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유산(遺産)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8.

 

 

 

유산(遺産)
-석우ㆍ경우에게


 
 남상학
 

 

 

얘들아
일 년에 두어 번
온양 선영에 들르거나
할머니 할아버지의 추모 예배를 드릴 때면
나는 입이 닳도록
너희에게 말해 왔지.

남겨주신 유산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오직 믿음과 성실뿐이었다는 것을
그럴 때마다 너희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는 위대한 분이라고
철없는 나이에 눈빛으로 말했었지.

그런데 얘들아
먼발치 어버이 마음 헤아리며
고맙게도 너희는 성년(成年)이 되고
백발을 만지작거리며 남은 날을 세는
나의 열 손가락엔 잡히는 것 하나 없이
너희들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온전한 믿음과 성실 그 어느 것 하나도
물려줄 것 없는
어버이인 것을 용서해라

그리고
유언처럼 남기고픈 한 마디
진심으로 사랑과 축복을 너희에게 빈다는
말뿐인 것을
마지막으로 용서해라

'문학관련 > - 자작시(自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학 / 남상학  (0) 2020.01.08
(시) 교정(校庭)에서 / 남상학  (0) 2020.01.08
(시) 식탁 / 남상학  (0) 2020.01.08
(시) 새해의 기도 2 / 남상학  (0) 2020.01.08
(시) 빌라도의 기도 / 남상학  (0) 2020.01.0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