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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및 정보/- 스페인. 포르투갈

스페인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을 둘러보고, 플라멩고에 취하다

by 혜강(惠江) 2019. 4. 9.

 

스페인(2) :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을 둘러보고, 플라멩고에 취하다

 

 

 

글•사진 남상학

 

 

 

▲그라나다는 세비야와 함께 레몬의 산지이다. 가로수에도 주렁주렁 레몬이 달려 있다.

 

 

 

 세비야 관광을 마친 우리는 동쪽으로 3시간 거리의 그라나다로 이동했다. 안달루시아 지방의 꽃이라는 그라나다는 내륙에 위치하여 한여름에는 매우 덥지만, 스페인에서 가장 높은 산맥인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끼고 있어 겨울에는 수많은 스키어들이 방문하기도 한다.

 

 그라나다는 8세기 초반부터 이슬람 왕조의 지배 아래 크게 번영을 누렸으며 1492년 기독교 세력에 의해 점령되기까지 이슬람 왕조의 거점도시였다. 따라서 그라나다는 서유럽에서 이람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 그라나다의 구시가지 거리는 다른 유럽 도시에서는 만나기 힘든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 위치

 

 

 

알람브라 궁전

 

 19세기 후반 스페인을 대표하는 기타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프란시스코 타레가가 만든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기타음악이 있다. 서정적이면서도 어딘가 몽환적인 느낌이 나는 바로 그 음악의 산실이 아람브라 궁전이다. 그 알람브라 궁전이 바로 그라나다에 있다.

 

 알람브라 궁전은 기독교도들에게 쫓겨 그라나다로 온 무어인들에 의해 1238~1358년에 걸쳐 건축된 이슬람 왕국의 궁전이다. ‘알람브라’는 아랍어로 ‘붉은 성’이란 뜻으로 색깔 때문에 이름이 붙은 듯하다. 실제로 이 궁전은 성곽에 포함된 다량의 붉은 철이 붉은 색을 띤다. 1516~56년에 스페인의 카를 5세가 궁의 일부를 르네상스 양식으로 재건했고 이탈리아 풍의 궁전으로 바꿨다. 1821년 지진으로 많은 손실을 입어 지금까지 복원사업이 계속되고 있다.

 

 궁전 안의 아라야네스 정원은 분수가 있는 전형적인 아랍식 실내 정원이다. 이 정원을 중심으로 천국에서의 휴식을 표현한 시원한 공간 구조, 아라베스크 무늬의 벽면 장식과 모자이크, 보석을 박은 듯한 화려한 조각품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 준다고 하나 우린 입장하지 못해 아쉬웠다.

 

 이 정원이 아니더라도 알함브라 궁전 전체의 분위기는 단아하고 고즈넉했다. 긍전 뜰을 걷다보면, 1492년 스페인 최후 이슬람 나스르 왕조의 마지막 왕 보압딜이 '알함브라 궁전이 파괴되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왕국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며 순순히 이사벨 여왕에게 왕궁을 내주고 눈 덮인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어 모로코로 피난길에 올랐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였다.

 

 

 

▲알람브라 궁전 약도

 

 

 

▲알람브라 궁전의 원경과 내부 

 

 

헤네랄리훼 궁전과 정원

 

 

 우리가 먼저 관람한 곳은 알람브라 성 인근에 있는 헤네랄리페(Generalife). 알람브라 외곽에 있는 건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곳으로 ‘건축가의 정원'이라는 뜻을 가진 곳이다. 13세기말에 지어진 것으로 추측되는 헤네랄리페는 별장이다. 이 별장은 13세기말 이베리아 반도를 통치하던 나스르 왕조에 의해 여름별궁으로 시용하기 위해 지어졌으며, 원래는 알람브라 성과는 통로로 연결되어 있었다고 한다.

 

 헤네랄리페는 크게 두 개의 정원이 있는데 그 중에 페르시아 양식으로 지어진 아세키아 정원은 긴 연못 주변에 분수를 만들었는데 시에라 네바다의 눈 녹은 물을 끌어와서 분수를 만들고 다양한 꽃을 심어놓았다고 한다. 그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리고 정원에 있는 작은 분수들이 내뿜는 소리는 마치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들려주는 기타의 선율처럼 들린다. 

 

 

 

 

 

 

 

헤네랄리페 궁전의 정원

 

 

▶카를로스 5세 궁전

 

 

 알람브라 궁전 안에 있는 카를로스 5세 궁전( Palacio de Carlos V)은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이 궁전은 알람브라에서는 가장 규모가 크다. 1516~1556년 사이 스페인을 다스린 카를로스 5세는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이자 스페인 왕국의 공식적인 제1대 국왕이며 유럽에서 가장 화려한 업적을 쌓은 황제로 손꼽이는 인물이었다. 카를로스 5세는 왕비인 이사벨과 신혼여행을 위해 그라나다를 찾았다가 알람브라 성을 보고, 이곳에 당시 유행하던 르네상스 양식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궁전을 건축했다.

 

 정교하고 복잡한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단순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30m 길이의 정원을 2층의 회랑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1812년 나폴레옹 군대 침략 때 탑 몇 개가 파괴되고 1821년 지진으로 많은 손실을 입었다. 1828년에 복원사업이 시작되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카를로스 5세 궁전의 외관과 내부 

 

 

 

▶전망탑 알카사바 (성, 성벽)

 

 

 무어 왕조 때 지어진 부분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알카사바, 즉 성곽인데 지금은 거대한 외벽과 탑, 방벽들만이 남아 있다. 알카사바 안쪽에 알람브라 궁전이 있고, 그 안쪽에 알람브라 알타(상부 알람브라)가 있다. 알람브라 알타는 원래 관리와 시종들이 살던 곳으로 정부 소재지인 국왕도시의 일부였다.

 

 

 

 

▲전망탑 알카사바

 

 

▲잔망탑에서 바라본 광경

 

 

 

알바이신 지구의 언덕에 올라 구시가지 조망

 

 

 알바이신(Albaicín) 지역은 알람브라 성과 인접한 구릉지대를 가리킨다. 이 지역은 그라나다에서 이슬람 왕조가 축출된 후 이슬람교도들이 요새를 쌓고 거주하기 시작한 곳이다. 일종의 성채 도시인 셈이다. 안달루시아의 전통 건축과 무어인 특유의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어 이색적이며, 그라나다에서 무어인의 자취를 가장 잘 느껴볼 수 있다.

 

 알람브라 궁전에서 내려다볼 때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하얀 집들의 모습은 신비로움이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다.  볼거리로는 San Jose성당과 수도원을 비롯하여 아름다운 정원이 돋보이는 카르메네스, 멋진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산 니콜라스 San

 Nicolas광장 등이 있다. 오르막 길을 따라 알바이신 지구에 올라 주변 조망을 감상할 수 있었다.

 

 신기한 것은 이곳에서도 고개를 들면 멀리 시에라네바다의 눈으로 덮인 산자락이 보인다 것이다. 네바다 산맥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그라나다가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스키 시설이 지중해를 끼고 있어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알바아신 지구에서의 조망

 

 

 

멀리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눈이 쌓여 있다.

 

 

 

플라멩고(Flamenco) 관람

 

 

 저녁식사를 마친 우리는 플라밍고 공연을 관람했다. 플라멩고는 스페인 남부 지방에서 발달한 집시들의 춤과 노래다. 방랑생활을 하던 집시들은 15세기 그라나다 사크로몬테 언덕에 동굴집(쿠에바)을 만들어 정착을 시작했다. 고된 방랑 생활을 해야 하는 그들의 인생을 노래와 춤으로 표현해 내면서 안달루시아의 음악이 더해졌고, 그렇게 한이 섞인 노래와 춤과 음악에서 플라멩고라는 스페인의 전통춤이 탄생하게 되었다. 지금도 알바이신과 사크로몬테 언덕이 이어지는 곳에 플라멩고 공연장(타블리오)이 많다고 한다.

 

 우리가 찾은 공연장(타블리오)은 기대했던 것보다 규모가 작았다. 객석은 양쪽으로 꽉 들어찬다 해도 50~60명이 겨우 앉을 수 있는 좌석. 그래도 플라멩고가 탄생한 그라나다에서, 그것도 집시들이 정착했던 바로 그 언덕에서, 댄서들의 땀방울까지 보이는 무대 가까운 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기타리스트 1명, 노래 부르는 사람 1명의 음악에 맞춰 3명의 무녀가 교대해 가며 춤을 추고 마지막 무대에선 세 명이 함께 춤을 추었다. 빠른 음악에 따라 현란한 손놀림과 몸동작, 발끝과 뒤꿈치로 탁탁 소리를 내는 등 공연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맞춰 관객은 손뼉을 치거나 추임새를 넣으며 흥을 돋웠다.

 

 

 

▲플라멩고 공연장 입구 

 

 

 

 

 

 

 

 

 

 공연을 구경하고 우리는 도심의 야경을 구경한 뒤 그라나다 구시가지에서 간단히 음료를 마신 뒤 그라나다 일정을 마쳤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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