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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당신을 만나는 날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9.

 

 

 

당신을 만나는 날

 

- 남상학

 

 

당신을 만나는 날은
소풍날 유치원 아이처럼
하얀 목화밭에서 단잠을 깬다.


며칠 밤을 새우던 열병도 뭉게구름 걷히듯
어둠이 머뭇거리는 앞산을 넘어
살며시 숨어버린다.


 ‘여보세요
아침 뜨락에 부서지는 햇살같이
금빛으로 번쩍이는 통화
낭랑한 음성은 투명한 이슬이 구르듯
덜덜 떨리는 소리로 가슴에 뚝뚝 떨어진다.


! 오신다고요?’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풍선 위로
한 무리의 참새 떼가 합창하며 날아오르고
길가의 꽃은 새의 반짝이는 깃털을 향해

두 손 들고 흰 손수건을 흔든다.


저 하늘, 넘실거리며 춤추는 자유
그리고 충만한 감격을 보라


당신과 만나는 날은
나는 당신이 걸어오는 길목에서
바람 소리에도 귀가 뜨이는
한 그루 미루나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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