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떠나야 할 시간
남상학
숲 사이 부산하게
수런대며 넘나들던 새들도
하루의 날갯짓을 멈추고
돌아가는 시간
아이들 뛰놀다 돌아간
쓸쓸한 빈집
텅 빈 운동장 한구석
은행나무 한 그루
긴 그림자 끌고 서 있는데
이제 어느 길손에게
잃어버린 노래를 물으랴
투명한 세월의 유리창 너머
종(鐘) 울고 해 기울어
나 길 떠날 채비 이제야 하느니
우거진 숲속 나무 잎새들
비끼는 노을 속에 아련히 잠기고
휘파람 불던 사랑도
빈 복도에서 점점 멀어질 때
삶은 가끔 눈물겨웠어도
그것은 아름다웠노라 여기며
저 낙조의 황홀함까지
그것은 사랑이었노라 속삭이며
빈손일지언정
평화롭게 잠기는
노을 벗 삼아
이제는 떠나야 하리
쓸쓸해도 자유로운
그 고요한 웃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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