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봉평 이효석 마을>
시(詩)
메밀꽃 필 때
- 남상학
봉평의 구월 들판은
가을 햇살 속에서 눈부시다.
늦더위를 목구멍에 모두 삼켰다가
일시에 토해낸 듯
숨 막히는 저 순백(純白)의 대지
가냘픈 꽃대마다
탄성이 주렁주렁 맺혀 있다.
이토록 척박한 땅에도
가슴 설레는 환희가 있었구나
흐드러진 꽃 사태 앞에서
저마다 혼백을 잃고 서서
질탕한 꽃 무더기 속에
지천으로 맺힌
가산(可山)의 혼을 줍고 있다.
소금 뿌린 듯
희부연 달밤이 아니어도
서정(抒情)의 미소 머금고
한 줄기 바람이 남안교를 넘어
더위 먹은 듯 물레방앗간을
기웃거리는 한나절
한 떼의 처녀애들이 몰려와
꽃밭에 짝지어 서서
높푸른 구월 하늘에
타오르는 불꽃처럼
정념(情念)의 불을 지핀다.
*봉평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 된 곳. 1991년 10월 당시 문화부는 가산 문학공원을 만들고 생가와 작품 속의 물레방앗간을 복원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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