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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정도리 구계등에서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14.

 

 

시(詩)

 

정도리 구계등에서 

 

 

남상학

 

 

달빛 서러운 밤
여름 꿈속에서나 보는 
꿈의 바닷가

질펀하게 누운
크고 작은 청환석(靑環石) 위로
짙푸른 파도가 달려와
달빛 아래 하얗게 풍화된다.

바위 위에 사정없이
태고의 신비 쏟아붓는 푸른빛들
얼음덩이 같은 공포가 몰려들어
일시에 해안 주변을 휩싼다.

오싹 소름이 돋는 여름 한기에
등줄기가 흥건히 젖어 들고,
몸을 내던져 울부짖는
저 괴괴한 소리는 무엇일까?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원시의 울음
아니면 무거운 원죄를 안고 신음하는
뭇 중생의 흐느낌인가?

평생 지은 죄가 많아
내게 내리는 형벌인 듯하여
푸른 물살에 온몸을 씻어내고


바윗돌을 돌베개 삼아
그 옛날 야곱처럼 뜬눈으로

온밤을 하얗게 새웠다.

 

 

*정도리 구계등 : 완도 섬 서쪽에 있는 갯돌밭 해안인데, 어느 여름 이곳을 방문한 나는 특별한 경험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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