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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알 수 없어요 -향일암에서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16.

 

 

 

알 수 없어요

-향일암에서

 

 

남상학

 

 


평범한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는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높이 솟은 바닷가 벼랑
새 둥지 같은 암자를 짓고
허리 굽혀 거북 등을 하고 수만 번
부처님 앞에 합장하여 엎드려도
모진 해풍에 온몸 내맡겨
피멍을 터뜨리는 동백(冬柏)
그 아픔을 알지 못한다.

여유롭게 날개를 편

한 마리 솔개
절벽을 타고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고
바다는 허구한 날 떠밀리며 보채며
가파른 세월의 발끝을 물고
하염없이 출렁이지만
누구도 푸른 바다의 속내를
눈치채지 못한다.

어느덧 널브러진 푸른 물결 위로
천하일품 노을이 지고
백팔염주(百八念珠)를 굴리는
불자의 손끝에서 마침내 광란하듯
다시 새로운 태양이 솟는다고 해도
모진 풍상에 시달려 온 시린 가슴은
절망의 참뜻이 무엇인지 모르듯
그것이 희망이라는 것을
쉽게 알지 못한다.

, 영원한 허상(虛像)이여
끝없는 방황이여.



*향일암은 여수 돌산도 남쪽 끝 바닷가 벼랑 위에 지은 암자. 일출 일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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