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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비조봉에서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14.

 

<사진 : 비조봉에서 바라본 경치>

 

 

 비조봉에서

 

남상학

 

 

 

아침 안개 자욱한 골짜기
풀향기 그윽한 숲속을 오른다.


지천으로 피어난 섬풀과 잎새들이

이슬 머금고 육지의 나들이객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옛 추억의 실타래에 숨겨둔

으름덩굴, 둥굴레, 키재기 하는 참나리들

너도나도 앞다투어 손짓한다.

나는 숨 가쁘게 세월의 고개를 뛰어넘어
아름다운 꽃 울타리 속으로
유년 시절 추억 여행길에 오른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비로봉 정자에 오르니

순간 바람결에 짙은 안개 사이로
얼굴을 내민 크고 작은 섬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안개 바람 속으로 다시 숨는다.

 

기다림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

기약 없이 망연히 기다리는 눈앞에

비로소 성찬(盛饌)이 차려지고

내 품에 달려와 안기는

올망졸망한 귀여운 자식들

 

무성한 소나무 가지 사이로

말끔히 눈을 씻으며

나는 발밑에서 부서지는

푸른 바다의 교향악에 쫑긋

귀를 기울인다.

 

 

*비조봉(飛鳥峰)은 서해 덕적도 섬의 최고봉. 골짜기에는 들꽃이 화원처럼 피어있어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내고, 눈 아래로 서포리해수욕장과 멀리 옹기종기 예쁜 섬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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