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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벽모(碧毛)의 묘(猫) / 황석우

by 혜강(惠江) 2020. 2. 10.


<출처 : wvlnvdtnep 님의 블로그 >



벽모(碧毛)의 묘()

- 황석우


어느 날 내 영혼의
낮잠 터 되는 사막의 위 숲 그늘로서
파란 털의 고양이가 내 고적한
마음을 바라보면서

"이애, 너의
온갖 오뇌(懊惱), 운명을
나의 끓는 삶 같은
()에 살짝 삶아 주마.
만일에
네 마음이
우리들의 세계의
태양이 되기만 하며
기독(基督)이 되기만 하면."


<> 벽모(碧毛) : 푸른 빛깔의 털, ()는 고양이, 따라서 벽모(碧毛)의 묘()’는 파란 털의 고양이

 


이해와 감상

  고양이가 어린아이 말솜씨로 대화해 오는 대화시(對話詩) 수법이다. 전반부(16)는 이 대화를 위한 상황 설명과 수식(修飾)에 불과한 것이다. '파란 털의 고양이' '끓는 삶 같은 애'와 같은 모호한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불일치에서 오는 관념의 몽롱성과 소재의 불투명성, 그리고 애매한 상징성에서 우러나온 난해성은 정한모의 말대로 한국 초기시의 위상을 말해 주는 것이다.

13행의 자유시로 <폐허> 창간호(1920. 7)에 발표된 이 작품은 제7행 이후의 후반부를 괄호 안에 묶어서, 푸른 털의 고양이가 시인에게 속삭이는 영혼의 대화를 표현하고 있다.

 벽모의 고양이가 자신의 세계를 구원해 주기만 하면, 나의 '온갖 오뇌, 운명'을 말끔히 씻어 주겠다는 내용의 이 시는 퇴폐주의적 바탕에다 상징주의적 수법을 구사함으로써, 마치 괴테의 <파우스트>를 연상케 하는 난해시의 표본으로 평가되어, 당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심성이 간교한 악마인 '고양이'와 깨끗한 심성의 ''는 모두가 시적 화자의 분신들이고, 이 악과 선이 만나는 낮잠터, 수풀 그늘은 자아의 가장 깊숙하고 고요한 원초적 세계를 뜻한다. 그러면 태양, 기독은 구원자를 뜻하는 것.  그러나 ''는 본래의 그 선성 때문에 걸핏하면 병들고 절망하기 쉬울 뿐, 결코 '우리들'의 영혼을 구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하였다. , 인간 구원의 근원적 탐구로서 영혼의 구제를 표현하고 있는 시라고 할 것이다.
  

작자 황석우 (黃錫禹 18951960)

  시인. 서울 출생. 일본 와세다대학[早稻田大學(조도전대학)] 정경과를 중퇴했다. 재학중 일본의 상징주의 시인 미키 로후[三木露風(삼목로풍)]의 영향을 받아 시를 쓰기 시작했다. 1920폐허, 1921장미촌의 창간동인으로 활동하였다. 1928조선시단을 간행하였으며 광복 뒤에는 국민대학 교수를 지냈다.

1920애인의 인도(引渡)》 《벽모(碧毛)의 묘()》 《태양의 침몰등의 시를 발표했다. 그의 시는 관능적·퇴폐적인 관념어로 되어 있어 난해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1920년대 초기에는 오상순(吳相淳홍사용(洪思容변영로(卞榮魯주요한(朱耀翰) 등과 함께 선구적 시인으로 활동하였다. 시집으로는 1929년 간행된 자연송(自然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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