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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문학기행(국내)

태백산맥문학관, 분단 문학(分斷文學)의 지평을 연 조정래의 혼을 찾아

by 혜강(惠江) 2019. 6. 5.

 

태백산맥문학관

 

분단 문학(分斷文學)의 지평을 연 조정래의 혼을 찾아

 

 

글․사진 남상학

 

 

 

 

▲태백산맥문학관 전경

 

 

    순천에서 순천문학과을 거쳐 작가 조정래의 혼이 담긴 벌교의 태백산맥문학관을 찾았다. 태백산맥문학관은 소설가 조정래의 문학관으로, <태백산맥>의 주 무대였던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 회정리(홍암로 89-19) 제석산(563m)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2008년 11월 21일 개관한 태백산맥문학관은 그의 대표소설인 <태백산맥>의 이름을 따 태백산맥문학관으로 명명되었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백>은 대한민국 분단문학의 지평을 연 작품이기에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옹석벽화- ‘원형상-백두대간의 염원’

 

 

▲태백산맥문학관 전경, 우측 벽이 자연석 3만8700여 개를 사용해 만든 옹석벽화다.

 

 

  문학관에 입장하기 전 먼저 눈에 띤 것은 우측의 야외옹벽이었다. 심상치 않은 모양새다. 무심코 보기에는 보통 축대 정도로 착각하기 쉬우나 그냥 축대가 아니다. ‘원형상-백두대간의 염원’(이종상 화백 작품)이라는 이름이 붙은 세계 최대, 최초의 야외건식 옹석벽화는 지리산과 백두산 등 백두대간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어렵게 채취한 자연석 3만8700여 개를 사용해 만들었다. 높이 8m, 폭 81m에 달하는 초대형 작품이다. 

 

 

 

▲ ‘원형상-백두대간의 염원’에 대한 설명

 

▲작품명 ‘원형상-백두대간의 염원’(이종상 화백 작품)

 

▲전시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옹석벽화

 

 

  이 옹석벽화는 소설 <태백산맥>에 투영된 조정래의 치열한 작가정신을 그대로 표현했다. 소설 <태백산맥>높은 문학성과 질곡의 역사를 극복하고 광맥처럼 묻혀 있는 민족의 염원, 나아가 분단의 아픔을 종식하고 통일을 간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벽면이 10권의 소설내용을 상징하고 있어 소설 제목과도 잘 어울리며, 동시에 문학관이 단순히 내용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건축의 아름다움도 살려냈음을 보여준다.

 

 

 

태백산맥문학관

 

 

▲ ‘소설 <태백산맥>을 건축으로 말하다’

 

 

  순천에서 초가인 순천문학관을 둘러보고 온 탓인지 입구에서 바라보는 태백산맥문학관은 건물 윗부분이 유리벽으로 장식된 모던 양식의 외양을 갖추었다. 문학관은 태백산맥이 관통하는 시대정신인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북향으로 지어졌으며, 작업에는 건축가 김 원 씨가 참여했다.

 

 

 

▲문학관 층별 안내

 

▲문학관 입구

 

 

  문학관 내부로 들어가면 1층에는 안내데스크, 제1 전시실, 수장고, 사무실을 갖추었고, 2층에는 제2 전시실, 필사본 전시실, 문학 사랑방이 있다. 3층은 옥외광장, 4층은 전망대로 꾸며져 있다. 문학관에는 1983년 집필을 시작으로 6년 만에 완결하고 이적성 시비로 몸살을 앓았으며, 그 유형무형의 고통을 겪고 분단문학의 최고봉에 올랐던 작가 조정래의 소설『태백산맥』에 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태백산맥문학관 안내도

 

▲제1전시실 입구

 

 

◎1전시실

 

 

  제1 전시실에는 첫째마당에는 ‘작가는 시대의 산소(집필 동기), ‘4년간의 자료 조사’, ‘6년간에 걸친 집필’ 등으로 나눠 깨알 같은 글씨의 작은 취재수첩부터 취재를 도와 준 고마운 사람과의 인연, 2009년 200쇄를 찍어낼 동안 닳아버린 36개의 도장, 태백산맥의 집필 과정 등이 전시되어 있다. <태백산맥>은 1983년 9월부터 월간지 현대문학에 연재되기 시작해 1986년 제1부 3권을 단행본으로 출간한데 이어, 1987년 제2부 2권이 출간되었고, 1988년 제3부 2권, 1989년 제4부 3권이 출간됨으로 전 10권이 완간되었다.

 

 

 

▲태백산맥 집필 전 4년간의 준비

 

▲별교 읍내 약도

 

▲6년간의 집필

 

▲<태백산맥>은 월간지『현대문학』에 연재(중간에 『한국문학』으로 옮겨 연재됨

 

▲집필과정에 사용한 각종 기물과 문구들

 

▲집필에 사용된 필기도구

 

▲집플 중 즐겨 사용한 찻잔

 

 

   둘째마당에는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 벌교’, ‘한의 모닥불/ 민중의 불꽃/ 분단과 전쟁/ 전쟁과 분단’, ‘16,500매의 육필원고’, ‘한(恨)과 의식의 매듭을 풀며’ 등으로 꾸몄다. 여기서 <태백산맥>(전10권)은 모두 4부로 나누어 집필된 소설로 그 내용을 간추리면,

 

 

 

▲<태백산맥>의 무대가 된 벌교

 

▲<태백산맥>의 무대가 된 벌교

 

▲<태백산맥>의 육필원고 첫 장

 

▲조정래의 대표작 <태백산맥>

 

 

소설 <태백산맥>의 줄거리

 

 소설 <태백산맥>은 여순사건이 실패로 끝난 1948년 늦가을, 벌교와 순천, 여수, 지리산 일대를 배경으로 남로당이 지리산으로 퇴각하여 펼치는 빨치산 투쟁으로부터 빨치산 토벌작전이 끝나가던 1953년 늦은 가을까지의 8.15 해방과 한국전쟁, 그리고 분단이라는 비극적 역사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는 대하소설이다.

 

  시간적으로는 4, 5년에 걸친 사건을 다루고 있으나 치열한 이데올로기가 대립되는 시·공간을 집중 조명하면서 일제 강점기로부터 누적되어 온 역사적 문제와 경제(소유), 이념 등에 의한 대립과 갈등을 주요 사건으로 다루면서 우리 민족에게 이데올로기가 무엇이고 그 대결의 의미가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좌·우 이념 대립 속에서 다양한 선택을 보이는 당대 청년들의 삶이라 할 수 있다. 주요 인물 군(群)을 형성하는 염상진, 안창민, 하대치, 정하섭, 이지숙 등의 좌익 빨치산 계열과 최익승, 윤영춘, 양병갑, 송기욱, 정현동 등의 친일적 지주 계열, 김범우, 서민영, 심재모, 손승호, 이학송 등의 중도적 또는 양심적 민족주의 계열에 선 사람들이 투쟁하고, 갈등하고, 협력하면서 사건을 전개한다.

 

  특히 지식인 출신 염상진과 그를 따르는 하대치, 회의하는 지식인이지만 역사로부터 끊임없는 선택과 실천을 강요당하는 김범우, 이성적인 국군장교 심재모, 우익 청년단장 염상구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분단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분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작가 의식 또한 강하게 배인 작품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등장인물 중 못된 역할로 나오는 염상구도 미워할 수 없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내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 4·3 여수·순천 사건, 반민특위 등등 이 책은 우리 현대사를 고스란히 담은 현대사 교과서와도 같다.

 

 그리고 셋째마당에는 ‘분단문학의 지평을 열다’, ‘이적성 시비와 논란’, ‘세계인의 소설 태백산맥’, ‘내가 쓰는 태백산맥’으로 구분하여 전시하였다.

 

 

 

 

▲<태백산맥>은 문학의 새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된다.

 

▲소설 <태백산맥>

 

▲<태백산맥>의 이적성 시비와 논란

 

▲조정래 작가의 이적성 시비와 논란

 

 

  소설 <태백산맥>의 집필 과정은 그야말로 고투였다. 작가는 뒷날 회고에서 5공의 짙은 어둠과 서릿발 같은 상황 속에서 많은 고초를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거의 매일 밤 걸려오는 얼굴 없는 협박 전화, 취재의 어려움, 형사의 미행, 방송 출연의 제약,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충고성 경고 등이 오히려 소설을 쓰는 힘겨움을 압도해서 그런 일들 때문에 피가 바작바작 타들 어갈 지경이었다고 술회했다. 한다.

 

 

▲경찰청과 주고받은 편지

 

 

  그런가 하면, 1990년 9월에는 대검찰청에 의해 이적 표현물로 분류된 이래 10년이 넘도록 분류에서 해제되지 않았고, 1994년 봄에는 한 극우 반공 단체가 작가를 국가 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소함으로써 시련을 겪기도 했다.

 

 

 

▲무혐의 결정 보도 기사

 

 

   소설 <태백산맥>은 분단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출간된 지 채 10년도 안 된 1997년에 100쇄를 돌파했고, 판매부수도 500만부를 넘어서는 대기록을 한꺼번에 세우면서 우리문학사에서 최다쇄, 최대 판매부수의 금자탑을 쌓았다.

 

  또한 20세기에 쓰인 경제, 사회, 문학 등 세계의 모든 서적 가운데 21세기에도 빛날 책 120선(우리나라 36, 외국 94 : 출판저널 99.1월호)에 선정될 만큼 한국문학사에 있어 가장 찬란한 민족분단의 대서사시다. 한편 프랑스, 일본, 영국, 러시아 등 외국어로 번역되어 세계인의 극찬을 받았다.

 

 

▲세계인의 소설이 된 <태백산맥>

 

▲독자 필사본  “필사는 정독 중의 정독이다” 

 

▲독자 필사본

 

▲독자 필사본

 

 

◎제 2전시실

 

 

  제2 전시실의 넷째마당에는 ‘육필의 혼 작가 조정래’, ‘작가의 삶과 문학’, ‘작가 조정래의 문학 세계’, ‘우리의 소설 태백산맥’으로 구분하여 관련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여기서 작가 조정래의 약력을 살펴보자.

 

 

 

▲2 전시실

 

 

조정래 약력

 

• 1943년 전남 승주군 쌍암면 선암사 출생(아버지 조종현은 대처승)

• 1949년 순천 남국민학교 입학하여 논산, 벌교, 광주 등지로 계속 이주

• 1956년 광주 서중에 입학한 후 서울 보성고교,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대학 시절 교내 학술상 창작 부문상 수상)

• 1970년 『현대문학』에「누명」·「선생님 기행(紀行)」으로 등단(오영수 추천)

• 『황토』(1974),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1977), 『한, 그 그늘의 자리』(1978)

· 『유형의 땅』(1982), 『어머니의 넋』(1988) 등 다섯 권의 창작집

• 1976년 장편 소설『대장경』

• 1981년 중편 『유형의 땅』

• 1983년 연작 장편『불놀이』

• 1989년 『태백산맥』(전 10권) 완간

• 1995년 『아리랑』(전 12권)

• 1999년 『조정래 문학전집』(전 9권)

• 2002년 『한강』(전 10권)

• 2013년 『정글만리』(전 3권)

• 2016년 『풀꽃도 꽃이다』(전 2권)

 

 

 

작가 조정래, 그의 삶과 문학

 

▲작가 조정래, 그의 삶과 문학

 

▲작가 조정래, 그의 삶과 문학

 

 

▲장편소설 <한강>

 

▲장편소설 <아리랑>

 

▲장편소설 <정글만리>

 

▲조정래의 장편소설 <풀꽃도 꽃이다>

 

▲조정래의 장편소설

 

 

▲조정래의 장편소설

 

▲조정래의 작품집

 

▲조정래의 작품집

 

▲조정래의 작품집

 

▲산더미처럼 쌓인 소설 원고

 

 

   조정래는 <태백산맥> 전10권, <아리랑> 전12권, <한강> 전10권, 도합 32권에 이르는 대하소설을 집필하였다. 그의 대표작인 <태백산맥>이 우리 민족의 이념적 분열과 대립을 그려냈다면, <아리랑>은 우리 민족사의 고통과 그 극복을, <한강>은 민족적 삶의 진정한 모습을 전체적으로 구현해내려는 의욕을 담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아리랑>은 프랑스어로 번역된 데다가, 프랑스어 희곡으로 각색되어 또 한 번 화제가 되었다. 경력으로는 『월간문학』편집장, 월간문예지 『소설문예』 발행인, 『한국문학』주간, 도서출판 민예사 설립, 동국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석좌교수를 역임했으며,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소설문학작품상, 성옥문학상, 동국문학상, 단재문학상, 노신문학상, 광주시문화예술상, 동리상, 만해대상, 현대불교문학상, 자랑스러운 동국인상, 심훈문학대상, 이승휴문화상 등을 받았다.

 

 

 

▲문학사랑방

 

 

  그리고 다섯째마당은 아늑한 분위기에서 예술관련 각종 서적들을 읽을 수 있는 문학 사랑방 북 카페로 꾸몄다. 또한 작가가 직접 머무르면서 집필활동을 하게 될 “작가의 방”이 있어 타 문학관과 차별을 두고 있다.

 

 

‘현부자네 집’과 ‘소화의 집’

 

 

 

▲현부자네 집

 

 

   문학관을 나서면, 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현부자네 집’과 ‘소화의 집’이 가까이 보인다. 대문 위로 솟아있는 2층 누각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현부자네 집은 예상대로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물로 곳곳에 일본색이 묻어난다. 소설 <태백산맥>의 시작 부분에 등장하는 집이다. 2층 누각은 소작인들을 감시하기 위한 용도였다고 한다. 한 순간도 감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일제강점기 소작농의 애환이 그려진다.

 

 

 

▲소화의 집

 

 

  지척에 소화의 집이 있다. 소화의 집은 현부자네가 제각과 별장을 신축하면서 현부자네 전속 무당이나 다름없는 월녀와 소화가 거처할 조그만 집을 바깥 터에다 마련해 준 것이다. “부엌과 붙은 방이 그녀들의 안방이었고, 그 옆방은 신을 모신 신당이었다. 부엌에서 꺾여 붙은 것은 헛간 방이었다”고 묘사한다.

 

 

소설 태백산맥 조정래등산길

 

 

▲소설 <태백산맥>조정래등산길 입구

 

 

  그 두 집 사이로 난 등산로는 소설 <태백산맥> 조정래등산길이다. 제석산 정상까지 오르는 등산길로. 제석산은 소설 <태백산맥> 중간중간에 자주 등장하는 산이다. 제석산 정상까지는 3.6km, 2시간 남짓이면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정상에 오르면 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벌교의 중도방죽과 철다리, 홍교, 부용교 등이 한눈에 보인다고 하나 바쁘게 일정을 소화하느라 시간에 쫓기는 탐방객으로서는 등산로 입구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태백산맥문학관 앞에 세운 안내표지판,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남도바닷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

 

 

<태백산맥>의 무대 벌교와 문학관 위치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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