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상노트
찬란하게 비상할 수 있는 날을 주십시오(1~5)
남상학
1
주님, 어둠 속에 새벽이 동터옵니다.
주님 안에서의 시간은 늘 새롭습니다.
오늘도 생명을 연장시켜 주신 데 감사하며 또 하루를 허락하신 깊은 뜻을 헤아려 봅니다.
어둠을 사르고 떠오르는 태양의 찬란한 빛을 받아 동트는 아침의 새벽이슬 같은 이 정결한 시간들을 주님 위해 바치고 싶습니다.
2
새벽 창가에서 기도를 드리고 나면 마음은 차츰 투명해집니다.
깨끗하고 가난한 마음으로 주님 가까이 다가가야 할 시간입니다.
비어 있어야 비로소 가득 채워지는 사랑인 것을 새삼 깨달으며, 유난히 공복인 지금, 이 시간을 오래오래 유지하고 싶습니다.
3
타오르는 촛불은 당신을 향하여 태우는 나의 열정(熱情)입니다.
오래오래 마음속 어둠을 사르면서 당신을 향하여 불타고 싶은 마음, 촛농이 소리 없이 흐르듯 흔적 없이 나를 태우면서 빛으로 태어나는 일이 당신께 드리는 작은 사랑의 행위라면, 녹아내리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기꺼이 드리겠습니다.
4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끝없이 기다리는 생활에 익숙해진다는 것입니다.
외로운 바닷가 섬 아이들은 기다림의 속성을 타고납니다. 나도 섬 아이들처럼 목을 늘이며 영원의 바다 앞에 서서, 때로 폭풍 일어 무서운 파도가 입을 벌리고 달려들지라도 저 멀리 수평선 위에 흰 돛의 목선을 기다리듯이,
그 어느 날 바다를 잠재우며 늠름한 모습으로 걸어오실 당신을 꿈꾸며 끝없이 기다리며 살아가겠습니다.
5
사랑하고 싶습니다.
당신 앞에 서면 그냥 바라보는 시선(視線)만으로도 나의 가슴은 활활 타오릅니다.
당신을 우러러보는 눈길만으로도 나의 마음은 출렁거리는 바다처럼 열리고 있습니다.
늘 거기 팔 벌리고 서 계신 당신을 향하여 내가 썰물이 되어 달려갈 수 있다면 기적 같은 만남은 쉽게 이루어질 수 있겠지요.
이런 감격이 내 생애 언제쯤 가능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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