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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목계장터 / 신경림

by 혜강(惠江) 2020. 3. 26.

 

 

 

 

목계장터

 

 

- 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 출전 농무(1973)

 

 

시어 풀이

 

목계 나루충주 부근 남한강 변에서 가장 번화했던 나루 장터
박가분여자들의 화장품
방물장수여자들에게 소용되는 물품을 파는 상인
맵차거든매섭게 차갑거든
토방마루를 놓을 수 있게 된 처마 밑의 땅
(天痴)보통 사람과 비교해 지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떠돌이 장사꾼들의 삶의 공간인 목계 장터라는 토속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유랑하는 민중의 애환과 고뇌를 민요적 가락으로 그려 낸 서정시이다.

 

 이 시의 제목이기도 한 목계 장터1910년대까지 중부 지방 각종 산물의 집산지로서 남한강안(南漢江岸)의 수많은 나루터 중 가장 번창했지만, 일제 식민지 수탈 정책의 하나로 충북선이 부설되자 점차 그 기능을 상실한 곳이다. 시인은 바로 이 목계 장터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아 점차 붕괴하고 있는 농촌 사회 속에서 떠돌이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민중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이 시의 화자인 (민중)’는 떠돌이 생활을 하는 숙명과 정착하여 살고 싶은 소망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는 떠남과 정착의 이미지가 대조적으로 드러나 있으며, ‘하늘’, ‘’, ‘’, ‘등의 자연물이 말하는 것을 화자가 받아 진술하는 일인칭 화자의 독백적 진술 형태를 취하고, 문장의 끝을 하고’, ‘하네’, ‘~라네를 반복 사용함으로써 시상 전개에 리듬감 및 생동감을 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 ‘방물장수’, ‘토방’, ‘툇마루등 향토적 시어를 사용하여 토속적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으며, 4음보의 민요적 율격을 반복 사용하여 시의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

 

 구성면에서는 1~7, 8~14행이 유사한 맥락으로 이루어져 있고, 15, 16행은 1, 2행과 8, 9행을 변주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안정된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방랑과 정착의 이미지가 두 축을 이루고 있다. 1~7행은 떠돌이의 유랑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에 대해 노래한다. ‘구름’, ‘바람’, ‘방물장수등의 시어가 방랑의 이미지를 나타낸다. 이들은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 머물 수 없는 가변적인 존재로 한 장소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하는 민중들을 의미한다.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는 나들이 방물장수의 애환이 담긴 것으로 방랑하는 삶의 애환을 엿볼 수 있다.

 

 반면, 8~14행은 고달픈 삶의 애환과 정착에 대한 소망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 등장하는 들꽃’, ‘잔돌의 시어는 알 부분의 구름바람과는 대립하는 것으로 정착의 이미지를 지닌다. 이를 통해 화자는 정착한 삶에 대한 화자의 미련을 드러내는 한편, 떠돌이의 애환을 노래한다. ‘찬 서리 맵차거든물여울 모질거든에 대응하는 시구로서 모두 시련과 고난을 상징하며, 힘없고 고통받는 민중의 모습을 보여준다.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역시 초라한 삶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세속의 이해나 욕망을 다 떨쳐버린 천치처럼 잠시라도 정착하여 살고 싶어 한다.

 

 그리고 마지막 15~16행은 방황과 정착 사이의 갈등을 방랑의 이미지인 바람과 정착의 이미지 잔돌에 비유하여 보여준다. 화자는 이 시에서 떠돌아야 하는 숙명과 정착하여 살고 싶은 소망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민중의 아픔과 애환을 그려 내고 있다.

 

 이것은 곧 목계 장터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아 점차 붕괴하고 있는 농촌 사회 속에서 방랑과 정착의 갈림길에 서 있는 농촌 공동체의 삶을 상징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시는 1970년대에 등장한 민중시(民衆詩) 계열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민중시의 등장 배경

 

  1970년대는 유신 독재 정치 체제 아래서 재벌 위주의 경제 성장을 표방하면서 자본주의적 근대화가 추진된 시기로서 이에 따라 전통적인 농촌 공동체가 해체되고 도시적 삶이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농민이 농촌을 떠나 도시 빈민이 되는 등 농민·노동자와 같은 민중의 희생이 강요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동자와 농민의 삶을 중심 제재로 삼아 당시 사회를 고발하는 작품, 즉 민중시가 등장했다. 이러한 민중시는 노동 문제 · 농민 문제 · 분단 문제 등 우리 사회의 모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작자 신경림(申庚林,1936 ~ )

 

 

  시인. 충북 충주 출생. 1955문학예술<낮달>, <갈대>, <묘비> 가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1973년에 펴낸 첫 시집 농무(農舞)는 우리 민족의 정서가 짙게 깔린 농촌 현실을 기초로 하여 민중들과 공감대를 이루는 시로 평가받고 있다.

시집으로 농무(1973), 새재(1979), 달넘세(1985), 남한강(1987), 우리들의 북(1988), (1990) 등이 있다. 주로 농촌을 배경으로 우리의 현실과 한, 울분, 고뇌 등을 다룬 시를 썼다.

 

 

<해설 및 정리>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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