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닫는 농원』 통신
『깨닫는 농원』, 세 번째 방문기
글쓴이 남상학
▲『깨닫는 농원』 입구, 가을꽃이 화사하게 장식했다.
내가 『깨닫는 농원』을 방문한 것은 2009년 9월 30일, 2011년 10월 11일에 이어 세 번째다. 오늘(2019. 10. 24)의 3차 방문은 1차 방문 이후 10년, 2차 방문 이후 8년째인 셈이다. 1차에는 김수웅 교장, 최길자 교장과 동행하고, 2차에는 김수웅 교장과 두 사람이 방문했다.
이후 우리는 최길자 교장의 개인 사정으로 함께 모이는 시간을 갖지 못하다가 이번 3차 방문은 2019년 9월 15일, 『깨닫는 농원』 농장지기 이경복 교장이 카톡에 김수웅 교장과 나를 초대하면서 이루어졌다.
“소통하고 싶어 방 만듭니다. 남상학 교장님 안녕하셨지요? 모두 건강하게 지내지요!” (농장지기 이경복)
농장지기의 통신은 매일 아침 6시를 전후하여 어김없이 우리에게 전달되었고, 그로 인해 끊어질 듯한 우정의 끈이 다시 이어지게 되었다. 그의 통신은 농장에서 자라는 채소와 꽃, 열매, 농작물, 각종 채마밭에서 볼 수 있는 곤충들의 사진을 곁들여 자신의 생각을 담아 보내는 내용이었다.
2019. 9. 15 통신
"예술적 안목과 따뜻한 인정으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흥준이 가장 좋아한다는 메꽃, 호박꽃. 화려함을 뛰어넘는 소박함, 친근한 때문일 듯, 이런 안목 섬세한 정서가 좋은데, 지금 세상은 너무 거칠게 돌아가는 듯… " (농장지기 이경복)
2019. 9. 16 통신
"세상 시끄러워도 하늘은 푸르고 코스모스 피어 흔들리네. 자연스러움이 아름다운 길, 양심의 길, 우리가 가야할 길인데, 사람들은 갈림길 앞에서 사생결단 아귀다툼 끝이 없네." (농장지기 이경복)
"그러게, 아주 코스모스가.(김수웅)
"와우, 이게 얼마만이죠? 하염없이 세월만 깄습니다.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이곳저것 떠돌아다니다 귀인들을 잊고 지냈습니다. 언제 한번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상학)
나는 간단한 답신과 함께 며칠 전 다녀온 아차도 여행기 "아차도, 작지만 무인가게, 무인카페가 있는 아름다운 섬"을 보냈다.
"반가워요. 김 교장과 농장에 놀러와요." (농장지기 이경복)
"남 교장, 반가우이. 건강하게 섬여행 장면을 잘 감상했네요. 가끔 만나고 이 교장한테 가보세." (김수웅)
2019. 9. 17 통신
" 친구(강신복 전 서울대 교수) 별세 문상, 누구나 죽음 앞에선 진실, 세 잎 클로바를 행운이라 생각하고, 네 잎, 다섯 잎 찾아 헤매지 않기, 친구도 아침 카톡 보고 또 보며 세상 떴다네! 평멈한 일상이 행복! 내일 새벽 발인으로 부득이 모레 또 …"
(농장지기 이경복)
그의 통신은 친구의 발인으로 하루를 건너 뛰고 그 다음날 다시 날아들었다.
2019. 9. 19 통신
"어제 한줌 재로 사라진 친구 보며, 내 삶과 죽음 깊이 생각, 또 되뇌는 마음 다스리는 주문, '다 부질없는 짓, 허상일 뿐!' 살아서도 아파트, 죽어서도 아파트네. 찜찜한 마음." (농장지기 이경복)
"가는 세월, 먹는 나이. 다 그러려니 하면서 지내야" (김수웅)
"몹씨 허전하겠어요. 성경에는 이 땅의 생명이 '아침안개'라 했지요." (남상학)
2019. 9. 20 통신
"시끄러운 세상, 고단한 인생살이 상관 없이 '하늘 높고, 한가한 소 살찌고'(天高馬肥), 빨간 고추 말리는 가을 깊어가네. 내가 좋아 해마다 찍어올리는 이 풍경, 새삼스럽네!" (농장지기 이경복)
"오랜만에 정겨운 풍경이네. 빨간 고추는 직접 농사 지은 것인가?" (김수웅)
"이웃 아낙네가 지은 것" (이경복)
"이웃 아낙네와 친한 사이고, 직접 받은 거야?" (김수웅)
"부처눈에는 부처만 보인대!" (이경복)
"하하하, 재미있게 한번 해본 소릴세" (김수웅)
"요즘 『깨닫는 농원』에도 가을이 예쁘게 내려 앉았군요. 보람이 느껴지는 계절, 뿌듯하겠습니다." (남상학)
"놀러와요!" (이경복)
2019. 9. 20 통신
"어젯밤 농원 근처에서 본 반딧불, 집안에 들어와 기어가는 반딧불이(개똥벌레). 수컷이 공중에서 불빛 내면, 암컷이 땅에서 답신하는 사랑의 신호라네. 150마리 이상 불빛 내야 겨우 큰 글자 보인다는데 어떻게 책 읽고 공부했을까?" (농장지기 이경복)
"별천지에서 살고 있네요" (김수웅)
2019. 9. 22 통신
"벼가 지금 이렇게 익어가는데, 태풍으로 쓰러지면 20% 이상 수확 감소, 지난 태풍에도 많이 쓰러지고 또 태풍이 몰려온다니, 벼가 걱정되네." (이경복)
"농부의 땀을 생각하면, 무사히 지나가기를 기원하는 수밖에 … " (남상학)
2019. 9. 23 통신
"드디어 널 가까이 만났네. 발가락 굵고, 물갈퀴 없고, 청개구리동화 미안, 인간의 거짓놀음! 구상(具象) 시인처럼 영원 속, 지금 무한 속, 여기에서 내가 너와 마주한다는 사실이 오묘하기 그지없구나! 역시 시인은 정서의 개척자!"
"한 편의 시입니다. 시인이 따로 없지요. 자연과 함께 살아가시는 노년이 부럽습니다." (남상학)
"정말 부럽네요. 두 사람의 시상이 부럽네요." (김수웅)
2019. 9. 26 통신 (이틀 건너뛰고)
"우선 순위에 밀려 못 올린 꽃 한꺼번에, 울타리 타고 자라는 울타리콩과 꽃, 동부콩꽃, 콩깍지지가 작두같이 넓고 길어 작두콩, 특이하게 생긴 작두콩꽃, 콩은 물기가 충분해야 싹이 터서 '가을에 콩나듯'" (농장지기 이경복)
"가을에 콩나듯이 확 이해가 되네" (김수웅)
"김 교장은 머리 좋아 하나 알면 열 아는 분"(이경복)
"두 분은 머리가 좋으시네, 나는 헷갈리는데 … 두 분 사이에 내가 끼어도 될까요? " (남상학)
2019. 9. 27 통신
"부추꽃, 간기능 강화, 혈액 순환, 정력에 좋다네. 확대해 보면 벌 나비도 많이 보이고 정구지(경상도), 졸(충청도), 솔(전라도) 사투리도 다양, 잘 자라서 1년에 5회 이상 베어먹는 채소" (농장지기 이경복)
"먹을 줄만 알았지, 꽃 피고 벌 나비들까지 모이는 것은" (김수웅)
"참, 신기하기도, 조물주는 신묘한 재주꾼" (남상학)
2019. 9. 28 통신
"무식하면 용감? 동네 이장이 자기밭 드나드는 농기계 닿는다고 가지친다며 가로수 정비 공공인력 부당동원해, 내 농원 상징으로 애지중지 20년간 키운 느티나무 둥지를 이 지경으로. 최말단 벼슬 이장의 무지막지 폐해가 이럴진대, 나라는? 가슴답답! (이경복)
"무척 속상했겠습니다. 아이쿠, 내 가슴도 아프네" (남상학)
"추분 지난지 1주, 깊어가는 가을 풀섶에서 울어대는 귀뚜라미, 사람 사마귀에 대면 떼어 먹는다는 사마귀, 뒷다리 잡으면 디딜방아질 하는 방아깨비, 이름도 무서운 송장메뚜기, 이런 곤충들이 지구 동물 수의 70% 차지" (농장지기 이경복)
"이른 아침, 상쾌한 시골소식으로 하루를 엽니다. 이렇게 자연에 유식하고 깊은 관심을 가지셨으니, 유투브나 개인방송을 한번 해보시면 어떨까요?" (남상학)
"과찬" (이경복)
"하여간 요즘 맑은 가을하늘처럼 내 마음도 상쾌해지고 있네, 고마우이" (김수웅)
2019.10. 1 통신
"10월, 국화의 계절, 여치도 보이고, 세상은 시끄러워도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좋은 시 읊조리며 시작, 화투 9국화, 3 벚꽃, 2매화는 음력 기준" (농장지기 이경복)
"국화꽃이 탐스럽네. 여치는 안 보이는데" (김수웅)
"확대해 보면 위쪽 가운데" (김수웅)
"여치가 보이네" (김수웅)
2019. 10. 2 통신
"자연의 순리대로, 나팔꽃은 이렇게 곱고 아름다운데 세상은 이상하게 돌아가네.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흘에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이색이 읊었지!" (농장지기 이경복)
"내일은 해병대 구국동지회 광화문 집회에 나갈 예정이네" (김수웅)
"건투, 해병대! (이경복)
"멀리서, 함성의 대열에 성원을 보냅니다" (남상학-신안 섬여행 중)
2019. 10. 5 통신
"태풍에 쓰러진 벼 수확하는 농부, 농사 지으려면 시련도 많지. 가뭄 홍수 태풍 병충해 다 이기고 열린 벼 한 톨, 쌀밥 먹으면서 한알한알에 담겨있을 땡볕 비바람 농부 땀방울까지 느껴야 우주와 통하는 마음인데 … " (농장지기 이경복)
"이젠 촬영을 아주 잘 하네. 순박한 농부의 마음이 가슴에 와 닿는 것 같네" (김수웅)
"아, 정말! 이 모습 보며 농부의 가슴이 내려앉지 않기를 빌어야지" (남상학)
2019. 10. 7 통신
"잡는 놈 잡히는놈, 먹는놈 먹히는 놈, 속는 놈 속이는 놈. 이념은 거미줄 같은 자연현상도 이렇게 패 갈라 (2분법) 선동할까? 사람은 동물과 달리 양심이 욕심을 경영하는 만물의 영장, 우리 사회가 걱정 되네" (농장지기 이경복)
"그러네, 사진을 어떻게?" (김수웅)
2019. 19. 8 통신
"오늘 찬이슬 맺히는 한로, 15일 후는 찬이슬 얼어 서리 되는 상강, 또 15일 후는 입동, 이렇게 지구는 365.2422일, 시속 11만km 로 정확히 공전하여 사계절, 24절기 오는데, 인간사회는 양심 욕심싸움 혼란스럽네!" (농장지기 이경복)
"초연히 우리 생각대로 살아가는 게 건강에 좋겠지" (김수웅)
2019. 10. 9 통신
"최초 안과 의사, 한글타자기와 '아래아한글' 만들어 컴퓨터왕국 이끈 공병우 박사, 한글사랑 진솔한 강의에 감동, 1995, 90세로 별세. 유언대로 장례식 없이 장기 시신 기증, 유산은 시각장애인복지에 희사, 명복 기원" (농장지기 이경복)
"한글날에 특별히 추모하고 싶은 분, 오늘 우리는 애국심에 불타는 마음 품고, 세종대왕 앞으로 가야하는 현실이 가슴 아리게 저려옵니다." (남상학)
"공감" (이경복)
"나도 갑니다" (김수웅)
2019. 10. 10 통신
"우선순위 밀려 지금 올리는 채소꽃들, 긴 뿌리가 수직으로 뻗어내리는 우엉, 풍 예방 피부질환에 좋은 방풍나물, 누에 같은 뿌리가 뇌에 좋은 초석잠, 어머니의 구수한 된장찌개 아욱, 육식보다 채식 좋아하는 나와 친하지" (농장지기 이경복)
"부럽네" (김수웅)
"나도 이런 채소 좋아하는데 … " (남상학)
2019. 10. 11 통신
"대추 한 알에 태풍, 천둥벼락 담겨 붉어지고(장석주), 국화 한 송이도 소쩍새 울음, 무서리가 담겨 피는 것(서정주), 이런 우주 섭리 기운 속에서 내 영혼과 육체가 살아 꿈틀거리는 지금의 신비함이여!" (농장지기 이경복)
"이 사진이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게 하네" (김수웅)
"다행" (이경복)
"아, 살아있음의 감사함이여" (남상학)
2019. 10. 12 통신
"쑥부쟁이 구절초, 취나물꽃 감국,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틀 길 여태 걸어왔다니/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 (안도현). 이젠 '들국화'라 두리뭉실 무디게 보지 말자. 아는 만큼 보이나니!" (농장지기 이경복)
"미안해, 나는 아무 것도 구분 못한다" (김수웅)
"절교하면?" (이경복)
"할 수 없지" (김수웅)
2019. 10. 14 통신
"봄여름 무논에 많은 개구리밥, 지금 연못에 가득. 개구리가 물 속에서 밖으로 나올 때 입가에 묻어 생긴 이름이나, 실제 먹지 않는다니 잘못된 이름, 공자 정명(正名) 사상 생각 … " (농장지기 이경복)
"날씨 춥기 전에 이 교장한테 가봐야 하는데, 남 교장은 여전히 섬여행 중인 모양인데 … 남 교장 연락요망" (김수웅)
"방문 대환영" (이경복)
두 분이 주고받은 글을 보고 , 10년 전 「깨닫는 농원」을 방문하고 써서 내 블로그 올린 글, <깨닫는 농원에서 : 사람은 생각의 뿌리를 튼튼히 내려야>를 카톡으로 보냈더니,
"그때보다 촣아졌어요. 오세요" (이경복)라는 글이 다시 왔다. 한동안 뜸했던 두 분을 보고도 싶고, 달라진 농원도 탐방할겸 셋이서 만나기로 정한 날이 10월 24일이었다.
2019년 10월 24일, 김 교장님과 나는 수도권 전철을 이용하여 경기도 양주역에 내려 미리 양주역에 나와 기다리던 이경복 교장과 만났다. 참 반가웠다. 10년 가까이 세월이 훌쩍 지났어도 모두 건강한 얼굴이었다. 그날 탐방 증에 찍은 사진들.
▲친구를 접대하는 이경복 교장
▲점심 상차림
▲ 양주역 근처에서 오찬을 나누는 자리, 김수웅 교장(우측)과 이경복 교장(좌측)
『깨닫는 농원』 농장지기 이경복 교장은 평생 신념과 집념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그의 저서 『겨레여 생각이여 말이여』(1995년, 고려원)와 『생각의 뿌리』(2006년, 인물과사상사)에는 그의 생각과 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역설한다. ‘나무뿌리가 튼튼해야 나무가 잘 자라듯이, 사람도 생각의 뿌리가 튼튼해야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다. 생각의 뿌리는 자연, 생명, 사랑, 지혜에 튼튼하고 깊게 뻗어야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비바람이 몰아쳐도 잘 자라서 좋은 꽃이 피고 탐스러운 열매가 열린다’고.
공직에서 은퇴한 후 곧바로 양주 땅을 구입하여 개간하고 『깨닫는 농원』을 세웠다. 그는 이곳에서 직접 꽃을 가꾸고 농사를 지으며 그의 철학을 삶 속에서 실천적으로 녹여내고 있다. 소유와와 욕망, 출세와 쾌락을 좇아 허상에 빠져 살아가는 대부분의 도시인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연 속에서 발견한 이치와 진리를 지인들에게 간명한 언어로 전하며 소통한다. 때로는 안타까워하며 꾸짖으며 일깨운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와의 만남은 즐겁고 유익했다. 온화하고 여유로운 모습, 그의 얼굴에는 행복이 흘러넘쳤다. 헤어질 때 큼직한 비닐주머니를 건네줘 받았는데, 집에 와서 보니 쌈 채소, 알밤, 야콘 등이 가득 들어있었다. 고마워라!
방문 후에도 농장지기는 매일 아침 6시에서 7시 사이, 어김없이 카톡으로 <농원 통신>을 보내온다. 농장지기가 보내오는 사진과 짤막한 글을 읽으며 하루를 여는 것이 어느 새 습관이 되었다.
♧ 이글을 작성하여 불로그에 올리던 10월 30일에도 어김없이 통신이 날아왔다. 『깨닫는 농원』의 농원통신은 아마도 이경복 교장이 숨쉬고 있는 동안 계속될 것을 믿고, 그리고 바란다.
2019. 10. 30 통신
"이 은행나무 역사(사연)를 누가 알랴, 36년 전 이사 기념식수-15년 전쯤 처형이 은행알 가져다 쌋 틔워 기름-13년 전 농원 조성 기념식수- 10년 전쯤 이웃이 자기 땅에 심었다며 뽑아버림- 고사 직전 다시 심음- 몇 개씩 열리더니 올핸 다닥다닥. 장하도다 그대여!" (농장지기 이경복)
"본래 유명한 은행나무는 사연이 많은 법, 세월 켜켜이 튼실하게 많이많이 열리거라!" (남상학)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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