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기 및 정보/- 서울

'재미로', 재미로 넘실거리는 추억의 남산 골목

by 혜강(惠江) 2017. 5. 27.

 

'재미로', 재미로 넘실거리는 추억의 남산 골목

 

- 명동역 3번 출구에서 서울애니메이션센터까지 450m의 남산길 -

 

 

· 사진 남 상 학

 

 

 

 

  명동역 3번 출구에서 퍼시픽호텔과 명동주민센터를 지나 서울애니메이션센터까지 이어지는 길은 내가 30여 년이나 오르던 출·퇴근길이었다. 내가 근무하던 예장동은 대부분 산언덕으로 그 언덕에 KBS 방송국, 서울예전(드라마센터), 숭의여자중고등학교, 리라초등학교가 있었다. 그 후 KBS는 여의도로 떠나고 그 자리에 애니메이션센터가 들어섰다. 예술전문학교 자리도 학교는 떠나고 극장과 교육원이 되었다. 내가 재직한 맨 위쪽의 숭의여자중·고등학교 역시 대방동으로 이전했지만 그 자리에 숭의여자대학교가 우뚝 서 있다.

 

  그 동안 주요기관들이 다소 바뀌고 학생들로 붐비던 '숭의서림'은 간 곳이 없지만, 가파른 산으로 터덜거리며 걸어 올라가는 가파른 길 양 옆으로 야트막한 건물들이 있는 풍경은 그 밀도가 여전하여 60년대 후반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남산으로 오르는 중요 길목이면서도 골목은 특색 없이 밋밋하고, 올라가는 길 중간 중간 트여 있는 작은 골목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져 서울 중심가에 이런 골목길이 있나 싶게 무척 가파른 길이었다.

 

  간혹 옛 건물을 개축하고 헌집을 고쳐 세월의 때를 벗기긴 했으나 예전에 있던 둘둘치킨, 뚱뚱이족발, 고려삼계탕 등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을 정도다.

 

 

 

'재미랑' 옥상에서 올려다본 골목길과 남산

 

 

  그런데 최근에 명동역 3번 출구에서 시작해 남산 아래의 서울애니메이션센터까지 이어지는 450m의 구간이 만화의 옷을 입고 ‘만화의 거리’로 화려하게 탈바꿈했다. 서울 애니메이션센터에서 착안하여 만화작가들의 협력을 받아 2013년 마무리했으나 아직도 이 사업은 진행 중이다.

 

  이 길을 걸으며 만화를 즐기는 사람은 추억을 되살려 꿈과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고, 만화를 별로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재미있게 구경하며 걸어오를 수 있다. 그래서 거리 이름도 ‘만화의 거리 재미로’(Seoul Comics Road Zaemiro)라 붙였다. 간단히 줄이면 ‘재미로’다.

 

 

 

  ‘재미로’, 정식 도로명은 아니지만, ‘재미삼아’ 흥미를 가지고 이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이 길의 첫 시작은 지하철 입구에 아담하게 꾸며진 상상공원이다. 상상공원은 한류콘텐츠의 원조 만화 ‘궁’(박소희)의 주요 장면으로 꾸몄다. 천장에는 만화 ‘궁’의 그림들이 마치 딱지처럼 떠 있고, 그 아래에는 벤치가 마련돼 있어 만남의 장소나 잠시 쉬어가기에 좋은 공간이다. 간혹 구호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거리의 음악을 연주할 때도 있다. 

  

  상상공원을 지나 남산 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곧장 퍼시픽호텔 앞 만화삼거리가 나오고 퍼시픽호텔을 바라보고 왼쪽 길로 들어서면 양쪽 벽을 따라 유명 만화의 장면들이 펼쳐진다. 건물 벽면은 물론 창문과 도로 계단 및 전봇대까지 한국 만화계의 큰 획을 그는 작가가 직접 그림을 그렸다. 우리나라 최고의 만화가 허영만과 이현세의 대표작 ‘식객’과 ‘공포의 외인구단’은 물론 ‘달려라 하니’, ‘미생’ 등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들이 가득하다. 이 거리를 만드는데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만화작가 70여 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남산공영주차장에는 김동화의 빨간 자전거의 우편배달부 캐릭터와 로봇 찌빠의 신문수화백이 시민의 사연을 그려 우표로 이미지화한 사연우체국이 기다린다. 편의점 미니스톱 앞에는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달려라 하니(이진주)의 한 장면으로 꾸민 포토 존도 마련돼 있다. 중국집 동방홍 앞엔 자두(이빈)와 친구들이, 아이비게스트하우스 입구엔 오기사의 14개국 랜드 마크가 반긴다.


 

 

 

 

 

  재미로의 핵심은 ‘재미랑’이다. ‘재미랑’은 재미로의 중간 즈음에 자리 잡고 있다. 지하 1층부터 다락방 느낌의 4층까지 하나의 집으로 구성했는데 그 집은 다름 아닌 만화네 집이다. 지하 1층은 만화박물관, 1층은 북 카페, 2층은 VR콘텐츠 게임, 3층은 작가 커뮤니티 공간, 4층은 최근 인기 만화 도서를 볼 수 있는 만화다락방으로 꾸몄다.

 

  층계를 오르는 계단과 벽면은 만화캐릭터와 작가들의 사진과 글이 예쁘게 장식되어 있고, 옥상으로 이어지는 다락방은 꽃과 예쁜 의자들이 꿈의 공간,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재미랑 앞 건물은 삼박자만화공방이다. ‘재미랑’은 5호까지 문을 열었다. 


 

 

 

   언덕 위쪽의 ABC편의점을 돌아 재미로의 막바지에 다다르면 거대한 남산 옹벽이 가로막는다. 이 옹벽위에 대표한국만화 40선으로 ‘만화언덕’을 꾸몄다. 다소 투박한 언덕에 한국만화 100선 가운데 공포의 ‘외인구단’(이현세), ‘식객’(허영만), ‘순정만화’(강풀), ‘열혈강호’(전극진/양재현), ‘풀 하우스’(원수연), ‘바람의 나라’(김진), ‘꺼벙이’(길창덕), ‘머털도사’(이두호), ‘맹꽁이서당’(윤승운), ‘레드문’(황미나), ‘위대한 갯츠비’(강도하), ‘고바우영감’(김성환), ‘코주부삼국지’(김용환) 등 40개 만화 주인공이 나열돼 있다. 낮에는 칙칙한 벽면이 어두워 잘 드러나지 않지만 밤에는 조명을 받아 환하게 드러난다.
 

 

 

   만화언덕을 지나 큰길을 건너면 서울애니메이션센터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메카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는 서울 애니시네마와 애니메이션 관람은 물론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테마전시실, 만화도서관 등 재미있는 볼거리와 체험시설이 준비되어 있어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한다. 특히 '만화의 집'은 '서울애니메이션센터' 한 귀퉁이에 있는 작은 건물인데, 그곳에 가면 아무런 제약 없이 온종일 만화를 볼 수 있다. 만화를 읽으며 끝없이 상상력을 키우다가 건물 앞에 장승처럼 멀뚱하게 서있는 로봇 태권V 모형 옆 의자에 앉아 남산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다.

 

 

 

  발길을 돌려 명동역으로 내려올 때는 애니메이션센터에서 다시 길을 건너 명지복지센터 옆 골목길을 택했다. 예전에 복잡한 길보다 한가한 길을 이용할 때 자주 다니던 골목길이다. 그 골목길에 가끔 들러 한 끼 식사를 해결했던 ‘언덕집’이 보여 반가웠다. 함께 식사를 나누던 그날의 동료들이 갑자기 그립고 식당의 모습이 궁금하여 열린 문으로 안을  잠시기웃거려 보았다. 

 

  그 옆 골목길 역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과거여행길’로 꾸며져 있다. 담벼락에 지금까지 이름도 낯익은 산길다방, 남산사진관, 만화방 등 그림들을 그려놓았다. ‘산길다방’ 그 이름이 어찌나 반가웠던지, 과거로의 여행에 취해 한참동안 서 있었다. 그 길 끝에서 우측으로 남산초등학교 뒷벽은 ‘명랑골목’이다. 이곳 벽면을 채운 그림 역시 추억의 만화 주인공들이다 이 모두가 구경거리다.

 

 

 

 

  이 골목으로 내려오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그림들이다. 나는 ‘만화의 거리 재미로’를 걸으며 오랜만에 지난 추억을 마음껏 되살려 보았다. 내 지난날의 추억에 또 다른 만화의 추억을 곁들여 보는 것은 ‘재미로’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이 아닐 수 없다. 

 

◎ 사진으로 보는 '재미로' 풍경 ◎

 

명동역 3번 입구의 상상공원

 

 

 

 

 

 

 

 

 

 

상상공원에서 재미랑①까지

 

 

 

 

 

 

 

 

 

 

 

 

 

 

 

 

 

 

 

 

 

 

 

 

 

 

 

 

 

 

재미랑 ① 건물과 실내

 

 

 

 

 

 

 

 

 

 

 

 

 

 

 

 

 

 

 

 

 

 

 

 

 

 

 

 

 

재미랑을 나와서 만화언덕까지

 

 

 

 

 

 

 

 

 

 

 

 

 

 

 

 

 

 

 

 

 

 

 

 

 

 

 

 

 

 

 

만화 언덕을 지나서 서울에니매이션센터로

 

 

 

▲ 재미로의 끝에서 바라본 숭의여대학교와 남산  

 

 

 

 

 

 

 

 

 

 

 

내려오는 또 다른 골목길로 내려오는 길

 

 

 

 

 

 

 

 

 

 

 

 

 

 

<끝>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