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아버님 생각
남상학
몇 년 전 30년만에 이작도(伊作島)*에 간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분교 앞마당, 운동장 곁의 느티나무는 푸르름이 짙었는데 그리운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사진 속에 본, 먹으로 쓴 낯익은 글씨체의 ‘便所’라고 써 붙인 뒷간도 없어졌다.
이것들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옛날 추억을 더듬는 강동산 할아버지의 얼굴에 잠시 회한이 스쳐 지나갔다. 건너편 언덕 위로 새로 페인트를 칠한 양철지붕의 교회당, 그 첨탑(尖塔) 위 십자가가 유난히 선명했다.
그날 밤, 나는 만조(滿潮)가 된 방파제에 앉아 오랜 시간 큰아들과 할아버지 이야기를 꽃피우다가 달빛이 내린 밤바다에 무시로 뛰어오르는 은빛 물고기와 맑은 하늘을 쳐다보며 유난히 반짝이는 별들의 눈을 보았다.
다음 날 나는, 아버지의 그림자 대신 반짝이는 물고기의 비늘과 수많은 별이 가득 담긴 섬을 송두리째 가슴에 안고 벅찬 가슴으로 돌아왔다.
*이작도(伊作島)는 인천에서 뱃길로 1시간 남짓거리의 작은 섬으로 내 유년 시절 선친께서 10년 동안 이곳 초등학교(분교) 교사로 봉직하신 곳인데 우리 형제 가족이 섬을 떠난 지 40여 년만에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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