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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빌라도의 기도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7.

 

 

<출처 : 카페 '라스베가스 코리안처치'>

 

 

빌라도의 기도

 -()하지 마옵소서 

 

 

 남상학

 


주여, 벌하지 마옵소서
손은 대야 속 물에 씻을 수 있었지만
마음속 깊이 흐르는 핏속의 죄는
끝내 씻을 수 없었나이다.
광명(光明)한 대낮의 잘못된 판결이
이 밤 악몽(惡夢)이 되어 눈앞을 맴돕니다.

생명을 버리어
생명 안에 참 생명을 가꾸시는 이
당신의 크신 사랑 알지 못한 무지(無知)
가슴앓이 밤새워 한탄하지만
소름 끼치는 아우성 귓전에 맴돌 뿐

그를 십자가(十字架)에 못 박으라

타오르는 분노를 불 지르던 저들의 외침
내 가슴에 번뇌의 불덩이로 타오르고
소금밭보다 더 쓰리게 졸아드는 아픔으로
곤고(困苦)한 영혼이 어둠 속에 흐느끼는

촛불처럼 어지러이 흔들립니다.

진실로
나이대로 영원한 어둠 속에
벌 받고 죽어야 옳음일 것을 마땅히 알건마는
한 생명이라도 구원(救援)함이 당신 뜻이라면
피 흘리는 어진 손길로 어루만져 주옵소서

아무 말씀 없이
애련히 살피시는 눈길

아니 머무시면 차라리

이 목숨 불살라 한 줌 재 되게 하옵소서
다만 죄 없는 한 줌 재 되게 하옵소서


하오나 주(), 마지막 긍휼을 베푸시어
제발 벌하지 마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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