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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서울

푸른수목원 : 2400종 식물을 한곳에, 서울 서남권 최고의 산책장소

by 혜강(惠江) 2018. 10. 4.

서울 구로구 푸른수목원

 

2400종 식물을 한곳에, 서울 서남권 최고의 산책장소

 

 

박순욱 기자

 

 

 서울 구로구에 있는 푸른수목원은 여느 공원이나 유원지와는 사뭇 다르다. 자전거를 탈 수도 없고, 쓰레기통도 없어 발생한 쓰레기는 되가져가야 한다. 그늘막은 물론 돗자리 사용도 금지다. 그러나 ‘바이크족(자전거 타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다. 또 다른 공원에서는 볼 수 없는 수천 종의 식물을 구경할 수 있는 곳도 이곳만의 장점이다.

 서울시 최초의 수목원으로 2013년 문을 연 푸른수목원은 103,354평방미터(3만평)의 부지에 2400여종의 국내 자생식물과 다양한 세계식물을 전시, 교육, 연구 및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수목원을 천천히 한바퀴 도는데는 한시간 정도 걸리며, 수목원 한쪽 끝자락에는 항동기차길, 구로올레길이 바로 연결돼 있어 ‘서울 서남권 최고의 산책 장소’로 손색이 없다. 구로구와 성공회대가 고 신영복 교수를 추모하기 위해 조성한 더불어숲 산책로도 수목원에서 곧바로 갈 수 있다.


푸른수목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산수유 열매. 8~10월에 열매가 빨갛게 익는다. /푸른수목원 제공

 

◆ 수목원 왼쪽의 항동저수지 ‘나무데크길’

손 닿을 듯 수생식물 가까이 볼 수 있어


 푸른수목원의 ‘핫 플레이스’는 수목원 왼쪽편에 있는 항동저수지다. 이전에 인근 논밭에 물을 대던 항동저수지를 수목원 조성 이후에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수심이 얕은 곳에는 연꽃, 마름, 부들, 갈대 같은 수생식물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수생식물 천국이다 보니 길이가 1m 가 넘는 잉어, 가물치 등의 어류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수목원측은 이곳 항동저수지의 다양한 수생식물들을 시민들이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나무데크길을 만들어, 마치 저수지 위를 걷는 것같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만 인근에 신축 중인 아파트들이 많은 것은 수목원을 찾는 사람 입장에선 다소 아쉬웠다.

 

 

▲푸른수목원의 ‘핫 플레이스’ 항동저수지 전경. /푸른수목원 제공
 

푸른수목원은 민간 수목원에 비해 화려함은 다소 덜하나, 다른 식물원에서는 보기 드문 야생화, 관목 등이 많다. 식물 종류만 2400여종이며 실제 심어져 있는 식물들을 다 합치면 40만 주(초본류 36만본 포함)가 훨씬 넘는다. 특히 도시정원사 양성, 실내가드닝, 식물세밀화 등 다양한 수목원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오전, 오후 두차례 사전 신청을 받아 숲 해설 프로그램도 원예 전문가가 진행하고 있다. 

 

 

푸른수목원 향기정원 전경. 각종 허브 식물 향기가 가득하다. /푸른수목원 제공

 

 축구장 10개 크기가 넘는 푸른수목원은 20여개의 주제정원, 북카페, 온실(KB숲교육센터), 항동저수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수목원 정문의 관리사무소 건물 앞은 잔디광장이다. 관리소 한쪽 끝의 북카페에는 차양막이 붙어 있는 야외테이블이 많아 유모차를 끌고온 엄마들의 쉼터,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 20여개 아기자기한 주제정원 줄이어

시민 참여 원예체험도 가능


 잔디광장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곧바로 나타나는 향기정원부터 본격적인 주제정원 나들이가 시작된다. 허브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향기정원은 초가을 들어 노란 꽃이 만개한 마타리가 관람객들에게 가장 먼저 인사한다.

푸른수목원 권용진 원장이 가을을 맞아 활짝 핀 마타리 꽃을 설명하고 있다. /박순욱 기자

 

 기자와 동행한 푸른수목원 권용진 원장은 보라색 꽃이 핀 배초향 잎을 하나 떼 손으로 비빈 뒤 냄새를 맡아 보라고 했다. 권 원장은 "추어탕 만들 때 잡내를 제거하는 산초와 향이 비슷해 실제 산초 대신 배초향 잎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프랑스정원은 프랑스의 전형적인 자수화단을 흉내냈다. 키 작은 회양목을 화단경계목으로 사용, 아기자기한 멋을 살렸다. 그러나 정원 규모가 작고 가지치기가 잘 안돼 있어 다소 인공적이면서도 엄청 화려한 ‘오리지널 프랑스정원’ 모습은 쉽게 연상되지 않았다.

 억새원에선 키가 3m가 넘는 억새들이 위용을 자랑했다. 권용진 원장은 "억새원은 우리나라 산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들판을 재현해 놓은 곳으로, 마치 들판 언저리에 서 있는 느낌을 주는 정원"이라고 말했다.

 

 

푸른수목원 주제정원들 중간쯤에 있는 영국정원의 에키나시아 꽃. /푸른수목원 제공

 

 원예체험장에선 상추, 배추, 무(보라), 양배추, 토마토 등이 텃밭에 심어져 있었다. 수목원측은 매년 15주 교육으로 ‘도시정원사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6기 교육생을 배출했다.

 

 

푸른수목원 원예체험장 옆 쪽문으로 나가면 항동철길과 바로 연결된다. 항동철길은 7호선 천왕역에서도 가깝다. /박순욱 기자

 

◆ 수목원에서 항동철길, 구로올레길

더불어숲길도 바로 갈 수 있어



 원예체험장을 둘러본 뒤 무궁화원쪽으로 좌회전하지 않고 직진하면 쪽문이 하나 나온다. 항동철길, 구로올레길, 더불어숲길들을 만나는 지점이다. 항동철길은 지하철 천왕역에서 온수역 방향으로 가다보면 만날 수 있는 철길로, 항동철길을 먼저 걷다가 이 쪽문을 통해 푸른수목원으로 들어올 수 있다. 수목원 산책이 소요시간이 다소 짧아 아쉽다면 항동철길, 구로올레길, 더불어숲길 산책을 권한다. 다만 항동철길은 요즘은 기차가 다니지 않지만 기차운행이 완전 중단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에 주의를 요한다.

 

초승달 모양의 외관을 하고 있는 푸른수목원 온실. /박순욱 기자

 

 수목원 제일 안쪽에 자리한 온실은 KB금융의 기부체납으로 조성된 숲교육센터. 호주의 귀염둥이 코알라가 주식으로 그 잎을 먹는다는 유칼립투스, 파파야, 망고, 바오밥나무 같은 열대수종이 많다. 온실을 초승달 모양으로 조성한 것이 특이해 온실 외관을 카메라에 담는 사람들이 많다.

 항동저수지의 나무데크길은 이곳의 또다른 명소로 자리잡았다. 갈대, 연꽃 같은 수생식물들을 손으로 만져볼 수도 있을 정도로 가깝게 나무데크길을 조성, 연인들의 데이트장소, 사진촬영 명소로 꼽힌다.

 푸른수목원은 올해 개원 5주년을 맞아 10월 한달동안 국화 전시회, 공예품 전시회, 베리어 프리(무장애)영화제 등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한다. 상암동 월드컵 대표행사인 ‘억새축제'와 같이 푸른수목원을 대표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겠다는 기획이다. 

 

 

푸른수목원이 매년 1월에 진행하고 있는 도시정원사 양성 프로그램 교육 모습. /푸른수목원 제공

 

 ‘Happy Autumn Festival’(행복한 가을 축제)라는 뜻을 담아 ‘2018 하하하 페스티벌'로 이름을 붙였다. 푸른수목원을 방문한 시민 모두가 교육, 전시, 체 프로그램을 함께 즐기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푸른수목원은 서울 서남쪽에 치우쳐 있어 서울시민 중에서도 아직 모르는 경우가 많다. 1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온수역에서 가깝다. 100대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여느 공원과 달리 돗자리, 그늘막 텐트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자전거 사용도 금지. 쓰레기통이 없어 발생된 쓰레기는 되가져가야 한다.

 

<출처> 2018. 9. 27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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