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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미, 여자 샘들의 특별한 외출

by 혜강(惠江) 2018. 11. 2.

 

백장미, 여자 샘들의 특별한 외출

 

 올림픽 공원에서 가을 정취에 흠뻑 젖다 

 

 

2018년 10월 31일

 

 

 

 

 

 10월 31일, 오늘은 마침 백장미학원의 115년째 되는 돌날이다. 이날 백장미학원 퇴직 여자샘들이 올림픽공원으로 모처럼 나들이를 나섰다. 남자 샘 셋은 그날 특별히 초청을 받았다. 차가운 날씨에도 기쁨으로 달려온 아홉 명의 샘들, 몇 분 샘은 갑자기 생긴 일로 불참해서 아쉽기도 했지만, 그래도 즐거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몽촌토성역 인근 <산들해>에서 받은 점심상은 그동안 일생을 바쳐 가르치는 일에 대한 보답인 듯 푸짐했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한성백제박물관 2층에 있는 <더한스아리아>에서 커피타임을 즐긴 후에 가벼운 마음으로 올림픽공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올림픽공원은 가을이 짙게 물들어 있었다. 올림픽공원은 86 서울아시아경기대회와 88 서울올림픽대회를 목적으로 건설되었으나 지금은 체육·문화예술·역사·교육·휴식 등 다양한 용도를 갖춘 종합공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먼저 올림픽공원의 입구에 세운 평화의 문, 공원의 정문격인 이 문은 아름답고 장중한 외양으로 우리를 압도했다. 무엇보다 사신도인 청룡·주작·백호·현무를 그린 천정의 단청이어서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안내를 맡은 심 샘은 좋은 정기를 맛봐야 한다며 우리를 평화의 문 아래 활활 타오르고 성화대로 안내했다. 성화 기단에 “모든 사람은 이념, 인종 및 종교의 차이를 초월하여 전쟁과 폭력의 위협으로 부터 벗어나 평화롭게 살기를 갈망한다. (중략) 이것은 오늘을 살고 있는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부과된 인류 역사의 소망인 것이다.…” '서울평화선언'이었다.

 

 

 

 

 평화의 문 좌우로 30개의 열주가 탈을 쓰고 늘어서서 우리 일행을 영접했다. 뒤로는 광장 끝에 올림픽 운동 조형물 ‘서울의 만남’ 이 세워졌고, 뒤로는 올림픽 참가 국기가 펄럭였다.

 

 올림픽공원은 각종 경기장 외에도 소마미술관, 한성백제박물관, 몽촌역사관, 조각공원 등 많은 문화시설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단풍이 아름답게 수놓은 가을의 정취를 맞기기 위해 산책하는 것을 택했다. 공원 산책은 인근에 사는 심 샘이 안내를 맡아 수고해 주었다. 그를 따라가는 우리는 영락없이 착한 학생이었다.

 

 

 

 

  평화의 문을 지나 호수를 왼쪽에 두고 걸어 들어가면 소마미술관이다. 그 뒤로 넓은 조각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잔디밭에선 국내외 조각가들의 작품들이 예술적 향기를 품어낸다.

 

 서울올림픽대회를 영원히 기념하고 올림픽공원을 세계적 명소가 되도록 하기 위하여 세계 110여 개 국에서 200여 명의 조각가들이 참여, 197개의 조형작품을 전시했다. 그러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빼어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격조 높은 예술품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공원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백제학연구소 건물 뒤에서 계단으로 올라섰다. 몽촌토성으로 오르는 길이다. 계단 바로 옆에는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렸다. 토성에 오르니 전망이 환히 트인다. 약 2.7km의 토성의 자취를 따라 2.3km의 산책로가 이어진다. 서울에서 가장 로맨틱한 산책길이다. 높이 6~7m의 토성이므로 높낮이가 심하지 않은 평탄한 길이다.

 

 

 

 

 

 

 몽촌토성은 백제 초기의 토성인데 88년 세계 올림픽을 앞두고 복원되었다. 인근 풍납토성과 함께 당시의 건축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한성백제의 유적이다. 한성백제는 백제가 공주(웅진)와 부여(사비)를 수도로 정하기 이전의 백제 역사다. 기원전 18년에서 475년까지의 기간이다. 공주와 부여가 도읍이었던 기간은 185년이지만, 하남 위례성을 수도로 삼은 한성백제는 500년 이상이다. 이들은 수도 방어를 위해 토성을 쌓고 토성방비용으로 목책과 해자(垓子)를 설치했다.

 

 그런 이유로 몽촌토성 산책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역사성을 갖춘 길이다. 족히 1,800년 전 사람들이 지나다닌 길의 흔적, 그 길에 서면 발끝에 이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역사적인 몽촌토성 길은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보리밭과 유채꽃, 장미원, 야생화원, 갈대밭, 드넓은 잔디밭이 어우러져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쉼터가 되었다. 가을에는 나뭇잎 모두가 꽃이다.

 

 우리가 걷는 길에는 굳이 단풍나무가 아니더라도 온갖 나무들이 가을 옷을 입었다. 서울에 살면서도 올림픽공원을 처음으로 찾았다는 황 샘은 올림픽공원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듯 ‘이렇게 예쁠 수가 없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화초 호박과 신기하게 생긴 오이 모양의 박이 주렁주렁 매달린 터널을 지나고, 야생화 꽃밭을 지난다.  이 중에서 여름에서 가을까지 핀다는 핑크뮬리원이 단연 인기다. 핑크뮬리는 여름에 자라기 시작해 가을에 분홍색이나 자주색 꽃이 핀다. 억새와 닮아서 분홍억새라고도 한다. 가을철 바람에 흩날리는 풍성한 분홍색 꽃이 너무나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마치 산발한 분홍색 머리카락 같다. 우리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핑크뮬리원 앞에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산책로 길섶에선 억새가 반겼다. 산책길은 얕은 능선으로 이어져서 낮은 언덕을 오르고 내리고 변화가 있어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산책로 주변에는 크고 작은 잔디밭이 있다.

 

 

 

 

 

 

 

  드넓은 잔디밭 한 가운데 외로워 보여 이름을 붙인 ‘나홀로나무’와 수령이 오래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아주 인상적이다. 특히, 수령이 약 530년으로 추정되는 은행나무는 높이가 17.5m이고 나무 둘레는 6m로서 보호수로 지정된 귀한 나무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혼부부들이 웨딩촬영 장소로 많이 이용된다. 주변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장수하는 은행나무의 기운을 받아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일까?

 

 

 

 

 

 

 

 

 

 

 

 

 

 산책로 주변에선 아직도 유물을 발굴하고 있다. 이미 토성 안에서는 움집터와 독무덤·백제토기·무기·낚싯바늘·돌절구 등이 출토됐다. 몽촌역사관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어 백제문화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시계바늘의 반대방향으로 돌아 나오면 목책과 방어용 해자를 만나게 된다. 해자를 가로질러 몽촌토성을 연결한 ‘곰말다리 주변도 아름답다. ‘곰말’은 ‘꿈마을’의 옛말이다. 또한 꿈마을은 몽촌(夢村)이다. 다리는 그 이름처럼 아름답다. 주변으로 꽃과 나무의 어울림도 그림 같다.

 

 

 

 

 

 

 

 

 

 

 해자란 동물이나 외부인, 특히 외적으로부터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고대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성(城)의 주위를 파 경계로 삼은 구덩이를 말한다. 방어의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 해자에 물을 채워 넣어 못으로 만든 경우가 많았다. 몽촌토성의 해자(현재 이름은 몽촌호)는 성내천을 활용한 자연적 해자인 셈이다.

 

 지금은 어엿한 호수로 사랑받고 있다. 호수는 깔끔하게 정화되어 수생식물이 자라고 수변무대와 음악분수를 설치했다. 가을 단풍과 어우러진 호수는 주변의 고층건물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다. 그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어 해자를 한 바퀴 돌았다.

 

 

 

 

 

 

 

 

 

 우리는 몽촌호를 돌아 올림픽 광장 국기 게양대 아래쪽으로 이동했다. 몽촌호에서 올려다본 게양대 벽면은 서울올림픽기록조형물 ‘영광의 벽’이 설치되었다. 벽에는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에 관한 제반 내용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88올림픽 참가 국가와  국가별 메달리스트의 명단과 기록, 올림픽대회의 임원 이름 등등… 조병화 시인의 <오, 위대한 조국이여>라는 시도 함께 새겼다.

 

 

 

 

 

 

 

 

 “이곳은 먼 하늘의 불을 받아 밝혀 놓고/ 제우스 주신과 헤라 여신과 더불어/ 인류의 평화,/ 그 화합과 전진을 기원하면서/ 지구촌의 대표들이 모여/ 세계의 행복과 번영을 위하여 축제를 벌인/ 서울 올림피아드 성스러운 자리// …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힘차게// 가장 강하게 온 몸과 얼, 그 최선을 다하여/ 영예와 영광을 조국에 바친 용사들이/ 그들의 숭고한 이름을 남긴 역사의 들판// 오, 장엄한 이름들이여/ 인류의 이름으로/ 영원하리, 불멸하리, 길이 빛나리… ”  

 

 모두가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치러낸 우리 국민의 저력을 영원히 기억하자는 뜻일 것이다.

 

 

 

 

 

 우리는 이날, 올림픽 공원을 둘러보고 몽촌토성을 산책하고 나서 ‘그 길을 걷는 것은 행복 그 자체’였다고 모두가 입을 모았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고, 음식과 차를 나누는 시간도 즐거웠다. 아름다운 가을 정취에 흠뻑 젖어 흥분하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의 외출은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모처럼 누리는 삶의 여유요, 즐거움이었기 때문이다.

 

가는 법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1번 출구 혹은 5호선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 평화의 문으로 입장하려면 8호선 몽촌토성역으로 가는 것이 좋다. 버스는 16, 30, 30-1340, 341, 342, 3318, 3319번이용하면 된다.

 

※ '백장미학원'은 숭의여자고등학교를 가리킴  (‘백장미’는 숭의여자고등학교의 교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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