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 공원
천연림을 방불케 하는 세계 최대(最大)의 도시 공원
글·사진 남상학
* 골든게이트 공원의 서쪽 오션비치에서 들어오는 입구에 있는 표지석 *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골든게이트 공원(Golden Gate Park)은 골든게이트에서 남쪽으로 대략 4㎞ 떨어져 있다. 서쪽은 해수욕장인 오션 비치이고 북쪽에는 골든게이트브리지와 연결되어 있다.
골든게이트 공원은 다른 공원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로 도시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세계최대 규모의 도시공원이란 점이다. 동서의 길이 6.4km, 남북으로 800m, 면적은 약 4.1㎢(약120만평) 규모로 시내에 있는 공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공원이 하도 넓어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로 이어지는 1번 도로가 공원의 중간을 관통하여 공원을 동서(東西)로 나눈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보다 20% 넓다.
*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골든게이트 공원 위치, 공원 중앙으로 1번 도로가 지나고 있다 *
* 골든게이트 파크 세부 안내도, 왼쪽은 오션비치로 바로 연결된다. *
* 공원은 4차선 차도부터 자동차도로와 산책로, 오솔길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
입구의 아치는 개선문처럼 웅장하게 세워져 있으나, 공원은 4차선 차도부터 자동차도로와 산책로, 오솔길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따라서 담이 없는 공원은 군데군데 밖으로 빠져나가는 샛길들이 많아 무심코 달리다 보면 모르는 사이에 공원 밖의 차도로 나갈 때가 많다. 그때마다 다시 차를 돌려서 공원 안으로 들어와야 하고, 그 바람에 공원 안과 밖을 수차례 들락날락해야 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다.
둘째로, 이 공원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마치 원시림 같지만 사실은 1887년 지역 주민들이 직접 조성한 인공(人工)공원이란 점이다. 원래 규모가 넓은 이 땅은 모래와 참나무들로 버려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한때는 정부가 상업지구로 만들려고도 했지만 시민들의 결사적인 반대에 부딪혀서 그후 윌리엄 하몬드 홀 (William Hammond Hall)이라는 공원 설계자의 손을 거치면서 도심 속의 진주로 거듭 났다. 새롭게 표토를 입히고, 여기저기에서 식물들을 옮겨 심어,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공원 주위는 온통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커다란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다. 도시계획 차원에서 사람이 조성한 공원이라 사방이 반듯한 격자형 모양이지만, 일반적인 도시공원과 달리 방대한 천연림을 방불케 하며, 소나무, 참나무, 피나무, 그리고 호주 원산의 유카리나무 등이 수형을 뽐내고 있다. 또한 공원 어디에서도 담을 찾아볼 수 없고, 나무들이 담장을 대신해 공원 안과 밖을 구분지어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자연은 보통 사람의 손을 타면 망가지게 돼 있는데,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재탄생한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시민들은 이 골든게이트 파크를 보존하기 위해 해마다 자발적으로 1인당 3백달러(36만원)씩 기금을 낸다고 하니, 그 자체가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셋째로, 골든게이트 파크는 구석구석 테마별로 잘 꾸며져 있다는 것이다. 광대한 잔디밭과 숲과 호수와 언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호수는 모두 10개나 된다. 그리고 곳곳에 정원, 식물원, 동물원, 승마장, 미술관, 야외음악당, 과학아카데미, 스타디움 등을 갖추고 있다.
스토레이크(Stow Lake)
그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것이 ‘스토레이크(Stow Lake)’다. 그 호수는 특이하게도 호수 한가운데 ‘스토로베리힐’이라는 언덕이 있고 정자와 작은 폭포까지 있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공원의 여러 호수와 정원에서 서식하는 왜가리, 백로, 갈매기, 휘파람새, 딱따구리, 개구리, 거북이, 들소 떼 등 온갖 생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호수 위로는 가족이나 연인들이 발로 페달을 저으며 배 위에서 한가하게 여유를 즐긴다. 우리 아들은 두 아이와 함께 노를 저으며, 호수 위에서 뱃놀이의 멋을 즐겼다.
* 스토레이크(Stow Lake)의 보트 *
* 스토레이크 탑승표를 구매하고 있다. *
* 스토레이크에서 놀이배를 타고 있는 둘째아들과 두 손녀 *
* 호수 한가운데 ‘스토로베리힐’이라는 언덕이 있고, 그 언덕에 정자와 작은 폭포까지 있다.
* 한 여인이 호숫가 벤치에서 오리, 왜가리,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
‘스토레이크’ 근처에는 예쁘게 잘 가꿔진 잔디밭과 드라이브 코스가 많다. 여러 잔디광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유형의 여가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동차로 드라이브는 물론 자전거로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 롤러블레이드를 타는 이들도 흔히 볼 수 있다. 한결같이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 잔디밭 곳곳에서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의 여유가 부럽다. *
보타니칼 가든(SF Botanical Garden)
스토레이크의 동쪽으로 보타니칼 가든(SF Botanical Garden) & 스트리빙 식물원(Strybing Arberetum)이 있다. 28ha에 이르는 광대한 수목원으로 오스트레일리아와 남아프리카, 아시아 등에서 옮겨 온 진귀한 나무와 화초 7,500여 종이 자라고 있다.
푸른 숲과 작은 연못이 아름다워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은 곳. 매일 13:30에 무료 가이드 투어도 있는데, 소요 시간은 90분이 걸린다. 공원 안의 식물원과 비슷한 분위기의 온실. 야자수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보타니칼 가든(San Francisco Botanical Garden)에는 아시아, 호주, 아프리카 등 세계 각 지역에서 온 나무와 꽃들을 볼 수 있다.
* 보타니칼 가든 입구 *
일본정원(Japanese Tea Garden)
식물원 입구의 맞은편 길로 접어들면, 규모가 아주 작은 일본정원(Japanese Tea Garden)이 있다. 아담한 정원이라고 해야 할까. 정교한 장식의 다리, 잘 가꾸어진 정원, 선명한 붉은색의 탑과 불상은 동양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고, 외국 관광객들은 색다른 풍경 앞에서 서서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린다.
* 일본색이 물씬 풍기는 탑 *
일본정원 초입에는 등나무로 장식한 목조건물의 찻집이 있다. 내부는 상당히 어두웠지만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관광객들로 붐볐다. 그들은 차를 마시며 정적인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 일본 정원의 찻집에는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
일본 정원을 나오면, 공원의 중심을 시설들이 몰려 있다.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 박물관, 그 맞은편에 드 영 미술관, 한 쪽에는 야외음악당이 있다.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는 세계 유수의 자연사 박물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과학아카데미 안에는 스타인하트 수족관 (Steinhart Aquarium)과 모리슨 천체관 (Morrison Planetarium), 킴볼 자연사 박물관 (Kimball Natural History Museum)도 들어서 있다.
흰색으로 지어진 건물 광장에는 과학자들의 동상들이 세워져 있고, 입구에는 ‘Color of Life’를 주제로 한 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 드영 박물관 3층에서 바라본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 그 사이의 정원이 멋지다. *
*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 내에는 수족관, 천체관, 자연자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 골든게이트 파크 관광은 버스투어로도 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 사이언스 아카데미 앞
드 영 미술관(M. H. de Young Memoria Museum)
또, 과학아카데미 맞은편에 자리 잡은 드 영 미술관(M. H. de Young Memoria Museum)은 당시 샌프란시스코의 신문 재벌 엠 에이치 드 영(M. H. de Young)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라 한다. 1894년 국제박람회 전시장으로 사용된 뒤 미술관으로 전환되었는데 특히 공예미술관으로 명성을 자랑한다. 우리는 시간을 내어 한 시간 가량 전시된 작품을 감상했다.
* 드 영 박물관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한 우리 부부 *
* 드 영 박물관의 외관 모습 *
* 드 영 박물관 내부 로비는 매우 넓었다. *
야외음악광장(Music Concourse Area)에서는 관현악 연주와 가수들의 공연이 수시로 열려 함께 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관악단 연주가 계속되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객석에서 여유롭게 연주를 감상하고 있었다.
또, 공원의 서남쪽에 있는 스타디움(Kezar Stadium)은 한때 NFL 소속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던 곳으로 샌프란시스코시의 스타디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야외음악당에서는 항상 공연이 펼쳐진다. 사진은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 *
또 공원 안에는 에이즈 그로브 국립기념지(AIDS Memorial Grove National Memorial)가 있다. 1996년 에이즈로 사망한 사람들에게 헌정된 작은 숲이다. 후천성면역결핍증으로 사망한 사람들에게 바치기 위해 1996년 11월 12일 지정되었다. AIDS 보유자들 및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을 볼보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면적은 1000m²이다.
* 에이즈 그로브 국립기념지 표지석 *
콘서베터리 오브 플라워(Conservatory of Flowers)
그리고 골든게이트 파크의 동북쪽에 위치한 온실인 콘서베터리 오브 플라워(Conservatory of Flowers, 1878년)는 공원에서 가장 오래된 시설이다. 빅토리아 시대 양식의 온실 건물로 정교하게 짜인 목조 골조와 유리 외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앙에 18m 높이의 돔이 있고, 양쪽에 아치(arch) 모양의 건물이 연결되어 있다.
* 꽃을 아름답게 가꾼 정원 뒤로 콘서베터리 오브 플라워의 유리 온실이 보인다. *
설립 이래 다양한 수의 열대 식물을 키우고 있으며, 현재 1,700종 이상의 식물 종(種)이 있다. 학계에 보고된 1,000종의 난초(蘭草) 중 700종 이상이 자라고 있으며, 자이언트 수련과 큰가시연꽃 같은 희귀종이 많이 있다. 1971년 미국 국가 사적으로 등재되었고, 두 차례에 걸쳐 심각한 폭풍 피해를 보았는데, 1998년 세계 유적 재단이 위기에 처한 100대 유적지 중 하나로 지정, 특별 관리를 하고 있다.
* 온실 내외의 갖가지 꽃들이 아름답다. *
이 외에도, 공원 내에는 승마장, 골프장, 궁도장 등 갖가지 시설들이 들어차 있어 문화와 휴식을 겸한 집합체로서의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뉴욕의 센트럴 파크, 시카고의 링컨공원에 이어 세 번째로 연간 방문객이 1,300만 명에 이르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인구가 미국 대도시 가운데 10위권 밖임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 오션비치 쪽 'Queen Wilhelina Garden'의 풍차 *
골든게이트 파크를 가려면 차나 자전거로 갈 수 있고, 샌프란시스코의 대중교통인 뮤니(Muni)를 이용해도 좋다. 골든게이트 파크 내 주차는 유료이거나 시간이 제한이 되어 있으나, 운이 좋으면 공원 안이나 주변에서 주차 공간을 찾을 수도 있다. 공휴일에는 도로주차가 매우 복잡하다.
그런데, 해안 쪽 오션비치(Ocean Beach)에는 주차가 무료이므로 그곳에 주차를 하고, 골든게이트 파크 셔틀을 이용하면 공원 여기저기를 방문하는데 매우 편리하다.
골든게이트 파크 셔틀버스는 냉난방이 되는 편안한 최고급 설비의 셔틀버스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이용료는 하루 $2이다. 셔틀은 공원 내 주요 지역으로 운행되며, 셔틀이 운행되는 시간대에 한하여 하루 종일 제한 없이 타고 내릴 수 있다.
*골든게이트 서쪽 오션비치에 있는 비지타센터 주변에는 넓은 주차공간이 있다. *
<끝>
'해외여행 및 정보 > - 미국. 캐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티뷰론(Tiburon), 소살리토와 더불어 아름답기로 이름난 바닷가 마을 (0) | 2015.06.18 |
---|---|
드 영 박물관, 골든게이트 공원에 있는 문화·인류학 박물관 (0) | 2015.06.17 |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 유일의 해변 놀이공원(Amusement Park) (0) | 2015.06.10 |
미국여행 중 체리 따기(Cherries Picking) (0) | 2015.05.27 |
미국 빅서(Big Sur) 해안도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서부 해안 명승지 (0) | 2015.05.27 |
댓글