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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고향 생각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16.

 

 

시(詩)

 

고향 생각

 

남상학

 



 고향을 떠나온 후 나는 바다만을 생각하며 살았다.

 

 고향이 그리운 날 바다는 아예 내 눈썹 위에 드러누워 있었다. 사계(四季) 중 여름이 더욱 그랬다. 바람 부는 날은 창밖 흔들리는 미루나무에서 넘실거리는 물결과 파도 소리를 보고 듣곤 했다. 때로 집채만 한 파도가 덮치면 신열(身熱)이 오른 맨발의 아이는 해안을 따라 정처 없이 달렸다그리고 바람이 자면 수평선 위에 가물가물 꿈의 돛배를 띄웠다.

 

 팔미도를 지나 영흥도로, 자월도를 지나 이작도 승봉도로, 아니면 덕적도를 거쳐 문갑도 백아도 울도로, 그 너머 어딘가에 있을 미지의 또 다른 섬으로. 그 아련한 물길 따라 나는 가끔 물새 우는 소리를 듣곤 했다.


 이제 지명(知命)을 훨씬 넘은 나이에도 지도책을 펴들고 눈을 끔벅이며, 너무 길어 보이지 않는 물길, 애처로운 길을 가다가 베갯머리에서 요즘도 내가 듣는 그 소리, 환청(幻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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