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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봄비 / 이수복

by 혜강(惠江) 2020. 4. 1.

 

<출처 : 다음블로그 '일러무삼구자운의 블로그'>

 

봄비

 

 

-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 시집 봄비(1969)

시어 풀이

~것다 : (예스러운 표현으로) 해라할 자리에 쓰여, 경험이나 이치로 미루어 틀림없이 그러할 것임을 추측하거나 다짐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

시새워 : 남보다 낫기 위하여 서로 다퉈

벙글어질 : 맺힘을 풀고 툭 터지며 활짝 열려질.

향연(香煙) : 향이 타며 나는 연기.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머지않아 다가올 아름다운 봄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봄비 내리는 날의 애상적 정서를 노래하고 있다. (사별한 임에 대한 애잔한 슬픔과 그리움을)

 

 화자는 봄비가 온 뒤 생동감 넘치는 푸른 풀밭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데서 오는 서러운 정서를 3음보격의 전통적인 민요조의 운율과 토속어를 사용하여 노래하고 있다. 또 상상에 의한 감각적 표현이 돋보이며, 대립적인 이미지를 통해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 이 시의 표현상 특징의 하나는, ‘~것다라는 종결 어미를 사용하여 각운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종결 어미는 으레 그러리라고 짐작되는 것을 다짐하여 말할 때 예스럽게 사용하는 말로 시의 리듬을 형성하며, 그리움과 슬픔을 절제하는 효과를 주고 있다.


  1연에서 화자는 봄비가 그친 뒤 강나루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올 것을 노래하고 있다. 여기서 는 서러운 애상의 정서를 유발하는 매개체이며, ‘서러운 풀빛은 화자의 정서가 감정 이입된 것으로 서러운 이유는 4연에서 임 앞에 타오르는향불의 연기와도 같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2연은 봄비 그친 뒤 푸른 보리밭에서 종달새가 지저귈 것을 노래하고 있다. ‘푸른 보리밭은 생명을 나타내는 시각적 이미지로 화자의 서러운 정서와 대비되며, ‘종달새역시 봄을 알리는 대상으로 생기 넘치는 봄의 이미지를 드러낸다.

 3연은 봄비 그친 뒤 처녀애들이 꽃밭 속에서 짝지어 즐거워할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시새워 벙글어질은 시샘하듯 앞다투어 피어남을 뜻하며, ‘고운 꽃밭처녀애들은 모두 모두 생명력을 상징한다.

 마지막 4연은 봄비 그친 뒤 생명처럼 피어날 아지랑이를 노래하고 있다. 그런데 아지랑이임 앞에서 피어날 향연(香煙)과 같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임의 죽음을 암시하고 있다. 여기서 아지랑이푸르른 보리밭 길’, ‘종달새’, ‘꽃밭’, ‘처녀 애들과 같이 봄에 느끼는 생명의 이미지이지만, ‘’, ‘서러운 풀밭‘, ’향연의 애상적 이미지를 대립시킴으로써 이를 통하여 통해 아름답고도 슬픈 봄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 임은 이 세상에 있지 않으며, 따라서 화자는 다가올 봄의 아름다움이 그저 아름답고 기쁘지만은 않은 것이다, 봄의 아름다움은 오히려 화자의 마음 깊이 잠들어 있던 그리움과 슬픔을 다시 일깨울 뿐이다. 이 시가 봄의 생명력을 노래하면서도 전통적 애상의 정서를 느끼게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작자 이수복(李壽福, 1924~1986)

 시인. 전남 함평 출생. 1955년 서정주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실솔>, <봄비>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일반적으로 섬세한 감성과 온화한 서정을 살린 시풍으로, 한국적인 정감을 한의 미학으로 승화시켜 한국 전통시의 맥을 잇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집으로 봄비(1969)가 있다.

 

<해설 및 정리>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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