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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혼야(婚夜) / 이동주

by 혜강(惠江) 2020. 2. 10.

 

<출처 : 다음 카페 '데니엘상조회'>

 

 

혼야(婚夜)

 

- 이동주

 

 

 

금슬(琴瑟)은 구구 비둘기……

 

열두 병풍

첩첩 산곡(山谷)인데

칠보 황홀히 오롯한 나의 방석.

 

오오 어느 나라 공주오이까.

다수굿 내 앞에 받아들었오이다.

 

어른 일사 원삼(圓衫)을 입혔는데

수실 단 부전 향낭(香囊)이 애릿해라.

 

황촉 갈고 갈아 첫닭이 우는데

깨알 같은 정화(情話)가 스스로와 ……

 

눈으로 당기면 고즈넉이 끌려와 혀끝에 떨어지는 이름

사르르 온몸에 휘감기는 비단이라

내사 스스로 의()의 장검을 찬 왕자.

 

어느새 늙어 버린 누님 같은 아내여.

쇠갈퀴 손을 잡고 세월이 원통해 눈을 감으면

 

살포시 다시 찾아오는 그대 아직 신부고녀.

 

금슬(琴瑟)은 구구 비둘기.

 

                                                                         -1950<문예>

 

 

이해와 감상

 

이 시는 1950<문예(文藝>지에 추천된 작품이다. 이동주는 이 혼야(婚夜)’와 함께 황혼(黃昏)’ 새댁이라는 시로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이 시는 부부의 정을 첫날 밤의 감회로 돌이켜 노래한 시로 비둘기는 부부 사이를 상징한다. “공주-행낭-왕자등 화려한 시어를 동원하여 첫날밤의 정감을 미화하고 있다.  

 

 제1연은 부부간의 애정이 돈독함을 나타낸다. 비둘기의 자웅(雌雄)구구소리를 내며 서로 화답하듯 부부의 금실이 아주 좋은 것을 말한다. 2-3연에서는 결혼 첫날밤의 신방(新房) 풍경을 묘사했다. ‘첩첩 산곡(山谷)’처럼 열두 병풍(屛風)’을 친 신혼 방에 신랑은 칠보(七寶) 황홀이 오롯한 방석에 앉아 있고, 그 앞에 공주(公主) 같은 신부가 그를 받들어 모시듯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이다.  

 

 제4연은 신부에 관한 묘사다. 부전과 향낭이 달려 있는 원삼(圓衫)을 입고 있는 신부의 모습에서 아직 애티가 나고 사랑스럽다. 5-6연도 신방 풍경을 묘사한 것인데, 7연에서 돌연한 변화를 보인다. 지금까지 묘사된 신혼부부는 이제 늙은 부부가 되어 있는 것이다. 옛날 혼야의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와 보니 그 곱던 신부의 손이 삐쩍 마르고 거칠어져 쇠갈퀴처럼 되어 버렸다. 섬섬옥수(纖纖玉手)가 이렇게 변하다니, 인생무상(人生無常)이 아닐 수 없다. 세월 때문에 그리되었으니 '세월이 원통해' 하고 시인은 읊조린다.

 

 제8연의 살포시 찾아오는 그대 아직/ 신부(新婦)고녀.”, 이제 할머니가 되었지만 그래도 그 옛날 신부 때처럼 사랑스러운 아내로 느껴진다는 뜻이니, 평생 반려자로서의 끈끈한 부부애를 나타낸다. 그래서 제9연에서 금실 좋은 부부임을 다시 한번 노래한다. 이렇듯 이 시는 시상의 흐름을 보면 극적 반전(反轉), 수미상관(首尾相關), 그리고 아름답고 예스러운 우리말을 써서 금실 좋은 부부애(夫婦愛)를 노래했다.

 

  이동주는 정지용, 김영랑, 조지훈 등처럼 고유한 우리말을 다루는 솜씨가 탁월했다. 이 시에서도 다분히 그런 면모를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시다.

 

                                                                             <참조> 네이버 블로그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동주(李東柱 : 1920~1979)

 

 시인. 아호는 심호(心湖). 1920 전남 해남군 현산면 읍호리 출생하여 혜화 전문학교를 중퇴했다. 1940 <조광(朝光)>'귀농'(1940. 6.), '상렬'(1943. 8.) 시를 발표하기 시작하여, 1950 <문예>'황혼', '새댁', '혼야' 등이 추천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원광대학교 서라벌 예술대학 등의 교직을 거쳤고, 말년에는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을 겸하기도 했던 그는 월간문화종합지 <글남문화>, 동인지 <신문학> 등에 작품을 발표하였고, <현대문학>, <자유문학>의 중견 시인으로 문명을 날렸으며 현대문학생상, 자유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1979 암으로 세상을 떠남. 두륜산 도립공원 구주차장 길편에 그의 대표적인 시 '강강술래'가 새겨진 시비가 1980년 한국문인협회 회원과 해남지부 회원등 그를 아끼고 사랑했던 이들에 의해 세워졌다시집으로 <혼야(婚夜)>(1951), <강강술래>(1959), 시선집에 <산조(散調)>(1979), 유고시집 <산조여록(散調余錄)> 등이 있다.

 이동주 시의 전반적인 특징은 향수와 고독 그리고 남도적 가락과 정한의 세계로 압축할 수 있는데, 이러한 특징들은 물론 남도인의 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특히 진한 향토성을 내재하고 있는 이동주의 시는 50년대 혼란과 무질서의 사회 정치사 속에서 남도적 가락과 정한의 세계인 독특한 리리시즘(lyricism)을 전개함으로써 한국시가의 전통적 정서를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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