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석사 낙조대에서*
남상학
얇은 구름 사이로
붉은 낙조 물들고
금빛 햇살에 반짝이는 섬들이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 그림자를 헤치고
고깃배 한 척 물살을 가르며
여운처럼 하루의 잔영(殘影)을
고물에 끌고 온다.
사라지는 것은
언제나 아름답다 했던가?
하루의 고단한 다리를 끌며
고만고만한 기대와 아쉬움을 떠나보낸
빈 하늘에 외로움 절로 깊어갈 때
아름다움으로 채색하는
소멸의 눈부심같이
바다가 끝난 자리에
언젠가 물살 환한 그리움으로
꿈은 다시 피어날까?
나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고
낙조대에 망연히 서 있었다.
손수건 한 장만큼
노을이 남을 때까지
섬들이 흔적 없이
바다를 품을 때까지.
* 적석사 : 강화 내가면에 있는 사찰로, 사찰 위의 언덕에서 낙조를 감상할 수 있도록 낙조대를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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