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내가 바라보는 섬
남상학
내가 바라보는 섬은
저만치서 속절없이 애태우던
내 어릴 적 소녀처럼
이내 눈 앞에서 가뭇없이 사라진다
개펄에 내린 닻줄 거두고
노 저어 깃발을 나부끼며 노래 부르며
춤추듯 출렁이는 바다를 달려가도
서로의 거리를 좀처럼 좁힐 수가 없다
입을 벌리고
떼 지어 오는 파도에 삼켜
때로는 어둠 속에 묻히고
심한 역풍에 떠밀려
암초에 부딪히며 날들
살아 있는 날은
가물거리는 한 점 섬에
시선을 묶어 두고
끈질긴 근육질의 팔로
노 저어 갈밖에
오늘도 내가 바라보는 섬은
손짓해 나를 부르며
숨바꼭질하듯 파도 뒤에 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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