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세계가 주목하는 지금, 강릉은 여전히 푸르다
트래블조선
겨울과 봄 사이 그 애매한 계절에 다시 찾은 강릉. 바다는 시린 바람속에서도 여전히 푸른 빛을 내고, 올겨울 지구상에서 가장 큰 축제에 찾아온 이방인들은 옷깃을 잔뜩 여민 채 해변을 걷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의 개최로 인해 전 세계인들이 대한민국의 평창과 강릉을 올해꼭 찾아야할 여행지로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CNN에서 ‘2018 DESTINATIONGANGRUENG’이라는 주제로 강릉을 소개하기도 했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자연과 역사의 도시 강릉, 그들은 과연 무엇을 발견했을까. 현저히 늘어난 외국인 여행객들과 동계올림픽의 흔적들로 아직까지도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강릉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운으로 활기가 넘쳤다. 그럼에도 강릉이 품은 고유의 풍경들 역시 변함없이 머금고 있었다.
이미 몇 번쯤 찾아갔던 곳부터 처음 방문한 여행지까지, 이상하리만치 낯설면서 익숙했던 하루. 전 세계가 추천하는 여행지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 다시 만나는 ‘강릉’.
강릉 여행은 이곳에서부터 '강릉중앙시장'
늘 강릉여행의 시작은 강릉 중앙시장이었다. 오후 12시, 점심시간에 도착한 중앙시장은 입구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접이식 끌차에 짐을 싣고 지나가는 상인과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시장 골목을 누비는 젊은여행자들까지. 현지 주민들보다는 여행객들이 더 많아 보였다.
시장을 한 바퀴 돌까 하다가 지하의 어시장에 먼저 내려가 보기로 했다. 계단에서부터 비릿한 해물 냄새가 희미하게 올라왔다. 생각보다 크지 않은 규모의 어시장에서 몇몇의 여행객들이 흥정을 하고 있었다. 좌판에 깔린 갈치와 고등어는 전구의 불빛을 받아 반짝였고, 사람 팔뚝만 한 거대한 문어가 서로 그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수조에서 힘 있게 헤엄치는 방어와 대야에 가득 쌓인 꽃새우들. 시간만 넉넉하다면 회 한 접시에 술 한잔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돌아섰다.
시장통은 역시나 사방에 먹거리 천지. 길 한가운데에서 신선한 야채를 판매하는 상인들을 지나 골목골목에서 풍겨오는 구수한 냄새를 따라 걸었다. 오래된 국밥집에는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국밥 한 그릇을 먹는 사람들로 온기가 흘렀고, 소문난 맛집들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분주했다. 그 풍경을 두고 그냥 가기는 아쉬워 사람들을 따라 줄을 섰다. 맛깔진 먹거리가 여행에 활력을 더해준다는 사실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진실이다.
<2 vs 2 시장먹거리>
- 닭강정 & 새우강정
강릉중앙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닭강정과 새우강정이다. 시장 내에 4~5개의 가게들이 있으며, 각각 시식도 가능해 맛을보고 본인의 취향에 맞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소스의 붉은 정도와 강정의 바삭함 등이 자신만의 맛집을 고르는 핵심 포인트.
- 아이스크림 호떡 & 치즈 호떡
디저트로 가성비 갑인 아이스크림 호떡과 치즈 호떡. 어떻게 보면 단순한 조합이지만 맛은 단순하지 않다. 차가운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는 호떡의 쫄깃함, 치즈의 짠맛과 호떡의 단맛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info 강릉역에서 중앙시장까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KTX 강릉역에서 중앙시장까지는 걸어서 20분내외로 찾아갈 수 있다. 또는 역전에서 300번 버스를 타고 교보생명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바로 앞에 시장이있다. 택시로는 기본 요금으로 갈 수 있는 거리이다.
소리와 발명품의 천국 '참소리 축음기 박물관&에디슨 과학박물관'
경포 호숫가에는 박물관 세 개가 나란히 서 있다. 에디슨 박물관과 참소리 축음기 박물관 그리고 손성목 영화·라디오·tv 박물관.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지만, 강릉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이상한 조합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참소리 축음기 박물관안으로 입장했을 때 운이 좋게도 해설이 시작되고 있었다. 박물관들을 건립한 손성목 관장이 40여 년간 60여 개국에서 모은 축음기들은 에디슨이 발명한 최초의 소리 기록기에서부터, 나팔관 축음기, 붓다 형상의 축음기 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어린 나이에 부모에게 축음기를 생일 선물로 받은 손성목 관장은 6.25 전쟁으로 피난을 떠나면서도 이 축음기를 품에 꼭 안고 갔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축음기에 대한 애정이 이토록 큰 박물관으로 남게 된 것.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물건들을 찾아다닌다고 하니, 열정이 대단했다.
해설가가 나팔관 축음기를 틀어주어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단 1분의 시간 동안 그 작은 기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소리는 색이 바랜 고서에서 풍기는 오래된 종이 냄새를 맡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박물관에 있는모든 이들이 그 소리에 집중했다. 음악이 끝나고 다시 축음기가 멈췄을 때는 벌써 아쉬움이 밀려들고 있었다.
참소리 축음기 박물관에서 내부 통로를 통해 에디슨 박물관으로 넘어갔다. 축음기와 함께 에디슨이 발명했던 획기적인 발명품들과 전기 자동차, 스토브와 냉장고 등이 전시되어 있다. “과거에서 더 먼 과거로 잠깐 떠나보자”고 얘기했던 해설가의 설명을 실감하며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더 먼 과거로 여행하는 시간이 그곳에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의 모든 것 '손성목 영화박물관'
손성목 영화박물관에는 에디슨의 또 다른 발명품 중 하나인 영사기들이 잔뜩 전시되어있다. 축음기만큼이나 각별한 애정을 갖고 30여 개국에서 모아온 다양한 영사기와 라디오, 상영 필름 등과 같은 영화와 관련된 전시품들이 가득 차고도 넘친다.
영화인이라면, 혹은 영화 애호가라면 그들에게 이곳만한 놀이터가 또 있을까. 특히 경사로 전시관에 비치된 옛날 영화 포스터와 영화 속 장면들은 시간만 된다면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로 눈길을 끌었다.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어른들에게 유년의 추억을 떠올리게끔 해주는 따스한 공간이 되어주는 박물관.
info 관람은 통합 티켓으로
에디슨 과학박물관, 참소리 축음기 박물관, 영화박물관은 각각 별도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지만, 하나의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그렇기 때문에 참소리 축음기 박물관 앞의 통합 매표소에서 티켓을 한 장만 구매하면 세 곳의 박물관을 모두 돌아볼 수 있다.
경포호 감상의잇플레이스 '경포대'
박물관 앞에 펼쳐진 너른 호수는 경포해변과 이어지는 호수 경포호이다. 살얼음이 살풋 올라온 수면 위로 하늘이 그대로 반사된 모습은 마치 하얀 도화지에 수평선을 하나 그은 것 마냥 맑고 깨끗했다. ‘호수가 거울과 같이 맑다’고 해서 불리는 또 다른 이름 ‘경호’의 의미를 알 것도 같았다. 이 멋진 풍경을 완벽하게 마주하기 위해서는 경포대로 올라야 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라 주저 없이 걸음을 돌렸다.
야트막한 언덕에 띠처럼 둘러진 덤불 위로 빠끔히 고개만 내밀고 있는 처마가 눈에 어왔다. 그 옆으로 난 산책길을 따라 올라갔다. 제멋대로 자란 소나무 사이로 경포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방이 시원하게 열린 누각의 기둥과 처마 밑의 화려한 무늬는 색이 살짝 바랬지만 고풍스러운 분위기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신을 벗고 경포대에 오르자 맞은편에 걸려있는 하얀 현판의 글씨가 보였다. ‘山江一第’ 관동팔경 중 첫 번째로 꼽히는 경치를 지녔다는 의미의 제일강산. 과연, 그랬다. 한단 높은 마루에 올라서서 본 경포호수는 마치 눈앞의 풍경을 그대로 담아 액자에 걸어둔 듯했다.
잊지 말아야 하는과거 '충혼탑'
경포대의 오른편에 소나무 군락을 병풍처럼 두룬 채 단단하게 서 있는 탑이 있다. 한쪽에 비치된 안내판에는 6.25 한국전쟁 중 산화한 강릉 출신의 군인과 경찰을 기리기 위해 1969년강릉 시민들의 뜻을 모아 건립한 충혼탑이라고 적혀 있다.
탑앞에 놓인 흰 백합꽃을 보자 괜스레 마음이 경건해졌다. 역사와 전쟁 속에서 희생당했던 수많은 애국자들 덕분에 지금 같은 시대가 찾아왔음에도 자꾸만 과거를 잊게 된다. 감사해야할 일들이 많고, 잊어서는 안 될 것들이 많다는 걸 다시금 되새겼던 곳.
info 석비
경포대로 가는 길 한편에 조금은 외롭게 세워져있는 석비. ‘사람은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큰일을이루지 못하리라’ 라는 뜻의 한자 ‘인무원려 난성대업’이 새겨져 있다. 석비 옆 벽면에서는 관동팔경의 그림을 볼 수 있다.
<KTX로 떠나는 강릉여행>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아 강릉역까지 운행되는 KTX 노선이 개통되었다. 한국을 찾은 올림픽 여행객들을 위해 올림픽기간에는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며,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는 서울역과 청량리역에서 출발할 예정이다. 강릉역에서부터 요즘 핫한 강문해변까지, 에디터가 다녀온1Day 강릉여행 코스. 국적불문 많은 여행자들이 2018년 강릉여행을 다녀오기를 바라면서 만들어 본 코스.
강릉, 그리고 바다
강릉의 바다는 푸르고 또시리다. 유화 물감으로 거칠게 그려 넣은 듯한 흰 파도와 구름이 가득한 하늘 아래 진하게 그어 넣은 수평선이 그 끝을 알 수 없게 만든다. 강렬하게 밀려드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강릉을 대표하는 두 해변을 걸었다.
다시 찾은 경포해변은
대학생 시절 여름방학을 맞이해 친구들과 강릉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때 가장 먼저 찾았던 곳이 바로 경포해변. 강릉을 대표하는 해변이다 보니 여름은 늘 인파로 북적거렸는데, 다시 찾은 경포해변은 추운 날씨 때문인지 훨씬 한적하고 여유로웠다.
그러나 전과 달리 외국인 여행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타국의 바다와는확연히 다른 빛깔을 띠는 바다가 그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괜스레 궁금해졌다.
솔숲과 백사장 사이에 일자로 놓인 나무 데크를 따라 경포해변의 중앙광장으로 갔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오륜마크 조형물이 모래사장 위에 흔들림 없이 놓여있고, 그 앞에 선 여행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함박웃음을 지은 채 신이 난 모습. 경포해변의 앞바다는 변한 것 없이 푸르렀다. 매년 많은 인파가 다녀가는데도, 여전히 짙은 파랑과 옥빛이었다. 그리고 바람도 여전했다.
먼발치에서 보기에는 바다의 풍광이 아까워, 파도가 밀려드는 곳까지 걸어갔다.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붉은 띠를 두른 등대가 위태롭게 흔들렸다. 바닷바람을 맡으며 한참을 바라보다보니 찬바람에 코가 시려왔지만, 그럼에도 도시에서 묻혀온 케케묵은 먼지들은다 날아가 버린 것처럼 마음이 가벼워졌다. 마음이 답답하면 바닷바람을 쐬러 나간다는 지인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 말을 그대로 실감하며 아주 잠깐 거기 그렇게 서 있었다.
강문해변의 그림 같은 오후
경포해변에서 15분 정도 걸어서 강문해변에 도착했다. 중간에 두 해변을 이어주는 강문솟대다리를 건너지만 않으면 두 해변이 이어져 있다고 해도 될 것 같았다. 이곳 강문해변은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촬영지이자 사진이 예쁘게 나오기로 유명한 해변이다.
반지를 형상화한 벤치,캔버스와 액자 형태의 프레임 벤치 등 바다를 배경으로 찍을 수 있는 포토 스폿이 군데군데 해변에 자리하고 있었다. 친구끼리 찾아온 여행자들이 액자 형태 조형물에 앉아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연인들은 하트모양의벤치에 앉아 포즈를 취했다.
서쪽으로 해가 지며 마지막으로 뿌리는 노란 햇빛이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을 스포트라이트처럼 비춰주었던 곳. 그들이 찍었을 사진을 상상하며 액자 앞에 섰다. 마치 그림처럼 액자에 담긴 강문해변의 바다는 거칠고 생동감이 넘쳤다.
밤이 내린 강문해변
몸을 녹이러 잠깐 들어간 카페에서 한없이 앉아 있다 보니 해는 어느새 구름과 뒷산 너머로 사라지고, 어둠이 서서히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하나둘씩 켜지는 불빛이 강문해변의 풍경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특히 눈에 들어온 건 강문솟대다리. 노란색, 분홍색, 보라색 등 수시로 조명이 바뀌며 낮과 다른 화려함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밤바다를 배경으로 여러 가지 색으로 선명하게 빛나는 다리와 그 어둠속에서 희미하게 밀려오는 파도소리. 그 풍경 또한 강문해변에서 밤까지 머물러도 좋은, 또 하나의 선물이었다.
info 진또배기
예로부터 강문마을에서는 장대에 나무를 깎은 물오리 세 마리를 올려놓은 진또배기라는 솟대를 모셔두고 바람, 물, 불의 삼재를 막아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그때 사용했던 솟대를 형상화한 것이 강문솟대다리 아래에 놓여 있다. 자신이 아끼는 물건이나 동전을 경건한 마음으로 던져 원형 안에 들어가면 각종 액운을 막아주고 소망을 이루어 준다는 미신이 있다.
info 짬뽕순두부
강문해변 근처에 초당순두부마을이 있다.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으니 시간이 된다면 이곳에서 저녁을 해결해도 좋다. 밋밋한 초당순두부도 좋지만 강릉에서 유명한 짬뽕순두부는 흔히 맛보기 어려운 별미이다. 대부분의 초당순두부마을 식당에서 짬뽕순두부를 판매하고 있다.
· editor 엄지희
· PHOTO GRAPHER 김관수 / · 기사 제공 여행매거진
[출처] 2018. 6. 21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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