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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일몰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22.

 

 

시(詩)

 

일몰(日沒)

-신노루에서*

 

남상학

 


어떤 목숨이
저토록 장렬하게
산화할 수 있다 하던가?

세상의 헛된 욕망 불사르고
끓어오르는 의분을 삼키듯
어떤 생명이 저토록 처절하게
임종(臨終)을 맞이할 수 있다 하던가?

하늘 한 귀퉁이
낮게 깔린 무채색의 구름 사이
붉은 살덩어리
몇 번의 용틀임으로
마침내 우뚝 선 성불(成佛)

온몸으로 뒹굴던 파도 소리

이제 무념(無念)의 기도로 잦아들고
바다와 맞닿은 들녘 누리에
마지막 빛나는 일몰의 햇살

떠나는 길은
누구나 장엄해야 한다며
신노루 마을
작은 들녘을 가로질러
엄숙한 정적이 내린다.
고요한 평화가 깃든다.


*영흥도 장경리에서 서해 일몰을 볼 수 있는 낮은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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