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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사자평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14.

 

<사진 : 사자평 억새밭>

 

시(詩)

 

사자평 억새밭

 

- 남상학


   왜 저리 보채는 것일까? 세상 시름 죄다 발밑에 내려놓고 멀찌감치 해발 650m 고지 너른 들에 해와 달, 별들까지 한자리에 모아놓고 잔치를 베풀면 그만이지 아침마다 부드러운 촉수(觸手) 내밀어 하얀 눈물 빚어내는 까닭은 무엇일까? 바람을 친구 삼아 수염 쓸며 나들이 떠나는 저 허허로운 광평추파(廣坪秋波)의 손짓은 또 무엇인가?

  세월의 언덕 너머 바다를 향하여 머리 빗고 기다리는 숙명 같은 그리움 혹은 하늘 끝 영원의 한 자락을 휘어잡고 싶은 고독한 시인의 독백. 저리 지천으로 낮게 깔리는 몸짓은 찬란한 슬픔이거나 무한 설레임의 고독한 깃발 같은 것. 늦가을 석양에 바다 되어 발밑에 눕는 억새가 원죄의 무게만큼 짓눌린 나를 보고 어서 가지고 가자고 손짓하여 부른다.

 



*사자평은 경남 밀양 재약산(해발 1,108m)의 광대한 억새밭 고원을 일컫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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