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가을 아침
- 남상학
넓은 유리창 너머
투명한 하늘이
저벅저벅 걸어오고
아침 치약 냄새가 상큼하게
공중 높이 걸린다.
그 사이로 '치카치카' 상긋
이를 닦은 귀여운 서연이가
'할아버지, 좋은 아침' 한 마디 던지고서
손 흔들며 방긋 인사를 한다.
그러면 나는 이불을 털고 일어나
하얀 양파껍질을 한 겹씩 벗겨내듯
맵고 신 상큼한 냄새로
눈물로 얼룩진 창을 닦는다
멀리 북한산 계곡 물소리가
내 귓전에 와서 '쏴아'
아침 창문을 열면
이 가을, 내 참회의 기도는
너무도 산뜻하여 투명하고 새콤하다
남대천 물결 거슬러 솟구치는
빙어 떼 하얀 은빛이
유리창에서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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