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나목(裸木)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7.

 

 

 

나목(裸木

 

남상학

 

 

주여, 지금 저는
늦은 겨울 빈 들에 서 있습니다.


손바닥만 한 햇볕이
앙상한 가지 끝에서
떨어지는 시간을 줍고 있는데


겨울을 채 건너지 못한 새들이
얼어붙은 하늘을 기웃거리며 
어디론가 황급히 길을 떠납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찬 바람 불어
배고픈 영혼(靈魂)이 길게 흐느끼고
나목(裸木)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마른 갈대밭에서 처량하게 웁니다.

 

그 소리에

부딪히며 떠밀리며 살아온

삶의 자국이 투명한 하늘에 선명하고
칼날 같은 빙판(氷板) 위에 
전신을 몰아세우는 바람이
오히려 나를 귀 뜨이게 함은 웬일입니까.


주여, 이 시간

먼 곳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침묵(沈默)의 말씀을 듣게 하시고
눈물 뒤에 빛나는 보석(寶石)을 보게 하소서.

 

 

 

 

'문학관련 > - 자작시(自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새해의 기도 2 / 남상학  (0) 2020.01.08
(시) 빌라도의 기도 / 남상학  (0) 2020.01.07
(시) 주일 아침 / 남상학  (0) 2020.01.07
(시) 당신은 / 남상학  (0) 2020.01.07
(시) 나는 / 남상학  (0) 2020.01.0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