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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및 정보/- 터키.그리스

터키 카파도키아, 기이한 땅에 압도당하다

by 혜강(惠江) 2017. 12. 20.

 

 

터키 카파도키아

 

기이한 땅에 압도당하다

 

카이세리(터키) = 글·사진 박경일 기자

 

 

 

지구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기괴한 지형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터키의 카파도키아. 카파도키아 여행의 정점은 단연 열기구 투어다. 이른 아침 떠오른 열기구들이 카파도키아 상공을 날고 있다.

 

 

 지상의 풍경이 아닌, 마치 외계의 행성을 연상케 하는 여행지가 있습니다. 여행은 일상의 가장 반대편 풍경을 지향하는 법.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을 말하는 ‘버킷 리스트’의 앞줄에 이런 곳들이 자주 꼽히는 건 그래서이겠지요. 터키 중부 아나톨리아 지방의 카파도키아. 이곳이야말로 비슷한 다른 곳을 하나도 댈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고 거대한 지형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화산 분출로 생성된 사암이 침식하면서 만들어진 카파도키아의 지형은 눈으로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고 또 기괴했습니다. 아이스크림 스쿠프로 떠낸 것 같은 바위가 있는가 하면 영락없이 버섯 모양을 한 바위도 있습니다. 지형 전체가 물결치듯 흘러내리는 곳도 있고, 날카롭게 세운 칼날 같은 바위가 물고기 등지느러미처럼 펼쳐진 땅도 있습니다. 황량하고 거친 땅 위에 ‘땅의 형세’가 만들어내는 경관이 얼마나 독창적이고 특별한지 내가 딛고 선 곳이 지구라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습니다. 경이롭고 압도적인 풍경은 감탄과 탄성을 넘어서 예술적 상상력까지 불러일으켰습니다.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거대한 협곡과 계곡을 이루는 카파도키아 지형이 감동적인 건, 땅의 모양뿐만 아니라 그곳에 스며들어 있는 핍박과 헌신의 역사 때문입니다. 페르시아, 로마, 비잔틴과 오스만튀르크 시대를 거쳐 터키공화국이 되기까지 땅의 역사가 이곳에 새겨져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여러 번 주인이 바뀐 곳이니, 이곳을 지나간 역사의 목격자는 ‘사람’이 아니라 ‘땅’입니다.

 카파도키아는 로마의 종교박해로 이 거칠고 험한 지형까지 쫓겨와 동굴 속에 숨어든 초기 기독교도들을 위시해 소외되고 핍박받는 이들을 기꺼이 거둬들였습니다. 오래된 역사를 기웃거리다가 자연스럽게 끼어든 궁금증 몇 가지. 동굴을 뚫고 바위를 파서 땅으로 숨어든 이들이 고난 속에 여기 살면서 지키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빛 한 줌 새어들지 않는 깊은 동굴에 은신하는 삶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들이 포기하지 않았던 신념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요. 그리고 카파도키아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 지금, 이곳까지 온 이들은 과연 무엇을 찾아온 것일까요. 푸르스름한 일출 무렵 일제히 떠오른 열기구 위에서, 황혼 무렵 온통 붉게 물드는 기암의 로즈 계곡에서 카파도키아의 대지를 내려다보고 있는 여행자들의 시선은 궁극적으로 어디에 가닿고 있는 것일까요.

 

 

 

 

 

 

# 카파도키아, 독창적인 경관의 명소



  터키 중부 아나톨리아의 중심인 카파도키아는 세계적인 관광지다. 그런데 지도에는 그 이름이 없다. 정식 지명(地名)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부 아나톨리아의 독특한 지형과 풍광이 펼쳐지는 지역 일대를 통칭해서 부르는 이름이 카파도키아다. 독특한 지형과 기이한 경관. 카파도키아는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풍경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300만 년 전 격렬한 화산 폭발에 이은 지진, 그리고 오랜 세월에 걸친 풍화와 침식으로 만들어진 카파도키아의 지형은 기괴하기 짝이 없다. 바위며 산들이 저마다 다른 형상을 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도 비슷한 곳을 댈 수 없을 정도로 경관이 독창적이다. 비슷한 형상을 떠올릴 수 없으니 비유할 만한 문장도 찾을 수 없다. 카파도키아의 풍경을 말과 글로 모사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얘기다. 사진이라면 좀 낫지만, 입체적인 지형의 느낌과 질감을 전달할 수 없으니 이 역시 난감할 따름이다.

  카파도키아가 특별한 건 땅의 모양 때문만은 아니다. 카파도키아 곳곳에는 고대문명이 지나간 뚜렷한 자취가 있다. 고대 오리엔트를 호령했던 히타이트에 이어 페르시아제국, 알렉산더제국, 로마제국, 비잔틴제국, 그리고 셀주크튀르크, 오스만튀르크 제국이 차례로 카파도키아를 점령했다. 주인이 자주 바뀌었다는 것은 그 땅 위로 수많은 전쟁이 지나갔다는 얘기이고, 그만큼 많은 이야기가 묻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카파도키아…박해받은 이들의 공간

 

 

▲ 지금은 ‘전망 좋은 카페’가 됐지만 비잔틴제국 당시에는 무슬림 침입에 대항하는 기독교도들의 요새였던 우치히사르의 바위산. 바위산의 내부에는 터널과 동굴이 벌집처럼 연결돼 있다



  카파도키아는 오랫동안 탄압받고 소외된 이들이 숨어 살던 공간이었다. 기이하고 신비스러운 경관이 종교적 경건함으로 해독됐기 때문이었을까. 카파도키아는 오랫동안 종교박해를 피해 숨어든 이들의 땅이었다.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인정하지 않고 혹독하게 탄압하던 시절, 초기 기독교도들은 탄압을 피해 카파도키아로 들어와서 숨어 살았다.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한 뒤에도 카파도키아는 수행의 공간으로 바뀌어 더 많은 기독교도가 찾아들었다. 이때부터 카파도키아 일대 동굴에 건설되기 시작한 성당과 수도원의 숫자는 360개가 넘는다.

  이슬람교도들이 아나톨리아를 침공하자 이번에는 이슬람교도들에게 쫓긴 기독교도들이 카파도키아로 몰려들었다. 인구가 6만 명을 넘어서면서 거주공간이 부족해지자 피란민들은 바위산을 뚫고 지하 도시를 건설했다. 미로를 방불케 하는 지하 도시에는 환기용 배기구와 저수조, 식량창고 등 각종 시설이 들어섰다. 종교적 신념을 지키며 숨어 사는 삶이 또다시 시작된 것이다. 카파도키아에는 그 당시 종교적 공간들이 도처에 있다. 비잔틴제국에서 일어난 성상 파괴운동으로 성당과 수도원의 프레스코 성화가 지워지긴 했지만, 바위산과 기괴한 암석을 깎아 세운 성당이나 수도원 등 기념비적인 종교시설물들은 크게 다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다.

# 카파도키아를 극적으로 보는 방법



   카파도키아의 경관을 가장 장쾌하고 극적으로 보여주는 게 열기구 투어다. 열기구 투어는 단순하다. 바람이 잦아드는 이른 새벽 무렵에 너른 들판 위에서 열기구를 타고 300~500m 상공으로 올라가 카파도키아 일대의 경관을 내려다보는 게 투어의 전부다. 카파도키아의 경관을 감상하는 데 열기구까지 동원되는 건 기괴한 지형의 어마어마한 규모 때문이다. 열기구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봐야 비로소 카파도키아 일대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열기구 투어는 요금이 만만찮다. 비행시간에 따라 요금이 다른데 가장 싼 것이 100유로(약 12만8000원), 200유로(25만6000원)가 넘는 것도 있다.

  비싼 요금과 새벽 4~5시쯤 기상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카파도키아에 갔다면 열기구는 필수다. 카파도키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데다, 열기구의 ‘높이’가 주는 시각적인 경험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조언 하나. 여행을 하면서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하는 게 맞는다. 할까 말까 망설여진다면 더욱 그렇다. 시간은, 더구나 ‘여행의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면 원하는 모든 것을, 망설여지는 모든 것을 하는 게 답이다. 일상이 아닌 여행에서는 말이다.

# 높이가 경관을 더 특별하게 하다



  이른 새벽, 일대의 호텔을 돌며 예약 손님들을 태운 승합차가 너른 벌판에 섰다. 들판 여기저기서 열기구 풍선이 부풀려지고 있었다. 열기구의 뜨거운 공기를 만드는 가스버너가 불을 뿜자 어둠 속에서 열기구 풍선이 선명하게 빛났다. 가스버너 불로 공기가 달궈지면서 열기구가 들판 이곳저곳에서 기지개를 켜듯 천천히 일어서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열기구 하나당 정원은 16명 내외. 1인당 150유로를 받았으니 열기구 하나가 한 번 비행으로 300만 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100개가 넘는 이런 열기구가 차례로 하늘로 올라갔다. 비수기라 이 정도지, 성수기에는 열기구 수백 개가 한꺼번에 뜬다고 했다. 열기구를 타고 보는 카파도키아의 지형도 인상적이었지만 동틀 무렵 100여 개의 열기구가 일제히 떠오르는 모습도 장관이었다.

 

 

▲ 위르귀프의 동굴호텔. 카파도키아에는 바위 지형을 그대로 살린 동굴호텔이 곳곳에 있다.



   열기구 100개면 자그마치 3억 원이다. 경관에 대한 탄성 대신 객쩍게도 돈 계산이 먼저 끼어든 건 ‘순서’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밤늦게 카파도키아에 도착한 뒤 이튿날 새벽에 열기구를 탔다. 바람이 초속 8m가 넘게 불면 열기구 운행이 중지되니 거기서 하루를 묵든, 이틀을 묵든 카파도키아에 도착하면 무조건 열기구 탑승 예약부터 했다. 나중을 기약했다가 혹시나 기상 조건이 좋지 않아 열기구가 뜨지 않는다면 겪게 될 낭패를 막기 위해 서둘렀다.

  이런 식이니 관광객 대부분은 카파도키아 도착 이튿날 새벽에 열기구 투어를 하게 된다. 긴 이동시간 때문에 캄캄한 밤에 카파도키아에 도착하는 경우가 많으니, 관광객들은 십중팔구 열기구 위에서 카파도키아를 처음 보게 된다. 이런 일정이 못내 아쉬웠다. 사암이 만들어낸 독특한 경관을 속속들이 돌아본 뒤에 마지막으로 열기구를 타고 전경을 감상한다면 감동이 몇 배가 될 텐데…. 한 번 더 열기구를 타는 방법도 있겠지만, 비용도 비용이고 ‘처음’의 감동을 복원할 수는 없다. 혹시 못 볼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감수할 수만 있다면 열기구 투어는 가능한 한 뒤로 미루는 게 좋겠다.

# 숨어든 이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

  카파도키아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꼽히는 곳이 괴레메, 우치히사르, 파샤바, 데린쿠유 등이다. 낯선 지명이 생소하지만 모두 인접해 있어 차를 타고 ‘호핑투어’를 하듯 돌아보면 된다. 먼저 10㎞에 걸쳐 이어지는 기암의 계곡과 ‘야외박물관’이 있는 괴레메부터. 야외박물관이라고 해서 유적을 모아놓은 박물관을 생각했는데,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절벽, 거대한 바위산으로 이뤄진 지형 자체가 그대로 박물관이었다. 기묘한 바위에 뚫어놓은 동굴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곳에만 30개에 달하는 동굴 교회와 수도원이 들어서 있다. 교회가 된 동굴 내부에는 채색 프레스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전문 화가가 아닌 수도사의 솜씨다. 벽화는 대부분 훼손됐지만, 딱 한 곳 따로 입장료를 받는 ‘다크 처지’의 벽화만은 선명하다. 1000년이 훨씬 넘는 시간 저편에서 그린 그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카파도키아에서도 유독 생경한 형태의 지형이 펼쳐진 곳이 우치히사르다. 암굴로 그득한 원추형의 바위산들이 늘어서 있는 곳이다. 바위산 곳곳의 암굴은 내부의 동굴로 이어진다. 이 동굴에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한 게 지금으로부터 자그마치 6000년 전이라고 했다. 고대인들이 기거하던 동굴은 근사한 전망의 카페나 기념품 판매점이 된 지 오래지만 고대문명의 자취가, 그들이 살았던 흔적이 눈앞에 실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아찔해지는 기분이다. 독특한 지형의 명소라면 파샤바의 바위 군락도 빼놓을 수 없다. 흡사 버섯처럼 생긴 집채만 한 바위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인데, 분위기는 다른 곳들과 사뭇 다르다. 다른 곳들이 외계의 행성을 떠올리게 한다면, 거대한 버섯을 빼닮은 바위들 때문인지 이곳은 동화 속의 공간을 연상하게 한다.

 카파도키아로 숨어든 사람들은 바위에 굴을 뚫는 것으로도 모자라 나중에는 아예 우물처럼 땅을 파서 지하에 도시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시가 바로 데린쿠유다. 지하 도시는 데린쿠유 말고도 네 군데가 더 있는데, 발견된 곳 외에 더 많은 지하 도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깊이 80m의 20층 규모로 조성된 데린쿠유의 지하 도시는 마치 미로처럼 복잡했다. 지하 도시에는 주택과 학교, 식량창고, 우물은 물론이고 환풍구, 교회, 무덤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다. 미로처럼 이어진 데린쿠유 동굴에서 몇 번이고 길을 잃으면서 되뇌었던 질문 몇 개. 지하의 깊은 어둠 속에서 형벌 같은 삶을 감내하면서까지 과연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믿음에 바친 이런 삶이 그들은 행복했을까.

■ 여행정보

 

 터키 이스탄불까지 가서 카파도키아로 가는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는 게 가장 편리하다. 터키항공이 이스탄불∼카이세리 구간에 매일 10편 이상의 항공편을 운항한다.

 카파도키아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은 네브셰히르 공항이지만 카파도키아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인 카이세리주의 주도 공항인 카이세리 공항으로 운항하는 항공편이 훨씬 더 많다. 주의해야 할 점은 공항에는 대중교통이 없다는 것. 호텔을 예약할 때 추가 요금을 내고 픽업서비스를 요청해야 한다. 여행사를 통해 예약할 수도 있지만 이럴 경우 대행료를 따로 받는다.

 카파도키아는 평균 해발 1200m에 달하는 고원지대라 겨울 추위가 매섭다. 이른 새벽에 열기구를 타겠다면 방한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카파도키아에는 열기구 탑승 외에도 로즈 계곡 트레킹과 사파리 투어 등 흥미로운 투어 프로그램들이 많다. 전통공연과 식사, 술 등이 곁들여지는 관광객 대상의 디너쇼를 ‘터키시 나이트’라고 부르는데, 분위기가 제법 흥겹다.

 카파도키아의 대중적인 숙소는 대부분 괴레메에 모여 있다. 인근 우치히사르, 위르귀프 등에 있는 호텔은 상대적으로 고급스러운 편이다. 카파도키아에는 바위 지형을 살린 동굴호텔이 곳곳에 있다. 동굴호텔은 특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긴 하지만, 창이 없어 답답하기도 하다. 카파도키아에서 가장 이름난 음식은 항아리케밥. 구운 항아리에 채소와 고기를 넣고 오븐에 쪄내는 음식이다. 매콤한 맛이 나서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 물가는 싼 편이어서 하루 10만 원 내외면 괜찮은 호텔에서 묵을 수 있다. 5만 원 안쪽의 호텔도 많다. 터키의 화폐단위는 리라. 1리라는 283원 정도다.

 

 

<출처> 2017. 12. 20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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