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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북청 물장수 / 김동환

by 혜강(惠江) 2020. 2. 14.

 

 

 

 

 

북청 물장수

 

 

- 김동환(金東煥)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쏴아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물에 젖은 꿈이

북청 물장수를 부르면

그는 삐꺽 삐꺽 소리를 치며

온 자취도 없이 다시 사라진다.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

 

                   - 동아일보(1924. 10. 24)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새벽에 물을 날라다 주는 북청 물장수를 기다리는 마음을 감각적으로 그리고 있다. 서울 거리의 북청 물장수는 매우 유명했다. 자식의 공부를 위해 북청 사람들이 열심히 물장수 일을 한 것인데, 함경도 출신인 시인의 눈에는 더욱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물장수가 새벽 일찍 골목을 다니는 것을 '꿈길을 밟고' 온다고 하여 꿈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은 시각임을 말하면서, 동시에 물장수의 방문을 꿈과 연관지어 그들의 노동이 낭만적으로 승화시켰다. '찬물을 솨아 퍼붓는' 행위에서 물장수의 건강성, 힘찬 모습을 떠올리게 되고, 생활의 활력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그 부지런한 건강한 물장수의 방문을 '가슴을 디디면서로 표현한 것은 물장수가 가지고 있는 건강성, 생활력에 감동하였음을 감각적으로 느끼게 한다. 그리고 물장수가 왔다가 가는 것은 화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떠난다는 의미가 되는데, 멀리 사라지는 물장수에 대응하여 감정도 오랫동안 여운을 주고 지속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작품에서 물의 이미지는 부드럽고 생명감 넘치는 것으로, 꿈이 물에 젖음으로써 그 꿈은 더욱 포근해지고 생명감 있어 보인다. 꿈에서 깨어나 물장수를 부르면 그는 어느덧 사라지고 없다. 그러기에 아침이 되면 더욱 그리워지는 것이다. 이 시는 물장수에 대한 화자의 교감이 돋보이며, 그것을 신선한 감각으로 그린 점이 무엇보다 두드러진다. 이러한 물장수와 맺어진 아침의 신선한 인간적 정()이 시인으로 하여금 '날마다 아침마다' 물장수를 기다리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부지런한 북청 물장수가 새벽에 와서 붓고 가는 물소리에 도시인의 마음은 새벽에 길어온 물처럼 맑고 깨끗하게 변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소리를 도시인은 그리워하며 기다린다. 단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도시인의 아침 풍경이 매우 간결하면서도 적절하게 묘사되어 있다.  매일같이 되풀이되는 북청 물장수의 근면하고 과묵한 행동, 고달픈 생활고(生活苦)로 상징된 '삐걱삐걱' 하는 물지게 소리이지, 제 할 일을 묵묵히 하는 물장수의 행동과 그에게서 인간적 친밀감을 느끼며 맑고 활기찬 아침을 여는 모습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해설>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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