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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인천. 경기

화담(和談) 숲에 내린 가을, 붉은 단풍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

by 혜강(惠江) 2015. 10. 31.

 

화담(和談) 숲에 내린 가을

붉은 단풍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

 

경기 광주시 도웅리 산 32-1 / 전화번호 031-8026-6666

 

 

글·사진 남상학

 

 


  가을 정취에 젖고 싶으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단풍 숲이다. 아름다운 단풍이 가을 빛깔의 향연을 펼치는 곳을 찾아 발길을 멈춘 곳이 경기도 광주 곤지암 발이봉(峰) 기슭에 있는 화담 숲이다. 곤지암리조트의 오른쪽 산자락인 노고봉 계곡 남사면에 자리 잡고 있다. 

  오전 11시 30분경 도착하였는데 위쪽 주차장이 만원이어서 안내원이 화담 숲으로 오르는 입구에서 차량을 통제했다. 하는 수 없이 곤지암리조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숲길로 올라가려 하니 리프트가 4인조로 매표소까지 운행해 주었다. 

 

 



  화담 숲은 135만 5,371㎡(약 41만 평) 면적에 4,300여 종 식물이 자생하는 생태수목원이다. LG 상록재단이 생태계 보전과 교육 등 공익 목적으로 설립해 2013년 6월 개장했다. ‘화담(和談)’이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라는 의미로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아호를 따 만든 명칭이다.

  2015년 현재 꽃과 잎의 색이 화려한 5개 속(屬)의 단풍나무원, 철쭉·진달래원, 수국원, 수련원과 또 계곡과 어우러져 있는 30여 종의 이끼원, 양치식물원, 반딧불이원, 암석원, 분재원, 덩굴식물원 등 17개의 다양한 주제 정원과 숲 속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고, 자생식물과 도입식물 4,300여 종을 보유하고 있다.

 

  10월 하순에 접어든 화담 숲은 평일인데도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최근 신문과 TV를 통하여 서울 근교 1시간 거리에 있는 곤지암의 화담 숲이 아름다운 가을빛으로 물들었다는 보도가 나간 후 너도나도 발길을 재촉한 것이다. 

 

  숲은 철마다 옷을 갈아입게 마련이어서 빛깔도 모양도 다른 옷이다.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 여름에는 수련과 녹음이 계곡을 물들지만 내가 찾은 가을 화담 숲은 진입로 양쪽 가로수부터 빨갛게, 노랗게 물들었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하여 입구로 들어서면 먼저 ‘화담숲’이라는 표지석 뒤로 웅장한 단풍나무 고목(古木) 한 그루가 우리를 맞이한다. 높이 12m, 200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지닌 '천년 단풍'이다. 작년 4월 전북 임실에서 이사 와 화담 숲의 '얼굴'이 됐다.

 

 



  ‘천년단풍’ 을 지나 원앙연못을 오른쪽으로 끼고 오르면 매점이다. 매점을 기점으로 좌측 계곡은 숲 속 산책길이고, 우측 계곡은 주로 테마원이 자리 잡고 있는데, 화담 숲 산책길은 천년 단풍이 서 있는 입구를 지나 테마정원 이끼원(園)을 시작으로 17가지 테마원을 따라 3.5㎞ 이어진다.

  ‘숲속산책길’에서 처음 만나는 이끼원은 국내 최대 9,900㎡(약 3,000평) 규모의 자연형 계곡에 폭포, 이끼돌, 이끼자연석, 단풍나무, 전나무 등으로 꾸며져 고생대 자연 원시림을 거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끼원에서 ‘약속의 다리’를 건너 계곡 따라 꼬불꼬불 이어진 둘레길을 오르면 계곡에서 흐르는 물로 돌아가는 물레방아가 있고, 각종 고사리 등 다양한 양치식물이 무성한 숲을 이루는 ‘양치식물원'이다. 

  여기서 더 오르면 종이처럼 얇은 새하얀 껍질이 겹겹이 쌓여 있는 자작나무 숲이 나오는데 만지면 마치 하얀 가루가 묻어날 것만 같다. 자작나무 껍질은 기름기가 많아 잘 썩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을 붙이면 잘 붙고 오래간다. 불쏘시개로 부엌 한구석을 차지했으며, 탈 때 나는 자작자작 소리를 듣고 자작나무란 이름을 붙였다.

 

 

 

 

  자작나무 숲을 휘돌아 오르면 돌을 모아 쌓아올린 소망돌탑에 이르고 한참을 더 오르면 전망대다. 전망대에 서니 단풍으로 물든 산이 푸른 하늘과 뚜렷한 윤곽을 그리며 일시에 다가오는 느낌이다.  

 

  전망대로 오르는 화담 숲 보행로는 대부분 구간에 나무데크가 설치돼 있다. 보행로 경사는 5도를 넘지 않아 노약자가 보행기·휠체어를 이용하더라도 불편함이 없다. 정상까지 모노레일을 이용할 수도 있다. 길목 곳곳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있어서 호흡을 조절할 수도 있고,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눌 수도 있다. 

 

  전망대에서는 좌측으로 ‘숲속산책길 2코스’와 우측 ‘새이야기길’로 갈라지는데, 숲속산책길은 모노레일 상부 승강장에서 산림습지를 거쳐 단풍나무 숲까지 연결되는 숲길로 약간의 경사가 있는 일종의 트레킹 코스다. 이곳은 유모차는 출입할 수 없다.

 

  따라서 이곳까지 온 노약자나 유모차는 ‘새이야기길’을 이용하여 우측 테마원으로 이동하면 된다. ‘새이야기길’에는 곳곳에 울긋불긋 단풍이 든 신갈, 상수리, 갈참, 졸참, 굴참 등 참나무류 등이 옹기종기 군락을 이루고 수천 그루와 산딸나무, 붉은 빛깔의 산수유, 진 보라색 좀작살나무 들이 억새, 구절초 등 야생화가 어우러져 고혹스러운 가을의 향연을 보여준다. 

 

 

 

  이 길에서는 이름 그대로 화담 숲에 서식하는 직박구리·뻐꾸기·박새·꾀꼬리·꿩 등 25종류의 조류와 이야기를 나누는 자연학습이 가능하다. 특히 숲 속 산책길 위에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걷다 보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짙은 가을 향기의 추억을 느껴 볼 수 있다. 또 산책길을 쏜살같이 가로지르는 다람쥐를 만난다. 

 

   그러나 곤지암 화담 숲의 가을 백미는 '단풍나무원'이다. 화담 숲 우측 중턱에 있다. 단풍의 절정 시기에 화담 숲에서 빛깔 곱기로 유명한 내장 단풍을 비롯해 당단풍, 신나무, 노란 빛깔의 고뢰쇠나무, 산겨릅, 노르웨이 단풍, 중국단풍 등 생소한 이름의 단풍까지 각양각색의 단풍을 볼 수 있는 행복감을 누리게 될 줄이야!

  진홍, 주황, 주홍, 노랑, 빨강 등이 여름 내내 초록에 꽁꽁 감춰뒀던 농염을 뿜어낸다. 가을 숲이 유독 찬란한 건, 나뭇잎이 삶을 마감하기에 앞서 장렬하게 뿜어내는 불꽃 때문일 게다. 문득 오래 전 <단풍>이란 제목으로 쓴 시 한 편이 떠올랐다.

 

   별이 분신 낙하하는 
   아, 저 섬광(閃光)

   그대 향한 열애 불꽃처럼 타올라 

   제 몸 저리 불태우는가

   그립고 아득한 품에 안겨 
   이승을 밝히는 혼(魂)불이거니 
   미처 다 사르지 못한 사랑 
   그대 가슴 뜨겁게 달궈 
   그 어느 날 부활의 기약 안고 
   한 잎 두 잎  
   아낌없이 스러지리라

   흔적 없이 사라지리라.

 

  

 

 화담 숲 단풍 길을 걷다 보니 걷는 나 자신의 몸도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 같다. 이런 색다른 경험을 추억에 남기려는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휴대폰을 들고 사진사로 변신한다. 

  그것뿐이 아니다. 자생식물원에서는 가을이 가는 것이 못내 아쉬운 듯 연보라색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벌개미취와 감국, 산국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암석원에서는 오랜 세월을 거쳐 형성된 바위 위에서 자라는 고산식물을 관찰할 수 있고 틈틈이 하얀 눈꽃 같은 구절초가 솔숲 아래 군락을 이루어 마치 동화 속으로 퐁당 빠져든 것 같은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구절초는 울긋불긋 가을 색을 입는 산세와 더불어 하얀 눈처럼 순백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한편, 분재/향기원에는 수령 수십 년이 넘는 소나무, 소사나무, 모과나무 등 분재가 자신의 몸매를 자랑하고, 이제 메말라버린 수국 꽃잎을 지나면 물줄기가 가느다란 시원한 폭포와 멋진 소나무 분재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수련원'도 볼거리다.

 

 

 

 

   또 봉선화, 감나무, 과꽃 등 추억 어린나무들과 돌담, 사립문, 장터 등 옛 추억이 어린 한국 전통의 정원을 구현한 '추억의 정원' 등 저마다 특색 있는 이야깃거리가 가득한 주제원들이 걷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추억의 정원 장독대를 지나 내려오면 산책의 마지막 자리에서 천연기념물인 원앙 60여 마리가 사는 원앙 연못에 다다른다. 이곳에는 원앙(천연기념물 제327호)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토종 거북이인 남생이(천연기념물 제453호)가 서식하고 있다. 사진애호가들이 선호하는 장소다.

 

  단풍에 취해 걷다 보니 어느새 2시간이 더 지났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다음 기회에 방문한다면 음식을 준비해 와서 온종일 머물며 자연을 벗 삼아 자연이 주는 혜택을 만끽하고 싶다.

  곤지암 화담 숲의 가을 길은 바쁜 일상에 지쳐 자연의 포근한 숨결이 주는 쉼과 여유를 누리는 데 안성맞춤이다. 위로와 격려는 물론, 덤으로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이야기하며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는 곤지암 화담 숲의 생태공간이 가을 자연의 감동을 전해준다. 올해에는 10월 17일(토)부터 11월 8일까지 울긋불긋 가을 단풍의 향연 '곤지암 화담숲 단풍축제'가 진행된다. 

 

 



  곤지암 화담 숲은 오는 11월 말까지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상시 운영하며 입장료는 성인 9,000원, 청소년·경로 7,000원, 소인 6,000원이다. 곤지암리조트 숙박 이용 고객은 성인 8,000원, 청소년·경로 6,000원, 소인 5,000으로 1,000원씩 할인된다.

 

  입장료가 다소 부담스럽다고 느끼며 입장한 관람객들도 관람을 끝내고 나면 조금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품격 높은 숲으로 인정하게 된다. 그만큼 기존 다른 지역의 수목원과는 차원이 다른 숲이다.  

 

 곤지암 화담 숲은 두 발로 걸어서 둘러보는 것이 최고지만, 화담 숲 내에 설치된 모노레일을 이용해도 좋다. 모노레일 이용 요금은 별도다. 겨울(12~3월)에는 휴장한다.

 

 



  점심을 해결하려고 곤지암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초월보리밥수양점’(곤지암읍 경충대로184번길 24-1, 31-763-1184, 보리밥 한정식, 메밀 전병, 황태구이 등)을 이용하려고 아침 일찍 전화했더니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

 

  이런 사정은 인근 맛집도 마찬가지였다. 곤지암 소머리국밥의 대표격인 원조최미자소머리국밥(곤지암읍 삼리 33-2, 031-764-0257, 국밥)에서 국밥 한 그릇 먹는 것도 주걱 번호표를 받고 20여 분 기다린 뒤에야 가능했으니까. 고객의 상당수가 화담 숲을 방문한 사람이라고 하니 괜찮은 관광지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크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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