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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및 교회, 학교/- 학교 관계

어느 가을, 제자들과 함께 수타사계곡 단풍길을 걷다

by 혜강(惠江) 2019. 10. 31.

 

 

어느 가을

 

제자들과 함께 수타사계곡 단풍길을 걷다

 

강원 홍천군 동면 덕치리 466

 

 

 

 

 가을이 무르익은 어느 날, 가까이 지내는 제자들과 수타사 계곡을 탐방했다. 수타사계곡은 강원도 홍천군 동면 덕치리에 있는 계곡이다. 백두대간의 오대산 한 줄기가 힘차게 뻗어내려 강원도 홍천의 동면과 화촌면에 걸쳐있는 공작산(孔雀山, 해발 887.4m) 자락에 숨어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들어서면 바로 아스팔트길과 잣나무, 소나무 숲 가운데로 난 산책길이다. 우측 숲으로 난 길이 걷기 편하고 운치가 있다. 얼마 가지 않아 수타교를 건너면 바로 천년고찰 수타사를 만나게 된다.

 

 

 

 

 

 

 사찰의 입구는 봉황문(천왕문)이다. 봉황문을 들러서니 흥회루, 흥회루에 높이 걸린 수타사(壽陀寺) 현판의 퇴락한 모습이 수타사가 유서 깊은 고찰임을 알려준다. 수타사는 영서지방이 자랑하는 명산, 공작산의 화려한 날개깃에 감싸여 있는 듯 고즈넉했다.

 

 신라 성덕왕(708) 때 창건됐으나 임진왜란을 거치며 모두 불타버린 후 40년간 폐허로 남아 있던 터에 조선 인조 때(1636) 공잠 스님이 중창했다고 한다. 수타사는 불교 대장경 월인석보17~18권이 보관돼 있어 유명하다.

 

 

 

 

 

 흥회루를 넘으면 대적광전이다. 대적광전을 중심으로 우측으로 지장전, 좌측으로 원통보전, 이들 건물 뒤로 단풍이 노랗게 물들어 아름답기 그지없다. 특히 절이 크지 않고 관광 사찰도 아니어서 호젓한 시간을 보내기에 아주 좋다.

 

 

 

 

 

 

 가을날 수타사 나들이가 좋은 이유는 주변에 잘 조성된 생태 숲이 있어서다. 수타사를 한 축에 두고 초승달처럼 휘어진 형태의 공작산 생태 숲은 자생화원, 수생식물원, 계류, 생태관찰로, 숲속교실 등의 이름으로 나뉘었지만 걷다보면 굳이 그렇게 구분하지 않아도 보기 좋고 즐기기 좋은 숲이다.  유모차를 끌거나 아이의 손을 잡고 또 팔순 노모와 팔짱을 끼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한 나절 보내기에 이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생태 숲 (생태교실) 뒤로 계곡으로 오르는 길은 산소(O₂)길로 명명했다. 숲길이라면 어디든 당연히 공기가 좋겠지만, 수타사 산소 길은 공기가 맑다 못해 달콤하게 느껴진다.

 

 길 좌우로는 숲이 우거져 있고, 넓은 암반과 작은 연못들이 어우러진 덕지천 계곡은 수타사계곡의 비경을 연출한다. 어느새 붉게 물든 계곡은 단풍이 주인공이다. 계곡을 따라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단풍 길은 가을정취를 맛보기에 그만이다.

 

 

 

 

 

 

 

 

 계곡을 옆에 끼고 산소 길을 걷다 보면 지루하거나 전혀 힘들지 않다. 한참을 그렇게 걷다 보면 계곡을 가로질러 놓여있는 출렁다리를 만난다. 계곡 상류 쪽으로 계속 올라가면 신봉마을과 노천리가 나온다.  산소 길은 노천리까지 8㎞ 이어지지만, 등산이 아닌 우리는 출렁다리에서 계곡을 건너 다시 수타사 방면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출렁다리 위에서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해 몇 번 흔들어보고 사진도 찍고 발걸음을 옮긴다. 출렁다리를 건너 내려가는 길은 황톳길이다. 맨발로 걸어도 손색없을 만큼 보드랍고 정겨운 길이다.  울창한 숲길을 걷다 보니 무념무상의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저 내가 자연의 일부인 나무나 돌이 된 듯 착각이 들 정도로 동화된다.

 

 

 

 

 

 

 

 

 

 

 

 

 

 

 

 길가 나무의자에 잠시 앉아 계곡에 붉게 물든 단풍에 취해본다. 다시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면, ‘귕소’라는 안내 표지판이 나온다. 소나 말이 여물을 먹는 통을 이곳 말로 ‘귕’이라 하는데 바위가 움푹 파인 모양이 귕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움푹 팬 소에 가득 고인 물이 단풍 빛에 반사되어 황홀한 빛을 발했다.

 

 수타사가 가까워질 무렵 계곡에는 또 하나의 명물이 나오는데 박쥐굴을 통해 용이 승천했다는 용담이다. 수타사계곡은 이렇듯 곳곳에 크고 작은 소가 있고 잠시 앉아 쉬기 좋은 넓은 바위가 많다. 물가 널찍한 암반에 서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보였다.

 

 

 

 

 

 

 

 수타사 계곡 반대쪽, 은행나무와 잣나무 술에는 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평상과 의자, 인체구조에 맞게 만들어진 눕는 의자 등이 있다. 그 옆으로 노랗게 쏟아진 은행잎에 앉아 사진을 찍어본다.

 

 

 

 

 

 

 언제나 우리에게 친숙한 소나무, 하늘을 찌르는 잣나무, 단풍이 가장 아름답게 든다는 마가목, 국토를 빠르게 녹화하기 위해 심은 은사시나무 등 수타사 계곡에서 만나는 숲은 생명을 품어내는 나무들이다.

 

 

 

 

 

 주차장에서 수타사-생태 숲-출렁다리-귕소-용담-수타사로 돌아오는 코스는 빠른 걸음으로는 천천히 걸어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단풍이 짙은 이 가을, 60이 넘은 제자들과 함께 보낸 수타사계곡 탐방은 내 기억 속에 오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함께해 준 김문숙, 김명자, 이명옥, 최충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점심식사

 

 홍천읍에 있는 샘터골(홍천읍 결운리 154, 033-432-4242)은 샘터골정식으로 이름이 나있다. 토속한정식으로 정갈한 나물에 들깨탕, 황태구이와 약간의 보쌈, 청국장이 나온다. 나물을 넣어 비벼먹으면 좋다. 일요일 휴무

 

 

 

 

 

가는 길

 

 

 

○대중교통 : 버스는 동서울터미널에서 홍천까지 10~30분 간격(06:15~22:20) 운행된다. 직행은 약 1시간 50분소요. / 홍천터미널-수타사 간에는 51번 버스가 운행한다. 약 40분소요 /문의 : 동서울터미널 1688-5979, 홍천터미널 033-432-7893

 

○자가운전 : 서울춘천고속도로→춘천JC→중앙고속도로→홍천IC→설악로→연봉교차로→공작산로→동면대교→수타사로→수타사 (1시간 40분소요)

 

 

(정리 · 남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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