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다음블로그 '구름나그네'>
시(詩)
가을 이야기
- 남상학
바람 스치고 간 거리
노란 은행잎 떨어져 밟힐 때
콩알만 한 저녁 햇볕을 광주리 담아 이고
저만큼 앞장서서 걸어오는 아내여
흩어졌던 영혼의 비둘기 떼 모아
떠나온 집으로 돌아가자.
한 생애 오랜 날 비워 둔 자리
내 육체의 상처를 싸매듯
반나절 남은 햇볕으로 흙벽돌 만들어
무너진 담을 쌓고 창을 바르고
부서진 울타리를 매만져 사립문을 세우자.
갈 바람결 차가운 날씨에 불 지피고
밤에는 덧문 닫아 등불 켜고
심지 다독여 가난한 마음에 향을 피우면
단비처럼 내리는 평화
물살처럼 흘러넘치는 우리들의 안식
빈방 사랑의 둥지에서 나누는
체온을 누가 알까, 끓는 물 한 주전자에 어리는
행복의 입김을 누가 알까, 아내여.
긴 밤 고독을 즐기며 지새는 가을이
겨울 지난 새벽 한 잎 동백으로 피어날
사랑인 것을
지치면 다시 살아
꽃 피우는 목숨인 것을
그 누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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