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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및 정보/- 터키.그리스

그리스, 낭만과 로망의 섬에 빠지다.

by 혜강(惠江) 2017. 12. 17.

 

그리스

 

낭만과 로망… 그리스 섬에 빠지다

 

 

트래블조선

 

 

 천천히, 그리고 느긋하게 걸으며 빠른 일상의 태엽을 풀어버리게 만드는 그리스 그곳에서 만난 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대부분 신화와 역사의 주인공들을 떠올리지만 그리스에는 숨겨둔 보석들이 놀랄 만큼 가득하다. 무엇보다 가장 빛나는 보석들은 바로 그리스의 섬들. 무려 6천 개에 가까운 섬이 있을 만큼 유럽에서도 많은 섬을 가진 나라 중 하나이지만, 우리의 그리스 섬에 대한 상상은 안타깝게도 산토리니에 멈춰 있을 뿐이다.
 
  산토리니는 분명 아름답다. 어쩌면 신이 인간 다음으로 빚어놓은 최고의 걸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환상적인 섬이다. 그러나 그리스의 섬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중해를 가득 채운 수많은 섬들 하나하나가 그들만의 매력으로 그리스를 아름답게 빛내고 있다. 우리 인생의 쉼표가 필요할 때, 잠시 삶의 속도를 늦춰야 할 때 찾아야 할 안식처. 이제 떠나가 보자, 그리스 섬들과 사랑에 빠져 버리게…

 

 
아르고사로니코 제도 : 원데이 크루즈로 떠나는 그리스 섬 여행


 

 

 

 

  그리스 지도를 펼쳐보면 지중해 연안에 점점이 뿌려진 섬들이 가득하다. 그 많은 섬들 가운데 어느 곳을 가야할까. 가장 맛난 음식으로 가득한 레스토랑에서 최고의 메뉴를 고르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무엇보다 그리스 섬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무작정 배편을 잡아타고 떠나기에도 두려움이 앞선다.
 
  한정된 휴가 일정으로 여러 그리스 섬을 돌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편하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아테네 피레우스항에서 출발하는 원 데이 크루즈 여행이다. 하루 만에 아테네에서 가까운 아르고사로니코 제도의 에기나, 포로스, 이드라 섬을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드라, 그리스의 파라다이스
 
 
 

 

 

  새벽 일찍, 크루즈 여객선이 피레우스 항구에서 커다란 뱃고동을 울리며 출항을 시작한다. 크루즈는 새하얀 물살을 가로지르며 떠오르는 태양을 따라 서서히 움직인다. 첫 그리스 섬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크루즈에 온몸을 맡기고 푸르게 펼쳐진 망망대해를 바라다본다. 2층 맨 앞 뱃머리 선상에 항해사처럼 자리 잡고 앉아 에게해의 공기를 한껏 들이마셔 본다. 짜디짠 바닷물이 바람을 타고 날아와 입술에 닿아도, 새벽 공기를 담은 차디찬 바람이 얼굴을 스쳐도 이 모든 것이 낯선 여행자에게는 그리스가 선물하는 환영의 표현 같다. 약 2시간의 항해 끝에 처음 만난 그리스 섬, 이드라에 도착했다.

 

  이드라는 아테네 항구에서 남쪽으로 70km 떨어진 지점에 자리 잡은 길고 가는 예쁜 섬으로 세계의 수퍼리치들이 즐겨 찾는 그리스 섬 중 하나다. 그리스가 영 화에 첫 등장했던 때가 1950년대부터인데, 최초 그리스에서 제작한 영화가 이곳 이드라 섬을 배경으로 한 해녀(Boy on a Dolphin, 1957)다. 그만큼 그리스 섬을 대표하는 아름다움이 가득한 매력적인 섬이다. 선착장에 도착하자 눈앞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이드라는 커다란 풍경화 속으로 나를 강렬하게 끌어당긴다.

 

  이드라가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섬으로 대표되는 이유는 항구를 따라 빼곡히 정박해 있는 각양각색의 요트들과 여행자를 기다리는 당나귀들, 길게 늘어선 노천 카페와 상점들이 한편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여행자들로 북적이던 항구와는 달리 매우 한적하고 조용한 이드라가 기다린다. 자동차 없는 마을인 이드라는 도보나 자전거 여행이 더욱 즐거운 섬이다. 세상의 소리가 모두 꺼져버린 듯 조용하고 아늑한 골목길을 따라 마을 곳곳을 누려본다. 예술가의 섬이라는 별명답게 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을 하며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을 가진 아늑한 섬이다. 

 

  바닷길을 따라 언덕으로 올라가 본다. 이드라의 최고 명소로 꼽고 싶은 선셋 포인트가 보인다. 그곳에 서서 끝도 알 수 없는 바다를 바라보며 붉게 물든 석양으로 빛날 이드라를 상상해 본다. 고개를 돌려 이드라 항구를 바라본다. 절벽 끝자락에 지어진 카페에서는 에게해를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이, 해변 바위 절벽에서는 ‘첨벙첨벙’ 뜨거운 햇살 아래 다이빙을 즐기는 여행자들로 분주하다. 이드라의 가을은 아직 여름을 붙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포로스, 단풍색 지붕이 아름다운 섬마을

 

 

 

 

 

 

  뱃머리를 돌려 다시 항해가 시작됐다. 약 1시간 남짓 흘러갔을까, 저 멀리 시계탑이 보인다. 크루즈 여행으로 떠나는 3개의 섬 중에 가장 작지만, 또 가장 그리스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섬, 포로스다. 섬의 총 인구수가 5 천명을 넘지 않는다고 하니, 섬마을의 규모를 쉽게 추측할 수 있다. 포로스 타운 입구를 지나면 여행객들을 자석에 이끌 듯 끌어당기는 곳이 있다. 포로스의 랜드마크인 시계탑 전망대다.

 

  경사로를 따라 15분가량 천천히 오르자 정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그리스 국기를 당당히 꼽아둔 새하얀 탑.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포로스 파노라마는 ‘지금 백만 가지가 넘는 매력을 가진 그리스 섬에 와 있다’는 사실을 한순간에 일깨워준다. 포로스 맞은편에는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갈라타스 마을이 매우 가깝게 보인다. 포로스와 이 마을을 오고 가는 수상택시는 부지런히 승객들을 실어 나르는데, 마치 그림 속 귀여운 장난감들이 파란 바다에 떠 있는 것 같다.

  섬을 가득 메운 한결같은 오렌지색 지붕은 포로스를 단풍으로 물들인 듯 눈이 부신다. 태양이 비추는 빛이 강할수록 더욱 뚜렷해지는 포로스의 섬 풍경이 아름답다. 여유롭게 자리한 포구의 단출한 집들, 크고 작은 배들이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포로스를 소개한다. 시계탑을 내려오며 포로스 마을 골목길을 천천히 거닐어 본다. 골목 사이사이로 보이는 언덕의 마을 풍경은 파란 하늘 배경에 주황색 레고 블록을 끼워 넣은 듯 더욱 아기자기하다.

 

  집집마다 꽃들로 예쁘게 단장된 골목 길을 지날 때면 평온하고 정겨운 사람의 향기가 묻어 나온다. 마을 계단을 오르내리며 들리는 나지막한 발걸음 소리, 한낮의 빛과 그늘, 바다 내음과 풀내… 순간의 아름다움을 오감으로 느끼며 마음속에 포로스를 생생하게 담아둔다. 

 

 

에기나, 수천 년 그리스의 흔적

 

 

 

 

 

  크루즈 여행의 마지막 섬이자 가장 규모가 큰 섬, 에기나에 도착했다. 아테네에서 약 40분 거리에 있지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떠나온 듯한 신비로운 곳이다. 에기나는 기원전 4천 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던 고대 도시국가 중 하나로 그리스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유적지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에기나는 다른 그리스 섬처럼 화려하거나 아기자기한 곳이라기보다는 섬 전체가 하나의 오래된 보물 유적지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때는 지리적 이점으로 아테네의 맞수이자, 번성했던 무역의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그 영광을 뒤로하고 그리스 피스타치오의 주요 생산지로 더 잘 알려져 있을 만큼 그저 오래되고 소박한 섬이 되어 있다.

  항구를 따라 마을로 걸어가다 보면 낡은 건축물이 눈길을 끈다. 오랜 전통과 역사라는 옷을 투박하게 걸쳐 입은 건물들은 고대 도시국가로서 번성했을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그때의 번영과 화려함이 지금은 빛바랜 세월의 흔적으로 그늘져 보이지만, 여행자인 나에게는 상상 속에만 있던 고대 도시국가의 옛 모습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섬이다. 

 

  바다 내음 물씬 나는 해변을 걷다 골목으로 들어서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본다. 눈부시게 아름답다거나 화려한 맛없이, 그저 조용하고 평온한 섬일 뿐이지만,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 온 에기나는 바쁘게 달려온 내게 삶의 속도와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키클라데스 제도 : 에게해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제도로 세계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그리스 섬들이 한데 모여 있다. 그리스의 신화와 역사, 고고학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로 꼽히는 델로스 섬을 중심으로 섬들이 원형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스 섬의 진짜 매력은 지금부터다.

 

 

미코노스, 힐링의 아리아가 울리는 섬

 

 

 

 


  온통 눈부신 흰빛으로 물든 순백색 집들, 이와는 대비되는 파란 하늘과 바다, 그리고 섬을 휘감아 불어대는 바닷바람과 어울리는 언덕 위 하얀 풍차들, 곳곳을 수놓은 아름다운 해변들까지… 그림이다. 우리가 마음속으로 꿈꿔왔던 상상 속 그림 한 점이 눈앞에 펼쳐진다. 낭만이 가득한 에게해의 낙원, 미코노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곳에서 3년을 머물며 '상실의 시대'를 집필한 이유를 섬에 도착하는 순간 알아버렸다. 미코노스는 나에게 낭만적인 지루함의 매력이 무엇인지, 진정한 여유와 힐링이 무엇인지 속삭인다. 미코노스는 지중해의 아름다운 휴양지이자 그리스의 발코니라 불리는 섬으로, 직접 방문해야만 알 수 있는 진한 마성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알기라도 하듯, 미코노스는 조급하지도, 서두르지도 않고 천천히 여행자의 마음속으로 다가간다. 미코노스의 항구 주변 해안가 산책으로 여정을 시작했다. 어촌마을 주민들의 건강한 웃음과 바닷새들의 날갯짓,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바다 빛까지 모두가 나를 즐겁게 한다. 구 항구를 지나 해변 끝모퉁이를 돌아서 미코노스를 소개하는 엽서의 주인공이 나를 반긴다. 온통 하얀색으로 물들어 에게해의 파란 바다와 함께 그리스의 상징적인 컬러의 하모니를 표현하고 있는 파라포 르티아니 교회다. 독특한 그리스 전통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이 교회는 미코노스 최초의 교회로 400개가 넘는 미코노스 교회들 중 가장 대표되는 곳이다. 1475년부터 짓기 시작해 지금도 미완성 상태로 남아 있지만 이 교회가 주는 신비로움은 위대하다. 미코노스의 테라스라 불리는 리틀베니스는 베네치아 양식의 집들이 늘어서 있어 그렇게 불린다고 한다.

 

  이곳은 알록달록 컬러풀한 건물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고, 각양각색의 테라스는 작은 장난감 나라를 연상케 한다. 속이 훤히 비치는 바다와 눈부신 하늘, 그리고 이 무지개 색 건축물의 조화는 미코노스의 가장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어 여행자들을 강하게 유혹한다. 리틀베니스가 미코노스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으로 유명한 이유는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저 멀리 미코노스의 상징인 풍차언덕이 있는 카토밀리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5개의 풍차가 나란히 에게해를 바라보고 서 있는 이 언덕은 미코 노스가 왜 바람의 섬이라는 별명을 가졌는지를 보여준다. 힘차게 돌았을 풍차는 옛 영광을 뒤로하고 지금은 오랜 시간 멈춰버렸지만, 전 세계 수많은 여행자들을 끌어당기는 명물이 되었다.

  구불구불 하얀 미로 같은 골목으로 이어진 미코노스의 메인 타운, 호라 마을은 유명한 이온음료 TV광고를 찍었던 곳이다. 광고 배경이 산토리니로 알려져 있지만, 주인공이 신나게 뛰어다녔던 곳은 바로 미코노스 골목 타운. 1.5km에 불과하지만,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골목은 길을 잃어도 좋을 만큼 다채로운 모습으로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이 골목을 가득 메우고, 예쁘게 지어진 그리스 전통가옥과 아름다운 교회는 여행자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부족함이 없다. 상상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졌던 미코노스의 풍경은 일상으로 돌아온 나를 한없는 그리움에 사무치게 한다.

 

 

델로스, 고대 그리스의 시간이 멈춘 무인도

 

 

 

 


  미코노스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아주 작은 섬이 하나 있다. 시간 여행자라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 델로스다. 고대 그리스 유적지 가운데 보존 상태가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로 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시간이 멈춰버린 무인도다. 마치 현존하는 고대 그리스의 유일한 박물관 섬이라고나 할까. 미코노스에서 페리를 타고 약 30분, 조용히 여행자들을 기다렸다는 듯 델로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서 바라본 델로스는 다른 그리스 섬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아무리 보존 상태가 좋은 섬이라 해도 수천 년 전, 사람들만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폐허 같아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고고학자라도 된 듯 궁금증에 사로잡혀 서둘러 섬 안으로 들어가 본다. 넓디넓은 터에 광대하게 자리한 유적들은 오랜 세월 앞에 힘없이 무너지고 낡아 버렸지만, 고대 도시국가로서 당당했던 그 시대를 상상해 보면 믿기 힘들 만큼 엄청난 규모다. 기원전 3천 년 경부터 사람들이 정착한 이후 고대 신앙과 델로스 동맹의 중심지이자 헬레니즘 시대 무역의 허브였다. 이렇게 작은 섬이 당시 그토록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리스 신화 덕분이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델로스를 아폴론이 탄생된 매우 신성한 곳으로 여겼고, 그래서 아폴론 숭배의 중심지 로 만들었다.

 

  기원전 1세기 무렵 이웃 왕국과 여러 해적들의 약탈로 급속히 쇠락하면서 결국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가 되었지만, 신전과 극장, 주거지 등 고고학적 가치가 높은 유적이 현재까지 풍부하게 남아 있어 지금도 매년 10만 명의 여행자들이 찾고 있다. 그늘이 없어 내리쬐는 햇살을 받아내며 도보여행을 해야 하지만, 델로스를 만나는 시간이 소중한 이유는 고대인들의 삶의 방식과 지혜, 그들이 추구했던 가치들로 인해 지금 우리가 몇 천 년을 거슬러 만나는 시간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에게해 중앙에 유유히 떠 있을 델로스는 그리스의 오랜 역사의 현장을 만나러 오는 수많은 시간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낙소스, 우연히 스친 운명의 섬

 


 

 

 

 

  미코노스에서 페리를 타고 산토리니로 넘어간다. 맑고 청아한 그리스의 가을하늘은 잠시도 나를 가만 두지 않는다. 언제 또 이 바람을, 이 공기를 마주할지 모른다는 조바심에 수평선만 보이는 지중해를 바라보며 상념에 젖는다. 얼마쯤 지났을까. 불현 듯 눈앞에 커다란 섬이 나타난다. 낙소스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고향이자 키클라데스 제도의 섬 중에서 가장 크고 비옥하기로 유명한 섬이다. 낙소스인 걸 바로 알아차린 이유는 외로이 서있는 포르타라(Portara)라 불리는 신전의 문 때문이다. 쓸쓸하게 홀로 남아있는 포르타라는 저녁 무렵에 펼쳐지는 일몰의 장관으로 유명하다. 산토리니 행 페리 선상 위에서 멀리 바라만 봐야 하는 우연히 스친 운명 같은 섬, 낙소스. 멀어져 가는 낙소스를 뒤로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한다.

 

 

산토리니, 전 세계인이 꿈꾸는 환상의 섬

 

        

 

 

 

 

  누구나 한 번쯤은 그려보는 곳,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는 환상의 섬, 인간이 만들어낸 그 어떤 언어로도 표현되지 못할 만큼 완벽한 곳, 산토리니다. 섬 자체가 그리스 국기를 꼭 빼닮아 흰색과 파란색, 두 가지의 색으로 꾸며진 산토리니는 세계 모든 여행자들의 로망이자 낭만을 가득 담은 그리스 최고의 휴양지다. 에게해 키클라데스 제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산토리니는 화산이 만들어낸 용암 절벽 위에 새하얀 눈이 내려앉은 듯 마을들이 자리하고 있다. 눈부시게 청명하고 맑은 하늘아래 파란 지붕을 머리에 얹은 교회들과 하얀 집들이 끝없이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다. 자연의 재앙 앞에 쉽게 무너지지도, 섭리를 거스르지도 않은 채, 자연과의 조화를 이뤄내며 오랜 고통의 시간을 견뎌낸 끝에 현재의 경이로운 모습을 만들어냈다.

 

  산토리니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여행자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산토 리니의 전경에 흠뻑 빠져 버린다. 끊임없이 눌러대는 카메라 셔터를 타고 프레임에 담긴 산토리니의 모습은 언제나 작품이 된다. 산토리니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풍경에 대한 감동과 경외감으로 복잡한 일상을 완벽하게 지워내기 때문은 아닐 까. 산토리니는 피라마을, 피로스테파니, 이메로비글리, 이아마을 등 주요 4개의 마을들이 절벽 위 해안선을 따라 순서대로 이어져 있다. 굳이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도 바다 위 절벽에 뿌려져 있는 새하얀 마을을 따라 걷고 또 걸어보는 것, 그것이 산토리니 여행의 묘미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파란 교회 돔과 산토리니 전통 건축양식으로 빚어낸 새하얀 건축물들은 여행자들을 매료시키는 힘이 된다. 또한, 끝없이 이어지는 하얀 골목들을 헤매며 걷는 것이 이곳을 여행하는 목적이 된다.

  오랜 시간 머물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빠른 호흡으로 산토리니를 돌아본다. 산토리니 여행은 피라마을에서 시작된다. 산토리니의 중심 역할을 하는 피라마을은 각종 편의시설과 호텔, 다양한 나이트라이프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아기자기한 피라 골목을 걷다 보면 칼데라 전망이 펼쳐진 곳으로 향하게 되는데, 이는 피로스테파니를 거쳐 산토리니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이메로비글리 마을까지 이어진다. 절벽에 늘어선 멋진 카페들과 호텔은 우리가 흔히 상상 속에 그려보았던 산토리니의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기 시작하면, 여행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모두 향하는 곳이 있다. 바로 산토리니의 하이라이트이자 대표적인 전경을 볼 수 있는 이아마을이다.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이아마을의 이아 성채는 인생석양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멋지고 낭만적인 풍경을 선보인다. 에게해 물결 아래로 모습을 감추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누군가 필터를 끼워놓은 듯 절벽 위 하얀 집들이 노랗게 그리고 붉게 물들어 가는 장관이 펼쳐진다. 심장이 터질 듯한 감동과 그간의 복잡한 상념들이 모두 하늘 위에 흐트러져 날아가 버린다. 그렇게 산토리니는 여행자들의 가슴 깊은 곳에 영원히 자리하 게 되는 것이다. 


· EDITOR·PHOTO 이희진
· 기사 제공: 여행매거진 GO on



[출처] 2017. 12. 7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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