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봉사하는 삶이 기쁨인 이광수 선생님

 

 

숭의여자고등학교 퇴직교사

배우고 봉사하는 삶이 기쁨인 이광수 선생님

 

 

글 이행림 / 사진 김정호

 

 

 

 퇴직후 이광수 선생님은 학생이 되었다. 30년 경력의 선생님이 학생이 된 이유를 묻자 “배음의 기쁨이 너무 크거든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아닌 게 아니라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에서 만난 이광수 선생님은 더할 나위 없이 밝고 생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배움이 기쁘지 않고는 지을 수 없는 환한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서 떠나질 않았다. 

 

 

 

 

  

 

이광수 선생을 만나다

 

 미술사 강의가 예정되어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 소강당 앞에서 하나둘씩 모여드는 수강생들에게 강의 자료를 배부하며 안내를 맡고 있는 온화한 미소의 여인, 바로 이광수 선생이다. 국립중앙박물관회에서 개설한 강좌를 수강한다 하여 학생인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싶어 여쭈어보니 수강생은 맞는데 오늘은 수강하는 날이 아니고 봉사하는 날이라 이렇게 강의 준비를 돕고 있다고 한다. 강의가 시작되자 이번엔 소강당 맨 뒷줄에 앉아 강의 모니터링을 시작하는 이광수 선생. 이때의 선생은 밝은 미소로 안내를 볼 때와는 또 다른 사뭇 진지한 모습이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가르치는 자리에 있어 보았기에, 배움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너무도 잘 아는 그런 모습이라고나 할까.

 

 선생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숭의여자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다. 엊그제 일 같지만 그게 벌써 18년 전 일. 1970년 시작해 1999년 퇴직하기까지 근 30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이광수 선생은 참 헛헛한 마음이었다고 퇴직 당시의 심경을 이야기한다. 선생의 삶에서 학교라는 공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만큼 상실감도 컸던 것이리라. 하지만 다행인 건 힘든 시간이 오래가지 않았다는 것. 이유는 다시 학교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가르쳐야 하는 학교가 아닌 ‘배울 수 있는 학교’ 말이다.

 

 

 

 

 

 

“1999년 퇴직하고 2000년도부터 이곳 강좌를 들었으니까, 거의 퇴직하자마자 이곳에 왔다고 볼 수 있죠. 제가 원래 역사, 세계사, 미술사, 고고학, 이런 강좌를 좋아해요. 근데 예전엔 요즘처럼 문화강좌가 많이 없었어요. 박물관 대학(박물관 특설강좌)이 유일하다시피 했죠. 그때 여기에 교양강좌 형식의 기초학습 특설강좌가 있었거든요. 문화 전반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강좌였는데, 그거 수강 후에 연구강좌에 들어갔어요. 듣다 보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그 때는 박물관 강좌라고 하면 누구나 알고, 누구나 수강하고 싶어 해서 수강자를 선발해야 할 정도였는데, 강의를 들어보니까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쭉 듣고 있죠.”]

 

박물관 대학과 선생의 인연은 17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선생은 그 긴 시간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웠노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쉬움도 전한다.

 

“이곳에서 배운 걸 퇴직 전에 알았더라면 학생들한테 더 많은 가르침을 주고,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제가 가르친 국어 과목은 문학, 철학, 역사, 세계사 등과 다 연결이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역사나 세계사 등을 아우르는 문화개념을 모르면 국어 자체도 소통이 안 되는 게 많아요. 박물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몰랐던 부분들에 대한 개념이 잡히고 보니, 박물관을 다니면서 교사생활을 했다면 더 열강하지 않았을까, 더 좋은 선생님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는 거죠.”

 

 아쉬움을 전하는 선생에게 너무나 당연한 질문일지도 모를 “다시 가르치고 싶진 않으세요?”라는 질문을 드렸다. 선생은 역시나 반색하며 “가르치고 싶지요. 가르치고 싶어 죽겠어요(웃음). 근데 주어지는 게 가르치는 건 없으니까. 하지만 괜찮아요. 뭘하지 않아도 이렇게 알아간다는 것, 하나하나 깨우쳐 간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신나고 재밌어요.”라고 답한다.

 

 

배움에 이은 또 하나의 기쁨, 그것은 봉사

 

 배움의 기쁨과 가치를 이야기하는 이광수 선생. 하지만 선생에게 이곳 박물관은 배움의 장만은 아니다. 선생의 봉사활동 또한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 다. 선생은 10년 전부터 배움과 봉사활동을 함께해오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이야기는 〈만나러 갑니다〉코너에 이광수 선생을 추천한 국립중앙박물관회 소속 직 원 서승연 님께 부탁드렸다.

 

 “선생님께서 강의자료 배부, 프로그램 안내, 강좌 모니터링 등을 해주고 계세요. 다른 봉사자분도 계시지만 이광수 선생님께 특히 더 감사한 건, 어려운 부탁을 드려도 안 된다고 말씀하신 적이 없다는 거예요. 강좌가 많아서 봉사를 하더라도 보통은 자신이 마음에 들어 하는 강좌를 고르거나, 원하는 시간대를 먼저 고르시거든요. 그러고 나면 꼭 한두 강좌가 비어요. 그럴 때 갑자기 전화 드려서 ‘해주시면 안 될까요?’ 해도 선생님께서는 늘 ‘해드릴게요’ 해주시거든요.”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이광수 선생이 “내가 원하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시간에 해주는 게 봉사 아닌가요?” 하며 웃으신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 다는 긴 시간. 이 긴 시간 동안의 봉사활동이 힘들 법도 하건만 여전히 밝기만한 이광수 선생. 그래서 이번엔 힘들지 않으시냐는 질문을 드렸다.

 

 “힘든 점은 없어요, 제가 좋아해서 하는 일이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봉사는 궂은일도 하고 노동도 들어가는 그런 일인데, 여긴 힘 안 들이는 고급봉사라서(웃음) 오히려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죠.”

 

 이광수 선생은 매주 있는 특설강좌 봉사와 격주로 진행되는 연구강좌 봉사를 하고 있다. 특설강좌의 경우는 매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봉사시간도 5시간으로 적지 않기 때문에 좋아서 하는 일이라 해도 결코 쉬운 일일 순 없다. 그런데 이광수 선생은 힘들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아무래도 보람이 크기 때문이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선생은 이 말에도 고개를 젓는다.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이 일이 제 즐거움이니까 보람이란 말은 좀 민망해요. 저한테 이 일은 사실 봉사의 개념이 아니에요. ‘봉사’라고 하면 남에게 도움을 주는 건데, 저는 이 일을 하면서 내가 혜택을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미안한 마음도 드는 거죠.” 봉사 또한 기쁨으로 생각하는 이광수 선생에 게 언제까지 봉사를 하실 생각인지, 여기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여긴 봉사하기를 다 원해요. 그래서 내가 다른분 봉사할 기회를 뺏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눈치가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눈치를 안 준다면 계속 하고싶어요(웃음).”

 

 

 

 

 

 

 

 

배움과 봉사, 그리고…

 

 배움과 봉사에 대한 얘기만 나누다 보니, 박물관 밖에서의 모습은 또 어떠실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집에서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는지를 질문 드렸다. 그러자 시를 쓴다는 답이 돌아온다. 알고 보니 선생은 시 쓰는 국어선생님, 그래서 학교에서 시인으로 통했던 이력의 소유자였다.

 

 

 

 

 인터뷰 끝에 선생이 쓴 시를 청해 보았다. 제목은 타지마할의 전설.

 

“석류 속 같은 사랑을 / 영롱한 빛깔처럼 담아 낸 / 차가운 돌에 맨발로 서도 / 가슴이 뜨거워질 수 있는 /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곳 / 영혼을 바쳐도 갈증스럽고 / 대리석을 휘감고 황금을 녹여 주고도 / 아직도 남는 건 / 주고 싶은 것 / 가장 위대한 왕으로 태어나 / 전부를 기울이고 / 자신을 소모할 수 있는 것은 / 오직 사랑 / 그것 하나 / 여자가 소원하는 건 / 왕좌도 아니고 / 우주도 아니고 / 열렬한 한 남자의 사랑뿐 / 립스틱 짙게 바르고 / 타지마할의 입구에 서서 / 문타즈를 꿈꾸는 것은 / 여행자의 즐거움 / 사랑을 받는 건 / 한갓 꽃이지만 / 사랑을 주는 건 / 천 년 역사임을 / 눈부셔 말을 잃었다.” (1997년 1월 21일 作)

 

선생의 시를 감상하며 바래본다. 배움에 대한 열정과 봉사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과 시를 쓰는 남다른 감성으로 앞으로도 행복하시길, 건강하시길….

 

*국립중앙박물관회 박물관 특설강좌 문의 : 전화 : 02-2077-9790 / 홈페이지 : www.fnmk.org)

 

 

 

<출처> 2018.「사학연금」Vol.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