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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첫날 밤 / 오상순

by 혜강(惠江) 2020. 2. 10.

 

 

 

<출처 : 다음 카페 '데니엘상조회'>

 

 

첫날 밤

 

 

- 오상순


어어 밤은 깊어
화촉 동방의 촛불은 꺼졌다.
허영의 의상은 그림자마저 사라지고

그 청춘의 알몸이
깊은 어둠 바닷속에서
어족(魚族)인 양 노니는데
홀연 그윽이 들리는 소리 있어,

아야!
태초 생명의 비밀 터지는 소리
한 생명 무궁한 생명으로 통하는 소리
열반(涅槃)의 문 열리는 소리
오오. 구운의 성모 현빈(玄牝)이여!

머언 하늘의 뭇 성좌는
이 밤을 위하여 새로 빛날진저!

밤은 새벽을 배(孕胎)
침침히 깊어 간다.


작품이해

  이 시의 '첫날 밤'은 속세 인간사의 남녀 관계만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열반의 문 열리는 소리"라는 구절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이를 종교의 경지에까지  승화시키고 있다. 시상이 집결된 대목은 "아야……. !"로서 태초 생명의 비밀이 터지는 소리임을 강조하고 있다.


시인 오상순(吳相淳 18941963)


  시인. 호는 선운(禪雲공초(空超). 서울 출생. 1918년 일본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동지사 대학)] 종교철학과를 졸업하였다. 1920년 김억(金億) 등과 함께 폐허(廢墟)동인으로 참가하여 창간호에 시대고와 그 희생이라는 논설적 수필을 발표한 뒤, 계속 시를 발표하였다. 초기 시들은 주로 운명을 수용하려는 순응주의와 동양적 허무 사상이 짙게 깔려 있다. 1923년에는 시 폐허의 제단》 《허무혼의 선언등을 발표하여 일제강점기하의 삶을 허무와 세속에서의 일탈로 영위하려는 몸부림을 보였다.

 

  그의 일생은 방랑의 마음에 표현된 것처럼 방랑과 담배 연기, 고독과 허무혼 등이었다고 할 수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힘의 숭배》 《힘의 비애》 《가위쇠》 《의문》 《어느 친구에게》 《나의 고통》 《아시아의 마지막 밤풍경》 《첫날밤50여 편의 시가 있고, 사후 공초오상순시선이 간행되었다. 1956년 예술원상, 1962년 서울시 문화상을 받았다. 1963년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시비가 건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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