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상노트
찬란하게 비상할 수 있는 날을 주십시오(26~30)
남상학
26
들끓는 여름 바다는 나를 생동하게 합니다.
일체의 것을 잠재우고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려와 넙죽 엎드리는 절대의 복종, 절대의 신앙을 배우게 합니다.
또 모래밭과 바위덩이를 뜨겁게 달구어 내는 이글거리는 태양은 당신을 향한 열정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여름 해변의 바닷가에 붉에 핀 해당화는 당신을 향한 내 믿음의 표상(表象)입니다.
한동안 세상을 잊고 여름 바다에서 살고 싶습니다.
27
나는 때로 학(鶴)의 꿈을 꿈니다.
힘찬 날개짓으로 대지를 박차고 하늘로 떠오르다 번번이 찢긴 나래로 제 자리에 내립니다.
속세에 살면서도 창공을 꿈꾸는 천성(天性), 날개가 하얀 학은 바로 나의 자화상입니다.
오늘도 목을 길게 늘이며 물빛 눈매를 닮은 눈은 하늘을 응시합니다.
푸른 하늘로 당신을 향해 찬란하게 비상(飛翔)할 수 있는 날을 주십시오.
28
일방적으로 베풀기보다 서로 나누는 것이 사랑입니다.
하나의 공간 안에서 대화하고, 슬픔과 기쁨을 함께하는 것, 부족을 채워 주고 뜨거운 신뢰의 벽돌로 평화의 집을 짓는 것. 그러므로 내가 거하는 곳은 어디나 사랑하며 살아가야 할 거룩한 공간입니다.
춥고 떨리는 결핍의 시대에 서로 사랑을 공유(共有)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29
이제는 입술과 말로 꾸미는 소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핏줄로 토해내는 깊은 영혼의 소리를 담아 한 편의 시를 쓰고 싶습니다.
마구 깎아낸 원목(原木) 같은 생명감, 그래서 생목의 풋풋한 향기를 풍길 수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나의 글벗이여, 진솔한 한 편의 글을 위하여 내 머리맡의 등불이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30
살아 있는 날은 당신을 향하여 단정히 앉아 향내 나는 연필로 긴 사랑의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말로, 주고도 아깝지 않은 넉넉함으로 황홀한 사랑의 기쁨을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아픔 속에 잉태하는 반짝이는 진주를 당신의 손가락에 끼워드리겠습니다.
몇 번을 지우고 다시 쓰는, 사랑의 편지 쓰기는 나의 자랑스런 일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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