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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에세이/- 명상자료

(명상) 찬란하게 비상할 수 있는 날을 주십시오(11~15)

by 혜강(惠江) 2020. 1. 31.




명상노트

 

찬란하게 비상할 수 있는 날을 주십시오(11~15)

 

                                                                                   남상학




         11


산은 늘 우리를 침묵하게 합니다.
우람하게 솟아 안개 속에 눈뜨는 산, 자연의 신비와 전설을 그 가슴에 품고 영원을 향하여 의연하게 앉아 있는 모습에서 침묵의 지혜를 배웁니다.
돌아보면 인간은 얼마나 많은 다변(多辯)과 허언(虛言)으로 남에게 괴로움을 주고, 또 얼마나 많은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까?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고 경박하기 그지없었던 나의 지난날 잘못들을 저 무언의 산 앞에서 통회합니다.

         12

나는 바다 앞에서 한없이 울었습니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 말이 남의 가슴을 파고드는 비수가 되어 저토록 깊은 상처를 남길 줄을 몰랐습니다.
죄 없는 당신의 옆구리에 창을 찌르던 병정들과 무엇이 다를 수 있겠습니까?
내가 남긴 무수한 상처들이 여기저기서 소리치며 달려드는 것 같아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바다 끝으로 쫓기면서 울고 또 울었습니다.
악몽을 깬 잠자리는 흥건하게 땀으로 젖었습니다.

         13

남을 용서한다는 말이 사치스러운 것임을 다시 깨닫습니다.
남의 작은 실수에는 그처럼 인색하면서도 나의 허물과 잘못에 대해서는 그토록 관대했던 이기적인 마음, 모두가 나의 탓인데도 남의 탓으로만 돌리려 했던 뻔뻔스러움을 버리지 못하고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그러고서야 어찌 관용(寬容)으로 남을 용서한다는 말이 가능할 수 있겠습니까.

         14

나의 짧은 생각으로 당신을 논()하고, 나의 얕은 지식으로 당신을 판단했던 어리석음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인간의 본질(本質)과 나의 존재(存在)에 대하여 무지하면서도 나의 편견과 독단으로 당신의 가슴에 마구 못질하는 때가 참으로 많았습니다. 또 나의 필요에 따라 당신을 이용하려 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 교만은 또 어찌해야 합니까?

오늘도 나는 무수히 상처 입고 피 흘리는 당신을 봅니다.

 

        15

밤마다 당신을 향해 칼을 가는 사람들이                                                               유다와 함께 횃불 들고 달려드는 세상입니다.
당신을 따르며 수제자라 불리면서 끝내 나는 당신을 모르노라고개를 젓던 베드로와 악수를 나누는 형국입니다.
골고다 언덕으로 쫓기는 당신을 눈물 없이는 더이상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날마다 조금씩 내가 죽어 당신을 구해낼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길을 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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