 발표하였고, 1972시문학<아침>, <서랍> 등이 재추천을 받아 문학 활동을 시작하였다. 설악산을 사랑하여 설악산 시인으로도 불렸던 그의 시는 평이한 시어로 동양적 달관의 세계를 깊이 있게 표현하였다는 평을 듣는다. 외로움, 사랑, 순수, 구도(求道), 자연 등은 그의 시를 특정 짓는 키워드다.

 

  그는 첫 시집 시인의 병풍(1974)으로부터 새벽꽃향기(1989), 향기 나는 밤(1991), 절정의 노래(1991), 벌레 시인(1994), 산시(1999), 마지막 시집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2000)에 이르기까지 총 13권의 시집, 7백여 편의 시를 남겼다.

 

  2001, 홀연히 이승을 떠나 저세상으로 간 시인의 유해는 본인의 뜻에 따라 화장되어 백담사 계곡에 뿌려졌고, 절 앞마당에는 지인들에 의해 작은 시비(詩碑) 하나가 세워졌다. 글씨는 많이 마모되어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알아보기가 어렵다. 시비에는 <나 없는 세상>이라는 시가 새겨져 있다. “나 죽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해도// 저 물속에는/ 산 그림자 여전히 혼자 뜰 것이다.” 1999년에 출간한 시집 <산시(山詩)>에 실린 연작시 서른 번째 작품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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